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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국정원, 고위직 신원조사 권한 대폭 확대…“세평 수집 사찰”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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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안업무 신원조사 규칙 개정

대통령 비서실장에 요청 권한 줘

국정원 국내정보 수집 금지 우회

‘무소불위 권력 복원’ 다시 길 터


한겨레

국가정보원 내곡동 청사 모습.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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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보안업무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해 신원조사 권한과 대상을 대폭 확대한 것으로 5일 드러났다. 국정원이 국내정보 수집을 금지시킨 국정원법을 우회해 사실상 세평 수집에 나서며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복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정원은 지난달 28일 ‘보안업무규정 시행규칙’을 통해 공직자 신원조사 작업의 총괄 부서로 스스로 명시했다. 신원조사 대상은 공무원 임용 예정자와 비밀취급 인가 예정자 중 ‘정무직 및 3급 상당 공무원 등’으로 고쳤다. 기존의 ‘3급 이상’에서 확대된 것으로, 장차관과 군 중장 이상을 국정원의 신원조사 대상으로 명확히 넣은 것이다. 또한 군과 경찰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던 신원조사 업무를 국정원장이 ‘국방부 장관과 경찰청장에게 위탁한다’고 명시해 신원조사의 사령탑이 국정원임을 명시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신원조사 대상을 명확히 하고 국가기밀을 취급하는 고위 직위자에 대한 신원조사를 내실화할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시행규칙을 개정했다”고 설명했다.

개정된 시행규칙에선 특히 대통령이 임명하는 공직자 중 △2급 이상의 공무원 임용 예정자 △중장 이상의 군인 △각급 기관의 장이 신원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람에 대해 ‘대통령 비서실장이 국정원장에게 신원조사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신원조사 항목에는 기존의 △친교 인물 △인품 및 소행 △정당 및 사회단체 관련 사항에 ‘국가기밀 누설 등 보안 관련 사항’과 ‘그 밖의 참고사항’이 추가됐다. 신원조사를 위한 국정원장의 사실조회 및 자료 제출 요구 대상은 ‘관계기관의 장’에서 ‘국가기관이나 그 밖의 관련 기관단체’로 확장됐다. 또한 신원조사 담당 공무원이 ‘당사자 또는 관계인에게 관련 진술을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도 명시했다. 대통령실은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을 위해 국정원에 신원조사를 요청하고 국정원은 더욱 강력해진 권한으로 공직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린 셈이다. 하지만 국정원 쪽은 “신원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로는 이른바 ‘존안자료’를 생산하지 않는다”며 “신원조사를 위해 당사자 또는 관계인에게 진술 요청을 할 때에도 동의를 구하고 있어 당사자 주변인에 대한 조사 확대는 원천적으로 불가하다”고 해명했다.

문재인 정부에선 지난해 1월 국정원법 개정을 통해 국정원의 국내 정보 수집을 금지해 정치 개입 가능성을 차단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모든 정보와 수사 라인을 동원해 인사검증을 하겠다”며 국정원을 인사검증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윤 대통령 취임 직후엔 최측근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국정원에도 인사검증 부서를 정식으로 두면 좋을 것”이라며 분위기를 잡았다. 결국 윤석열 정부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국정원의 인사검증 통로를 열었다. 군과 경찰이 자체적으로 하던 신원조사가 대통령실이 통제하는 국정원의 우산 아래로 들어오면서 군·경의 ‘권력 눈치보기’가 더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정원의 무소불위 권력이 복원될 거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유식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감시센터 소장)는 5일 “신원조사 범위 확대로 국정원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과거와 비슷한 형태가 부활될 수 있다”며 “관계인의 동의를 받아 (신원)조사를 한다고 하지만 누가 동의를 안 하겠냐. 세평을 수집하는 것 자체가 자칫 사찰로 변질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영지 기자 yj@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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