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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도덕 경찰’이 뭐길래... 세계 언론이 주목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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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브리핑] “폐지” “아니다” 잇단 뉴스 소동

이란 여성들 “일단 히잡시위를 잠재우려는 꼼수일 것” 불신

지난 4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 해외 언론이 “이란이 ‘도덕 경찰’을 폐지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일제히 속보로 전했다. 모하메드 자파르 몬타제리 이란 검찰총장이 한 종교 행사에서 ‘도덕 경찰이 왜 폐지되느냐’는 질문에 “도덕 경찰은 사법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폐지를 시사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미 CNN 등은 “이란 국영 알아람TV가 도덕 경찰이 폐지된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도덕 경찰이 도대체 뭐길래 세계가 주목하는 것일까.

조선일보

2022년 10월 11일 한 여성이 이란 수도 테헤란의 벽화를 지나가고 있다. 도덕 경찰은 여성이 머리카락을 히잡으로 제대로 가리지 않거나, 몸에 딱 붙는 옷을 착용할 경우 단속한다. 지난 9월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역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끌려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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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 경찰은 어떤 조직인가.

페르시아어로 ‘가시테 에르셔드(지도 순찰대)’라 불리는 도덕 경찰은 이란 여성 인권 탄압의 상징이다. 이란은 1979년 이슬람혁명을 통해 신정(神政) 국가를 세웠고 이슬람 율법(샤리아)을 국가 운영의 근간으로 삼았다. 이 때문에 여성에게 히잡을 강제하는 법률이 나왔고, 도덕 경찰도 생겨났다.

지금의 도덕 경찰은 15년 전 강경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때 설립됐다. 여성이 머리카락을 히잡으로 제대로 가리지 않거나, 몸에 딱 붙는 옷을 착용할 경우 단속한다. 구두 경고에서 구금, ‘재교육센터’ 강제 이송 등 조치를 취한다. 지난 9월 의문사한 마흐사 아미니(22) 역시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도덕 경찰에 끌려갔다가 목숨을 잃었다.

-정말 폐지됐다면 어떤 의미를 갖나.

1979년 이란 혁명 이후 가장 획기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 중에서도 가장 철저한 원리주의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미니 사망 이후 히잡 반대 시위가 전국을 휩쓸면서 민주화 요구와 반체제 저항으로 발전했다. 실제 폐지됐다면 이란 정권이 이런 민심에 크게 놀라 역사적 전향에 나선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정권의 꼼수라는 비판도 있다.

미 CNN은 “이란 검찰총장은 도덕 경찰이 사라졌다고 말했지만, 이란 국영 언론은 ‘이 조직이 사법기관이 아닌 내무부 소관’이라며 폐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란 정부가 공식적으로 도덕 경찰 폐지를 발표한 적이 없다. 이 때문에 인권단체들은 “이란 당국이 도덕 경찰 폐지론을 내세워 시위를 잠재운 뒤 슬그머니 옛 체제를 유지하는 ‘꼼수’를 부리는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히잡 시위를 이끌고 있는 이란 여성들은 정부의 태도에 근본적 변화가 없다고 보고 반정부 시위를 계속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한 이란 여성은 BBC에 “정부가 도덕 경찰을 없앤다거나 히잡을 안 써도 된다고 해서 시위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히잡 반대는 시위의 도화선이 됐을 뿐, 그 본질은 이슬람 독재 체제의 종식을 바라는 민주화 열망이라는 이야기다. 반정부 시위대는 정부를 압박하기 위해 5일부터 사흘 동안 파업에 돌입했다.

[이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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