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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기대한다, 브라질戰 드라마”... 영하 날씨 뚫고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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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광장·영화관... 응원 한마음

6일 새벽 4시에 시작하는 브라질과의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하루 앞둔 5일 전국이 응원 열기로 끓어올랐다. 다수의 시민이 만날 때마다 축구 얘기를 꺼내며, 응원을 하기 위해 밤을 새울 기세였다. 거리, 집, 호텔, 극장 등 응원을 하겠다는 장소는 제각각이었지만 대표팀의 선전을 응원하겠다는 마음만은 한결같았다.

조선일보

추위도 밤도 잊은 응원 - '2022 카타르 월드컵' 브라질과의 16강전을 앞둔 5일 밤, 영하의 추위 속에도 국민의 응원 열기는 뜨거웠다. 거리 응원전이 열린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경기 5시간 전인 오후 11시쯤부터 태극기를 든 시민 수백명이 모여 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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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온이 영하 3도 안팎까지 내려간 이날 오후 11시쯤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경기 시작 5시간 전인데도 붉은악마 측이 설치한 응원 구역에 시민 200여 명이 모였다. 태극기를 외투 위에 덮어 쓰거나 광장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인천 서구에 사는 김경배(23)씨는 지인 10여 명과 단체 응원에 나섰다고 했다. 왕의 의복인 곤룡포를 입고 응원을 나온 그는 “지난 포르투갈전 때도 거리 응원을 했는데 당시 승리의 기운을 받으려고 그 복장 그대로 왔다”며 “오늘도 힘들겠지만 반드시 승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그는 아침까지 경기를 본 후 바로 수업을 들으러 가겠다고 했다.

서울 한 사립대에 다니는 노연지(23)씨도 “다음 주가 기말고사라 부담스럽긴 했지만 8강을 노리는 이런 극적인 드라마를 쓰는 대표팀 경기를 놓칠 수 없었다”며 “경기 전 술 한잔하고 몸을 데운 뒤 응원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했다.

경찰은 이날 응원전에 1만5000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시는 영하의 날씨 속에서 응원단 안전을 위해 추위를 피할 수 있는 텐트 6개를 설치했다. 새벽까지 시민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일 수 있게 광화문역을 지나는 지하철 5호선을 오전 2시까지 1시간 연장 운행하기로 했다. 경기 이후 해산하는 응원단과 출근하는 시민들이 뒤섞이는 상황을 막기 위해 오전 6시 전후 광장 인근의 지하철 2·3·5호선 운행을 더 늘리기로 했다. 경찰청은 기동대 6개 부대 등 경찰 약 470명을 광화문 일대에 투입했다.

조선일보

충북에서도 “대한민국 할 수 있다” -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전을 하루 앞둔 5일 전국 곳곳에서 우리나라 축구 국가대표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크고 작은 행사가 열렸다.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대표팀에 승리의 기운을 전했다. 이날 충북 청주시에서 충북도의회 사무처 직원들이 ‘대한민국 할 수 있다’는 플래카드와 태극기를 들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충북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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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국의 젊은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축구 보고 바로 출근하겠다”란 반응이 잇따랐다. 경기가 새벽 4시에 시작해 6시쯤 끝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경기 후 아침을 먹고 출근하면 시간이 딱 들어맞는다는 것이다. 경기 부천시에 사는 장모(27)씨는 4일 예약한 서울 여의도 인근 호텔 방에서 고등학교 동창 2명과 야식을 먹으며 경기를 보기로 했다. 장씨 일행은 모두 직장이 여의도라, 경기가 끝나면 바로 출근할 계획이라고 한다.

대학생들은 TV가 있는 친구들 방에 속속 모이는 경우가 많다. 대학생 강리나(23)씨는 서울 성동구의 친구 자취방에 5명이 모여 태극기 콘셉트로 옷을 맞춰 입고 응원을 펼치기로 했다. 강씨는 “포르투갈전을 극적으로 이기고 16강에 올라갔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웠다”며 “치킨에 편의점 음식까지 든든히 챙겨 먹으며 응원할 기력을 비축할 것”이라고 했다.

학생들이 편하게 응원에 나설 수 있도록 일부 대학에서는 오전 수업을 휴강하는 사례도 있었다. 지난 3일 서울의 한 사립대 교양 수업에서는 “16강전이 수업이 있는 화요일 새벽 4시네요. 분명 여러분이 강의실에 못 오거나 겨우 오더라도, 수업 중 그 여파가 클 거라는 예상이 강하게 옵니다”라며 휴강하고 대신 동영상 수업으로 대체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경기 수원시에 사는 노지운(25)씨는 친구 2명과 함께 인근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경기를 즐기기로 했다. 노씨는 “4일 예약할 때 이미 스크린이 잘 보이는 자리는 매진이라 구석에 위치한 좌석을 예매했다”며 “친구 1명은 경기 끝나고 국밥집에서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 뒤 출근할 예정”이라고 했다. CGV에 따르면, 전국 극장 73곳에서 16강 브라질전을 생중계하기로 했는데, 시민 약 2만명이 극장 응원에 나섰다. 광주광역시와 전남에 있는 일부 지점에서는 축구 생중계 상영관을 1~2곳씩 늘리기도 했다.

실시간 화상 채팅 프로그램을 켜놓고 친구들과 대화하며 경기를 보겠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강원 원주시에 사는 대학생 김모(24)씨는 학교 동창들과 새벽 4시쯤 서로 깨워주기로 했다고 한다. 그는 “평일이라 장소를 대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이렇게라도 응원에 동참하려 한다”고 했다.

자영업자나 기업들이 브라질과의 경기를 앞두고 다양한 응원 이벤트를 내놓기도 했다. 대학가나 번화가에 있는 일부 술집은 예약을 받아 축구 경기를 위해 밤새 문을 열기로 한 곳도 있었다. 16강 진출 기념으로 안주를 서비스로 주거나 맥주를 할인해주는 사례도 곳곳에 보였다. 서울 광화문 한 호텔에서는 투숙객들이 거리 응원을 갈 때 담요와 캠핑 의자를 무료로 빌려주기로 했다. 일부 편의점 프랜차이즈는 맥주 4캔을 1만1000원에서 1000원 할인하는 행사도 열었다.

[강우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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