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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청소년올림픽 400여일 앞…‘강릉과 공동’ 평창의 보이콧,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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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평창군번영회 등 지역 240여개 사회단체가 5일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개회식 공동개최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평창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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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실망감을 전해준 조직위원회의 결정을 강력하게 규탄하며, 대회 보이콧(거부)은 물론이고 대회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겠습니다.”

5일 오후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면사무소에서 ‘공동개최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 머리띠를 한 최창선 평창군번영회장이 목에 핏대를 세워가며 외쳤다. 최 회장 옆에는 ‘평창군민 가슴 피멍 든다’ ‘조직위 규탄한다’ ‘공동개최 웬 말인가?’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든 주민들이 함께했다.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개최도시 주민들이 대회 자체를 거부하고 나섰다.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은 2024년 1월19일부터 2월1일까지 평창과 강릉, 정선, 횡성에서 70여개국 선수·임원 등 290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다. 하지만 대회 400여일을 남기고 개회식 장소 문제로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평창 주민들의 반발이 시작된 건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난 1일 개회식을 평창과 강릉에서 공동개최하겠다고 발표하고 나서부터다. 조직위는 개회식 주요 행사인 성화 점화와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강릉과 평창에서 함께 열고 이를 이원 생중계하는 공동개최 방식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동 편의와 안전 등을 고려해 선수단 입장과 개회선언 등은 강릉에서 진행하겠다고 하면서 사달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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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 새마을회가 2021년 6월 대관령면 메달플라자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청소년올림픽대회 주사무소 평창 이전 등을 촉구하는 모습. 평창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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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군은 즉시 보도자료를 내어 “선수단 입장 등 주요 행사는 모두 강릉에서 이뤄지고 평창은 들러리밖에 되지 않는다”며 “주민들 호응이 없으면 평창군은 올림픽을 지원할 수 없다. 대회 지원 전담팀 폐지와 대회 홍보·운영지원 중단 등을 검토하겠다”고 반발했다. 평창군의회도 다음날인 2일 입장문을 내어 “앞으로 국내외 겨울스포츠대회 개최를 전면 거부할 것이며, 관련 예산도 절대 의결하지 않겠다. 청소년올림픽대회에도 일절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회 불참’을 선언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공동개최지인 강릉과 평창의 갈등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평창올림픽 유치 당시에도 강릉은 빙상 경기를 분산 개최하는 만큼 대회 명칭에 ‘강릉’을 넣어 ‘평창·강릉겨울올림픽’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강릉은 각종 지역 행사에서 ‘평창’을 뺀 ‘2018 겨울올림픽 빙상경기 개최도시’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올림픽을 준비하면서도 갈등은 계속됐다. 2014년 정부가 경제성 등을 이유로 올림픽 개·폐회식장을 평창에서 강릉으로 옮기려 하자 평창군이 반발하며 대회 거부 투쟁을 벌였고 결국 올림픽 개·폐회식은 평창에서 열렸다.

올림픽이 끝나자 이번엔 평창올림픽 1주년 행사 개최 장소를 놓고 평창과 강릉이 또다시 충돌했다. 강원도는 추위 등을 고려해 실내인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기념식을 열려고 했지만 평창군이 또다시 반발했다. 결국 주요 행사인 1부 기념식을 평창에서 열고, 주요 참가자들이 다시 강릉까지 이동해 2부 행사인 축하 공연을 강릉에서 분산 개최하는 선에서 합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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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난 1일 개회식을 강릉과 평창에서 공동개최하겠다고 발표하는 모습. 조직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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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날 것 같았던 평창과 강릉의 갈등은 2024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 유치 이후 다시 시작됐다. 대회 명칭에 ‘평창’과 ‘강릉’을 넣는 문제로 신경전이 펼쳐져 결국 ‘평창’ 대신 ‘강원겨울청소년올림픽’으로 결정됐고, 지난해 5월에는 조직위원회가 주사무소를 강릉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혔다가 평창이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조직위원회 쪽은 “공동개최를 결정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의견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쳤지만 결국 원만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앞으로도 지속해서 평창 주민들을 만나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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