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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주는 절벽, 재고는 산더미 “대기업 경영지표 2008년 금융위기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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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0대 기업, 2008~22년 3분기 주요 지표 분석

중앙일보

지난 9월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에서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우리나라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4년 만에 무역수지 적자(450억 달러)를 기록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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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기준으로 부채가 25조원을 넘었다. 부채비율이 181%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70.5%)를 크게 웃돈다. 설비 투자는 늘렸는데 전 세계 TV 시장이 10년 만에 된서리를 맞으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탓이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전례 없는 ‘수요 절벽’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3분기 기준 삼성전자의 재고자산은 57조원으로 지난해 말(41조원)보다 16조원가량 늘었다. 특히 반도체 재고는 26조원어치로 같은 기간 60% 급증했다. 삼성전자의 3분기 재고자산회전율은 8.1회로 글로벌 위기 때인 14.3회보다 낮다. 재고자산회전율은 매출을 재고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경영 활동이 활발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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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겪으며 재무 안정성 ‘급추락’



대내‧외 악재를 겪으면서 대기업의 경영 안정·활동성 지표가 모두 급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중앙일보가 전국경제인연합회에 의뢰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부터 올해까지 매출 10대 기업의 매해 3분기 주요 지표를 분석했더니 금융위기 수준의 침체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경영 체질이 14년 만에 도돌이표를 찍었다는 의미다. 분석 대상 기업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SK하이닉스·기아·포스코인터내셔널·LG디스플레이·LG전자·현대모비스·에쓰오일·삼성물산이었다.

무엇보다 재무 안정성이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급격히 악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재고가 늘면서 기업의 경영 활동성은 금융위기 수준을 밑돌았다.

주요 대기업의 평균 유동비율은 2011년 최저치인 119.8%를 기록한 이후 2019년 188.3%까지 올랐지만 코로나19 사태로 3년 내리 감소하면서 올 3분기 127.5%까지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125.5%)와 비슷한 수치다. 유동비율은 단기 채무를 갚을 수 있는 자산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안정성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곳간’이 넉넉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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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매출보다 재고자산이 더 크게 늘어



또 다른 안정성 가늠자인 부채비율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다시 치솟았다. 금융위기 당시 73.9%를 기록했다가 2019년엔 그 절반 수준인 34.9%로 개선됐지만 최근엔 51.2%로 상승했다. 이상호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내년 상반기까지 추가 금리 인상으로 시중 유동성 축소가 예상되는 데다 1%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면 재무 지표가 지금보다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경영 활동성은 총자산회전율과 매출채권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로 분석했다.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 활동이 왕성하다는 뜻이다. 기업의 자산 효율성을 나타내는 총자산회전율은 2008년 0.98회에서 꾸준히 하락하다가 2020년 0.54회로 최저점을 찍은 뒤 0.66회까지 반등했지만 금융위기 때보다는 낮다. 매출채권을 얼마나 빨리 현금화할 수 있는지 나타내는 매출채권회전율 역시 하락 추세이며 올해 3분기엔 금융위기(10.8회)의 절반 수준인 5.6회를 기록했다.

재고자산회전율은 기업의 재고자산이 얼마나 빠르게 판매되는지 보여준다. 2008년 10.9회에서 2016년 13.2회로 정점을 찍은 뒤 오르내리다 최근 소비 위축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 영향으로 재고가 급격히 늘어 9.3회로 다시 하락했다. 실제로 삼성전자‧LG전자 등에서 재고자산이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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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10년 중 가장 큰 '한파'를 맞은 TV 시장의 침체가 올해 말로 갈수록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1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TV.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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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으로 2008년보다 더 어려워”



이상호 팀장은 “내년 역시 미·중 등 주요국 중심으로 국제 교역이 위축되고, 내수 회복도 기대하기 어려워 경영 부진을 예상한다”며 “기업은 내실 경영을 하면서 미래 성장동력 마련에 나서야 하는 험난한 시기를 맞았다”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이 2008년 금융위기와 필적할 만큼 어려운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며 “사실은 물가상승 압력이 높아 대응하기 더 어렵다고도 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은 생존을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삼아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지속성을 유지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진일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치상으론 현재 상황이 금융위기 때보다 어렵다는 결론을 낼 수 있지만 국내에서 위기 발발 가능성은 다른 얘기”라며 “한국만 유독 힘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정책 결정을 할 때 다른 나라와 발맞춤, 또 침체 이후를 생각한 기업 ‘옥석 가리기’를 유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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