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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마약 부검 제안에 유가족들 반발, "욕이 여기까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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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 일부 "검사가 마약 부검 제안" 증언

대검 "별도 지침 내린 적 없다"

[이데일리 장영락 기자] 이태원 참사 당시 검찰 등 수사기관이 유가족에게 희생자의 마약 관련 부검을 제안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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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이후 마련된 희생자 유류품 관리소.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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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MBC 보도에 따르면 참사 다음날인 10월 30일 광주지검 한 검사는 희생자 장례식장을 찾아 유족에게 마약 검사 필요성과 부검 의사 등을 물었다.

질문을 받은 유가족은 희생자 고 오지연씨 가족들로, 오씨 동생은 “마약 관련해서 소문이 있는데 물증도 없다. 부검을 해보시지 않겠냐(고 검사가 물었다)”며 “소문에 의존해서 언니를 마약한 사람으로 몰아가는 식으로 말해서 황당했다”고 증언했다. 오씨 아버지는 “어떻게 내 자식을 그렇게 두 번 죽일 수 있느냐, 정말 참담하다”고 말했다.

수사기관의 마약 검사 권유에 대한 증언은 다른 지역 희생자 유족들한테서도 나왔다. 서울 거주 유가족 A씨는 “검사가 부검 요청을 드리는데 혹시 의향이 있으시냐(고 물었다)”며 “진짜 욕이 여기까지 올라왔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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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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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거주 유가족 B씨 역시 수사기관에서 마약 검사 필요성을 언급하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마약 관련해서 혹시나 하는 그런 게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 말을 하셔서 제가 ‘누가 봐도 멍이 이렇게 들었는데 무슨 부검을 하겠느냐’(고 거부했다)”고 증언했다.

광주지검은 소속 검사가 유족에게 부검을 언급한 사실을 인정했으나 다만 마약 관련 부검 권유가 아니라 ‘검사가 개인적으로 마약 범죄 피해 가능성을 언급한 것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대검찰청도 “일선 검찰청에 마약 관련한 별도 지침을 내린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대검에 따르면 전국 19개 검찰청에서 희생자 158명에 대한 검시를 진행해 시신을 유족에게 인도했고 이 중 유족 뜻에 따라 3명에 대해서는 부검을 실시했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마약’이 거론된 것은 사고 직후 원인이 불확실한 가운데 쏟아진 각종 추측을 통해서가 처음이었다. 1차 사고 브리핑을 하던 소방서장에게 일부 기자들이 마약 연관성을 묻는 장면이 잡히기도 했다. 이후 경찰이 사고 당일 현장에 마약 단속 경력을 배치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논란이 커졌다.

특히 예년과 달리 마약 단속을 위한 사복경찰이 현장에 투입된 점 때문에 수사당국이 인파가 몰리는 시기에 맞춰 기획성 단속을 하다 현장 질서 통제에 실패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의혹과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취임 후 몇차례 “마약과의 전쟁”을 언급하며 마약 범죄 강경 대응 의지를 피력했던 것 역시 뒤늦게 주목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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