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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원전…피바람 불 수 있다" 서훈 구속에 뭉치는 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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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문재인 전 대통령이 퇴임한 날인 지난 5월 10일 KTX울산 통도사역에 도착해 환영 나온 시민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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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서훈 전 실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과 관련해 지난 3일 구속되자, 친문(親文·친문재인)계가 똘똘 뭉치고 있다. 이재명 체제 출범 후 상대적으로 잠잠했던 친문계가 윤석열 정부의 강도 높은 문재인 정부 수사를 고리 삼아 집단행동에 돌입한 것이다.

선봉에 나선 건 퇴임 이후 정치 현안에 침묵해왔던 문재인 전 대통령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4일 페이스북에 “서훈처럼 오랜 연륜과 경험을 갖춘 신뢰의 자산은 다시 찾기 어렵다”며 “그런 자산을 꺾어버리다니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라고 적었다. 지난 1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한 첫 입장문을 낸 지 사흘만이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그만큼 문 전 대통령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초대 국무총리를 지낸 이낙연 전 대표도 같은 날 “현 정부의 난폭한 처사를 깊게 우려한다”고 적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6월 미국으로 떠난 이후 이태원 참사 다음 날을 제외하곤 현안 발언을 자제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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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 문재인 대통령(왼쪽)과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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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전 실장은 지난 3일 “윤석열 정부의 정치보복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싸워나갈 것”이라고 적은 데 이어, 5일엔 “정치보복의 배후는 명백히 윤 대통령”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날 임 전 실장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엔 “윤 대통령은 비겁하다. 비겁한 사람은 사과할 줄 모른다” “비겁한 사람은 책임을 아랫사람에게 미룬다” 같은 거친 비판이 가득했다.

그간 이 대표 수사를 방어해 왔던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위원장 박범계 의원·이하 대책위)도 문 전 대통령 옹위에 나섰다. 이들은 이날 경기 과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앞에서 “왜 검찰의 보복수사를 방치하냐”며 항의성 성명을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일자리수석 출신인 정태호 의원(대책위 간사)은 기자들과 만나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을 직권남용, 군사기밀 보호법 위반 등으로 추가 고발했다”며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 당시 군사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서 전 실장 구속에 따른 대응 차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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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5일 올린 글. 페이스북 캡처



이 같은 ‘동시 행동’에 대해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초선 의원은 5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친문계가 똘똘 뭉쳐 대응하지 않으면 자칫 피바람이 불 거라는 우려가 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에 대한 압박까지 가리지 않고 칼날을 휘두른다는 위기감이 있다”라고도 말했다.

169명 민주당 의원 가운데 범(汎)친문계는 60~70명으로 추산된다. 친명계와 맞먹는 숫자다. 다만 당권을 이재명 대표가 쥐고 주요 당직도 친명계가 석권하면서, 친문계는 2선으로 후퇴한 상태였다. 하지만 ‘서해 사건’ 수사가 문재인 정부 청와대를 정조준하자, 이를 막기 위해 이제 다시 최전선에 나섰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추가 수사 우려도 친문계를 뭉치게 한 요인이다. 친문 성향 민주당 의원은 “문재인 정부 핵심 정책인 월성 원전 1호기 가동 중단에 대해서 검찰은 더 세게 수사를 벌일 것”이라며 “친문계가 집단적 방어막을 쳐서 검찰과 맞붙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검찰은 지난달 25일 월성 원전 수사와 관련해 김수현 전 청와대 사회수석비서관과 문미옥 전 과학기술보좌관을 상대로 압수수색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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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박범계 위원장 등 의원들이 5일 오전 공수처의 적극 수사를 촉구하기 위해 과천 공수처를 항의 방문하고 있다. 왼쪽 둘째부터 박범계 의원, 이해식 의원, 정태호 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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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문재인 정부 인사들을 강하게 압박하자 친문계 일각에선 “이 대표 보호와는 거리를 둬야 한다”(호남 초선)는 주장까지 나온다. 자신들이 가진 정치 역량을 문 전 대통령 보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친문계 초선 의원은 “지금까지는 문 전 대통령과 이 대표에 대한 공동대응이 주된 방침이었지만, 검찰이 선후를 가리지 않고 전방위 수사를 벌이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고 전했다.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이 다가오면 이런 혼란은 커질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익명을 원한 친문계 의원은 “더는 이재명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판단이 서면 문 전 대통령을 앞세워 지지층을 결집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것”이라며 “어떻게 5년 임기를 채운 전직 대통령과 취임 전부터 리스크가 있었던 대표를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보호하겠나. 자칫 이 대표를 보호하다 당이 공멸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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