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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취재파일] '좌클릭' 한국과 '우클릭' 일본…한일 축구 운명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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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축구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잠시 도하 시내에 나갔더니 여러 나라 팬들이 밝은 표정으로 한 마디씩 건넵니다. "재팬? 코리아? 오! 어메이징 코리아. 굿럭" 마치 제가 국가대표라도 된 양 으쓱해집니다.

아시아 축구를 대표하는 한국과 일본이 월드컵에서 한날 16강전을 나란히 치르는 건 공동개최했던 2002년 6월 18일 이후 20년 만입니다. 그날만큼이나 2022년 12월 5일도 두 나라 축구 역사에 결정적인 날입니다. 그동안 다른 길을 걸어온 두 나라의 향방이 갈릴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과 일본은 2014년 브라질 대회에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똑같이 1무 2패. 승점 1점을 쌓는 데 그쳤죠. 당시 일본은 그 원인을 두 나라의 '더블 트랙' 전략에서 꼽았습니다. 아시아 최강으로 꼽히는 한국과 일본은 긴 예선 과정에서 상대를 압도하며 경기를 주도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선에선 수비를 먼저 두텁게 쌓고, 역습을 노립니다. 예선 기간 갈고 닦은 전술과 전략을 정작 큰 무대에선 쓸 수 없으니 '두 가지 길'을 준비해야하고, 전술 완성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입니다.

이후로도 시행착오는 반복됐습니다. '피지컬 콤플렉스'가 있는 일본은 비슷한 체격의 멕시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아기레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지만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하릴호지치를 거쳐 대회를 고작 석 달 앞두고 니시노 감독을 소방수로 투입했습니다. 한국도 대회 1년 전,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부랴부랴 신태용 감독에게 지휘봉을 넘겼죠. 그렇게 맞은 2018 러시아 대회의 결과는 두 나라의 방향을 완전히 바꿔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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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강 진출에 성공한 일본은 '탈아시아'를 위해 '유럽'에 더 집중했습니다. '빅리그'를 고집하지 않고 벨기에, 포르투갈, 스코틀랜드에서 몸으로 직접 부딪히며 자신감을 쌓았습니다. 최근엔 대표팀 훈련 센터를 아예 유럽에 짓고, 전력의 핵심인 유럽파를 근거리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추진중입니다.

세계 최강 독일을 꺾고 반전의 신호탄을 쏜 한국은 좀 더 '철학적'인 부분에 집중했습니다. 스웨덴, 멕시코를 상대로 지나치게 위축돼 소극적인 운영을 했던 게 패인이라고 봤기 때문이죠. 김판곤 감독 선임위원장이 벤투를 선택했던 배경입니다. 축구 철학을 내용과 과정에 중점을 두는 '진보', 결과에 무게를 쏟는 '보수' 관점으로 본다면, 일본은 우클릭, 한국은 좌클릭했습니다.

그후 4년, 노력의 결과가 이번 대회에 고스란히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점유율을 22.7%(독일전), 14.7%(스페인전)까지 낮추면서도 유럽 팀에 2승을 챙겼습니다. 특히 일본이 지향하던 패스 축구의 최강자, 스페인에 선제골을 내주고도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지한파' 모리야스 하지매 감독은 일본팀에 한국 특유의 투지와 투혼을 이식했고, '더블 트랙' 두 가지 길을 정교하게 다듬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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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도 월드컵 무대에서 경기를 주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했습니다. 강호 우루과이를 상대로 한국 축구 월드컵 도전사에 처음으로 전반전 더 높은 점유율(50.3%)을 기록하더니 가나전에선 점유율, 슛, 패스 등 모든 공격지표에서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또 우승후보 포르투갈을 상대로 역전승을 거두며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우리 스타일대로 싸웠습니다.

예선 과정 '경질 압박' 속에 험난한 여정을 걸어온 벤투 감독과 모리야스 감독을 향한 목소리는 찬사로 바뀌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서로 경쟁하며 성장해왔습니다. 오늘 두 나라가 또 한 번의 기적을 연출하면 운명의 한일전이 열립니다.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정찬 기자(jayc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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