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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내 모든 말이 재판 증거"…취임 100일 회견도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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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ㆍ28 전당대회에서 취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기자들의 돌발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 매주 월ㆍ수ㆍ금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의 등 각종 행사가 끝날 때마다 문밖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백 브리핑(즉석 질의응답)을 요청하지만, 그는 거의 대부분 말없이 떠났다. 달변가(達辯家)이자 다변가(多辯家)인 이 대표의 묵묵부답은 5일로써 100일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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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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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기자회견도 생략…李 “내 말이 증거로 쓰일 수도”



당 안팎의 시선이 집중됐던 취임 100일 기자회견도 생략하기로 했다. 검찰이 정진상(당대표 정무조정실장)ㆍ김용(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최측근을 구속한 데 이어, 이 대표를 겨냥한 수사에도 속도를 내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다. 대표실 관계자는 “5일 열릴 당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 또는 페이스북 게시글로 100일 메시지를 낼 것”이라며 “기자회견은 내년 초 신년 간담회를 열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가 100일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건 7년 만이다. 2015년 문재인 대표가 5ㆍ18 기념일과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로 100일 기자회견을 생략했다. 다만 문 대표는 그 전에 ‘취임 50일 기자회견’을 열어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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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3월 29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취임 50일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표 주변에선 “어쩔 수 없는 생략”이란 말이 나왔다. 이 대표가 취임 일성부터 민생을 외쳐왔지만, 이 대표를 향한 물음은 온통 검찰 수사에 맞춰져 왔기 때문이다. 이 대표와 가까운 당 고위관계자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 대표가 아무리 민생을 강조한다고 한들, 기자들은 검찰 수사와 관련한 질문을 하지 않겠느냐”며 “이 대표가 여기에 답하다간 100일 메시지는 묻히고 ‘사법 리스크’만 부각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백 브리핑ㆍ기자회견 등 각본 없는 질의응답이 향후 법정 투쟁에 불리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준비되지 않은 발언을 했다가 괜히 검찰에 꼬투리만 잡힐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검찰은 끝내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길 것”이라며 “이 대표 본인도 백 브리핑을 하지 않는 이유로 ‘내가 하는 모든 말이 재판의 증거로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앞서 10월 21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연 ‘대장동 특검 요구 기자회견’도 지도부가 반면교사로 삼는 장면이다. 당시 이 대표는 승부수로 특검을 띄웠지만, 기자들은 ‘당내에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됐다는 말이 나온다’, ‘대장동 의혹이 대선 자금 의혹으로 국면이 전환됐다’고 질문했다. 이에 이 대표는 “특검 이야기만 하겠다”며 답하지 않았고, 회견 후 백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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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월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정치자금법 위한 혐의로 측근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 ″저는 대선자금은커녕 사탕 한개 받은 것도 없다″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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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일 전날에도 안 먹힌 민생…“李, 검찰에 정면 대응할 것”



이 대표가 5일 발표할 ‘취임 100일 메시지’는 민생ㆍ경제에 방점이 찍힐 거란 관측이 많다. 이 대표는 전날인 4일에도 이 같은 메시지를 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영 김ㆍ미셸 스틸 등 한국계 미국 하원의원 4명에게 서한을 보낸 사실을 언급하며 “IRA(인플레이션감축법)에 대한 우려가 합리적으로 해소되어야 한다고 설명해 드렸다”고 적었다.

한국산 전기차를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는 IRA에 대한 재고를 직접 요청하며 ‘민생 지도자’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의도였지만, 정치권 반응은 반대였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민생 메시지는 무시한 채 수사 필요성만 부각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대장동 사건으로 이 대표 최측근이 대부분 구속됐고 여러 사람이 자살했다”며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대장동 사업은 내가 설계했다’고 했는데, 어떻게 수사를 안 받고 넘어가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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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상 민주당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지난달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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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이 대표 측에선 향후 검찰에 강경한 메시지를 내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 중이다.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제기되는 ‘유감 표명’ 대신 정면돌파를 택하겠단 것이다. 이 대표 측근은 “유감 표명은 검찰의 조작 수사를 인정하는 꼴이기 때문에 계획에 없다”며 “지금은 고개를 숙일 때가 아니라 정면돌파를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어떤 식으로든 이 대표가 검찰 수사에 입을 열 타이밍은 정진상 실장의 구속 기간이 만료되는 오는 11일이 주요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구속 기간 만료 전 기소를 목표로 하는 만큼, 기소 여부에 따라 이 대표의 입장이 나올 수 있다. 또 이르면 이달 내로 예상되는 검찰의 이 대표 소환 조사도 분기점이다. 이 대표는 최근 주변에 “검찰이 나를 부르면 기꺼이 나가겠다”며 검찰과 정면대결할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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