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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이슈스타] ‘악에 바쳐’ 이진리 “아직은 번데기,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이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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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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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진리가 ‘악에 바쳐’로 의미 있는 주연작을 더했다.

이진리는 지난 2014년 뮤지컬 ‘시집가는 날’로 데뷔했다. 뮤지컬 ‘춘향전’, ‘게임회사 중창단’ 외에도 연극 ‘오 마이 갓’, ‘Y : 미지수의 시간’, ‘데칼코마니’를 통해 무대에 올랐다. 드라마 ‘간 떨어지는 동거’, ‘고스트 닥터’ 등에 출연했고, 영화 ‘귀여운 남자’로 첫 주연을 맡았다.

‘악에 바쳐’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은 남자 태홍(박유천)과 처음부터 잃을 게 없던 여자 홍단(이진리)가 나락의 끝에서 서로의 삶을 마주하는 이야기다. 지난해 프랑스 BCIFF 각본상, 스웨덴 BIFF 각본상, 작품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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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스포츠월드 사옥에서 만난 이진리는 “영화를 세 번 봤다. 내가 출연한 영화라 그런지 자꾸 보고 싶다”며 주연작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처음엔 자신의 연기를, 그다음엔 전체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바라봤다. “코로나가 심할 때 영화를 촬영해 힘들게 노력했다. 그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뿌듯한 미소를 숨기지 못했다.

“1000개의 오디션에 지원하면 열 개 정도 답변이 와요. 회사가 없다 보니 직접 연락하고, 지원했죠. 그래서 단 한 번의 기회가 소중해요.”

오디션 영상을 보내고 김시우 감독을 만났다. 이진리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주인공 홍단을 하고 싶다고 했는데, 바로 ‘해라’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살아온 인생에 관해 두 시간여를 이야기할 수 있는 배우, 그런 그에게 기회가 왔다. 이진리는 그렇게 홍단을 만났다.

태홍 역에는 범법행위로 온갖 구설에 올라있던 박유천이 합류했다. 사회면을 장식했던 그의 복귀작이기도 했다. 이진리는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여주인공의 기회였다. 거리낌은 아예 없었다. 내겐 홍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가 1순위였다”고 했다. 선배이자 상대역으로 박유천을 대했다. 배우로서 다작한 선배였기 때문이다. 그는 “태홍 역을 보고 출연을 결심하셨다는 것에 어떤 의지인지 각오인지가 느껴지더라. 나도 비슷했고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신인이지만 존중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감사했다”고 박유천과의 호흡을 전했다.

다만 법원이 주연 박유천의 방송 출연·연예 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며 결국 영화관 상영 기회를 얻지 못하고 IPTV로 직행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조금 아쉽긴 하지만 지난해부터 개봉 얘기가 나왔고, 해외영화제에서 수상도 많이 했다. 개봉되고 긍정적 반응이 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그때도 무산되면서 ‘이게 운명인가’ 싶었다. 때가 되면 보일 날이 오지 않을까. 생각보다 빠르게 IPTV에 공개돼 이렇게나마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고 의미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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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기간은 3주. 인천 차이나타운과 서울을 오가며 촬영했다. 2020년 1월, 추운 겨울이면서 코로나19가 극심해지던 시기였다. 현실적인 제약도 많아 촬영지 섭외도 어려웠다고. 그래서 스태프와 더 끈끈해질 수 있는, 행복한 촬영이었다고 했다.

약 반년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쳤다. 이진리는 “처음에는 아무도 모르니 자신 있었다”고 운을 뗐다. 하지만 파면 팔수록,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어려웠다. 홍단은 새터민이었다. 중국에서 아이를 낳고 아픈 아이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왔다. 사채에 손을 댔고, 결국 유흥업소를 전전하며 직업여성으로 살아간다.

이진리는 “한 가지 목표만을 가지고 인생을 사는 인물이다. 대사 한 줄마다 고민이 컸다. 너무 어렵더라”면서 “새터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지금 만나러 갑니다’라는 프로그램도 봤다. 그들에게는 ‘죽음’이라는 단어가 가깝더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우리와 똑같은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그는 “너무 어렵게 생각한 건 아닌가 싶었다. 악에 받친 인물을 표현하려 하지 않고 홍단을 이해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노력을 전했다.

히피펌에 짧은 치마, 진한 화장. 직업여성을 외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아직도 개털이다”라며 웃어 보인 이진리는 “처음엔 샛노란 머리를 하려 했다. 세련된 느낌보다는 촌스럽게 표현했다. 히피펌에 초커, 퍼, 링 귀걸이가 홍단의 시그니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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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단에 관해 감독과 오랜 기간 이야기를 나눴다. 스스로 구상한 전사도 있었다. 이진리는 “북한에서 어떻게 살았을까 생각했다. 아이를 낳은 후, 아이에 대한 마음도 고려했다. 중국에 두고 병원비를 위해 서울에 왔는데, 인간이라면 내 삶을 살고 싶단 생각을 했을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홍단은 모성애가 그보다 컸다. 삶의 이유가 내 딸의 생명이었다”고 인물을 해석했다.

