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미국 보란 듯이...빈 살만의 ‘마이웨이’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이투데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6년 9월 4일 저장성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항저우(중국)/로이터연합뉴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가 서방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갈 길을 가고 있다. 4일(현지시간)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OPEC)플러스(+) 회의에서 10월 결정한 하루 최대 폭 감산을 그대로 유지했다. 관계가 틀어진 미국 보란 듯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사우디로 초대해 밀착도 과시할 예정이다. 2018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암살 사건 이후 국제사회에서 외면받던 빈 살만 왕세자가 국제무대로 복귀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아랍 정상회담 참석 차 7~9일 사우디를 방문한다. 빈 살만 왕세자가 초대한 아랍 정상들과 만나는 과정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도 자연스럽게 회담을 할 전망이다.

관계자들은 시 주석이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과 같은 수준의 융숭한 대접을 받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빈 살만은 공항에서 트럼프를 영접했고 1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는 등 선물 보따리를 안겼다.

중국 사절단은 이번 방문에서 사우디 및 다른 아랍 국가들과 에너지, 안보, 투자, 외교 분야를 포함해 수십 건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에너지 대란 여파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된 상황에서 사우디가 미국과의 관계 악화를 개의치 않고 보폭을 넓히고 있다. 5일 서방의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OPEC플러스는 하루 200만 배럴 감산 방침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OPEC플러스는 미국의 압박에도 10월 회의에서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대 폭 감산을 결정했었다.

감산 유지 방침은 사상 초유의 러시아 원유 가격 상한제에 착수한 서방에 불편한 소식일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에너지 수출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원유 공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동 산유국들조차 공급을 틀어쥐었기 때문이다.

이투데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 15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제다(사우디아라비아)/UPI연합뉴스


석유 공급을 쥐락펴락하며 미국을 비롯한 서방사회의 애를 태우는 사우디가 이번엔 서방의 ‘눈엣가시’인 시 주석까지 초대해 밀착을 과시한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국가 경제 구조 전환에 맞춘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고 분석했다. 컨설팅업체 유라시아 그룹의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 아이함 카멜은 “사우디가 필수적 경제 파트너인 중국을 수용해야 한다는 전략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며 “중국과의 관계 확대가 역효과를 낼 수 있고 미국과의 관계가 추가로 붕괴될 위험이 있지만 국가 경제 구조 변화를 우선한 외교 전략을 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석유 의존 경제 탈피를 목표로 ‘사우디 비전 2030’을 추진하고 있다.

빈 살만 왕세자는 급변한 지정학적 갈등 구조를 지렛대로 활용해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의 관계에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그는 3월 애틀랜틱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나에 대해 오해하든지 말든지 신경쓰지 않는다”며 “바이든은 미국의 이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훈수를 뒀다.

사우디 인권과 예맨 전쟁을 두고 이미 틀어진 미국과 사우디 관계는 바이든 정권 들어 최악의 국면에 빠졌다. 바이든은 선거운동 때부터 카슈끄지 암살 배후에 있다고 알려진 빈 살만 왕세자를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겠다고 공언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조나단 풀톤 연구원은 “빈 살만 왕세자가 통치력 강화를 위해 사우디의 존재감을 과시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압둘아지즈 사게르 걸프연구센터장도 “아랍 국가들이 서방을 향해 자신들도 대안이 있다는 걸 보려주려고 한다”고 평가했다.

[이투데이/김서영 기자 (0jung2@etoday.co.kr)]

▶프리미엄 경제신문 이투데이 ▶비즈엔터

이투데이(www.etoday.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