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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이태원 참사’ 이임재 등 현장 책임자 영장 기각···특수본 수사 급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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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삭제 지시’ 서울청 정보부장 등 2명은 구속

추가 영장 신청, 행안부 등 ‘윗선’ 수사 차질 불가피

경향신문

이태원 참사 부실대응과 정보보고서 삭제 의혹으로 영장이 청구된 경찰 간부 4명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이 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김진호 전 용산서 정보과장,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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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한 경찰 측 주요 피의자인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총경)과 송병주 전 용산경찰서 112상황실장(경정)의 구속영장이 5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출범 한 달을 넘긴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첫 구속영장 신청을 법원이 일부 기각한 것이다. 참사 현장 책임자들에 대한 영장 기각으로 행정안전부 등 ‘윗선’에 대한 수사에 제동이 걸렸다.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을 받는 박성민 전 서울경찰청 정보부장(경무관),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경정)은 구속됐다.

서울서부지법 김유미 영장전담 판사는 이날 오후 이 총경과 송 경정, 박 경무관, 김 경정 등 4명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박 경무관과 김 경정의 영장을 발부했다. 반면 이 총경과 송 경정에 대해선 “증거 인멸, 도망할 우려에 대한 구속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고, 피의자의 충분한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수본은 출범 한 달을 맞은 지난 1일 이 총경과 송 경정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박 경무관과 김 경정을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날 오후 1시27분쯤 법원에 출석한 김 경정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들어가서 설명하겠다”고 했다. 이어 법원에 들어선 박 경무관도 같은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하겠다”고 했다.

이 총경은 참사가 발생한 지 50분이 지난 오후 11시5분 무렵에야 현장에 도착해 인명피해를 키우고, 인파 사고가 충분히 예견됐는데도 사전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송 경정은 참사 전부터 112신고가 쏟아졌음에도 초동조치를 미흡한 혐의고, 이 총경에게 현장 상황을 늦게 보고한 혐의가 있다.

박 경무관은 참사 발생 후 서울 시내 31개 정보과장이 참여한 단체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폐기해야 하는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김 경정은 박 경무관의 지시에 따라 참사 발생 전 작성된 핼러윈 축제 관련 보고서를 삭제한 혐의가 있다.

참사 전후 부실 대응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이 총경과 송 경정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한 달여 이어진 특수본 수사는 첫 고비에서 돌부리에 걸린 셈이 됐다. 특수본은 과실 정황이 비교적 뚜렷한 이들의 혐의조차 처음부터 다시 다져야 할 상황에 처했다. 행안부나 서울시 등 ‘윗선’ 수사 역시 더뎌질 수밖에 없다.

다만 박 경무관과 김 경정이 구속되면서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의혹 관련 수사는 경찰 지휘부로 향할 근거를 확보한 셈이 됐다. 특수본은 박 경무관이 보고서 삭제 지시를 내린 사실이 김광호 서울청장에게도 보고됐는지 살펴보고 있다. 특수본은 김 청장의 정보보고서 삭제 지시 관여 여부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특수본은 이날 최재원 용산구 보건소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동행사 혐의로, 이권수 서울교통공사 동묘영업사업소장과 용산서 112상황팀장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했다. 이로써 특수본에 입건된 인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을 포함해 21명으로 늘었다.

최 보건소장은 참사 발생 1시간54분 뒤인 10월30일 오전 0시9분 현장에 도착했음에도 구청 내부 보고문서에는 10월29일 오후 11시30분쯤 현장 도착 후 곧바로 구조 지휘를 한 것으로 허위 기재한 의혹을 받는다. 이태원역장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이 동묘사업소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역에서 근무하면서도 무정차 통과를 검토하라는 상관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용산서 112상황팀장은 참사 당일 용산서 상황실에서 근무하며 112신고 처리와 사고 후 구호조치 등을 소홀히 한 혐의가 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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