“북한에서 넘어올 때 가족 중 누군가는 죽었을 수도 있죠. 죽음의 공포를 몸소 체험하고 그 공포를 아니까 더 딸을 생각했을 것 같아요. 내가 아파 쓰러질지라도 딸에게 그 두려움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것 같았죠.”

홍단은 모성애가 두드러지는 인물이다. 오로지 딸을 살리기 위해 돈을 벌고 일한다. 전작 ‘귀여운 남자’에서 엄마 역할을 했다. 아들이랑 함께 살지 못하는 이혼녀. 힘들어서 죽고 싶지만 아들을 생각하면 세상을 등질 수 없는 그만의 모성애를 가진 인물이다.

이진리는 “그렇게 모성애를 경험했다. 사실 아이를 낳아본 적도 없지 않나”라고 웃으며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라 머리로 한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 홍단의 삶을 생각했다. 탕옌 역의 배우를 만나고 나니 더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했다.

야망 있는 태용, 힘든 삶의 홍단. 두 인물 모두 ‘악에 바쳐’ 살아간다. 감독은 홍단에 대해 ‘처음부터 꿈을 꿀 수 없었던’ 인물이라 표현했다고. 이진리는 “홍단은 꿈조차 꿀 수 없었던 거다. 그런 사람도 목표를 가지고 살아간다. 그 과정에서 태용을 만나고, 딸을 한국으로 오게 해 수술도 받는다. 그럼에도 묵묵히 살아가는 인물을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짐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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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의 주목을 받은 의미 있는 주연작이다. ‘악에 바쳐’라는 제목이 정해졌을 때부터 애정이 가득했다. “‘악에 바쳐’를 추억한다면 살아있다는, 살고 싶다는 느낌을 받을 것 같다. 힘들게 촬영했기에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다. 악에 받쳐서 갈망하고, 해냈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은 영화다. 부족함도 있지만 발전시켜야 할 부분도 찾았다. 잘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커진 것 같다”고 의미를 찾았다.

이진리는 가천대학교 연기예술학과 1기로 수원시립극단 창단 멤버다. 공연에서 주로 활동하다 ‘맨땅에 헤딩’하며 영화, 드라마의 문을 두드렸다. 본명은 이선주다. ‘참된 이치’라는 의미의 한글 이름 이진리로 활동하며 개명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이진리라는 이름이 더 익숙해진 그는 “이진리라는 배우가 나밖에 없어서 그것도 좋다. 잘 기억해 주시더라”며 웃어 보였다.

2016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해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중학교 2학년 처음 꿈을 가진 후에 단 한 번도 바뀐 적 없는 배우의 길이다. 그에게 연기가 왜 좋은가 질문을 던졌다. 이진리의 답변은 다음과 같았다.

“입시할 때부터 듣던 어려운 질문이에요. ‘진짜 좋아서요’라고 했더니 절실함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나는 너무 절실한데 좋아서 한다는 게 절실한 게 아닌가 생각도 들면서, 왜 좋은지 고민해봤죠. 나 자신을 ‘경험 중독자’라고 표현해요. 새로운 도전, 경험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연기도 힘들고 버티는 과정이지만 새로운 걸 경험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하는 과정이 힘들어도 잘 버틸 수 있는 원동력이 된 것 같아요.”

공연계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 힘든 시기 그를 버티게 한 건 등산이었다. 쫓기듯 정상을 찍고 내려오길 수개월, 문득 자신을 돌아봤다. “어느 날 왜 이렇게 빠르게 오갔을까 생각이 들었다. 연기도 이렇게 불안하고 쫓기듯 해왔던 것이 아닐까 싶었다”는 그는 이후 조금 더 여유 있게 배우로서의 삶을 걸어가기 시작했다. 공연의 현장감, 행복함을 다시 느낄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나조차 궁금하고 기대돼요.”

‘이진리는 어떤 배우인가’라는 물음에 그는 자신의 모바일 메신저 상태 메시지를 언급했다. “5년 전부터 ‘진리는 변태 중’이라고 해왔다. 아직은 번데기, 전성기가 오지 않았다. 이 상태를 변화시키고 싶다”는 이진리는 “번데기일 때 가질 수 있는 희망이 있다. 앞으로 내가 어떻게 될지 나도 궁금하고 기대된다. 앞으로 달라질 내 모습이 계속 기대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사진= DND엔터테인먼트, 나인테일즈코리아 제공

정가영 기자 jgy9322@sportsworl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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