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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Tech in Trend] 스페이스X조차 28㎓ 진입 어려워..."'강대강' 대신 정부·이통사 머리 맞대고 해법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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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LGU+ 28㎓ 주파수 원안대로 취소될 듯...정부 "신규 사업자 받겠다"

전문가들 "28㎓ 주파수 자체가 사업용 매력 떨어져...세계 어디서도 B2C 성공 못해"

신규 사업자 진입보다 이음5G 전환, 서비스 가능 B2B 상품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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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8㎓ 5G 주파수를 활용한 4번째 이동통신사업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글로벌 위성 인터넷 사업을 전개하는 스페이스X '스타링크'의 한국 시장 진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다만 통신 업계에선 28㎓ 주파수와 스타링크의 위성 인터넷 사업은 별개의 영역인 만큼 28㎓ 주파수 기반 4번째 통신 사업자의 등장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28㎓ 두고 이통3사 청문절차 돌입...KT·LGU+ 취소 가능성 높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부터 KT와 LG유플러스 28㎓ 주파수 할당취소와 SK텔레콤(SKT) 28㎓ 주파수 사용단축 처분을 위한 청문 절차에 들어간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오크우드 프리미어에서 진행하는 이번 청문 절차에서 과기정통부는 처분에 대한 이통3사의 입장과 28㎓ 설비 추가 구축 계획이 있는지 등을 들을 예정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18일 28㎓ 주파수 할당 조건인 무선장치 이행률을 점검한 결과 이통3사가 의무 구축 수량을 채우지 않은 만큼 할당취소(KT·LG유플러스)와 사용단축(SKT) 처분을 예고했다.

지난 2018년 과기정통부는 28㎓ 주파수를 5G 서비스용으로 할당하며 1만5000개의 무선장치(무선 기지국 약 7500개)를 의무 구축하도록 조건을 부가한 바 있다.

하지만 과기정통부가 지난 4월 이통3사로부터 제출받은 이행 실적을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과 전문가를 통해 평가한 결과 SKT 30.5점, LG유플러스 28.9점, KT 27.3점으로 이통3사 모두 의무 구축 수량에 미달(10% 내외)하는 이행률을 보였다.

통신 업계에선 남은 기간 1만5000개의 무선장치 구축을 달성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어려운 만큼 KT와 LG유플러스에 대한 28㎓ 주파수 할당 취소는 원안대로 통과될 것으로 보고 있다.

처분이 확정되면 KT와 LG유플러스는 28㎓ 주파수를 활용한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된다. 할당 취소를 면한 SKT도 내년 5월까지 1만5000개 무선장치를 구축하지 않을 경우 할당이 자동 취소된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그동안 정부는 이통3사에 할당 조건을 이행하도록 지속해서 독려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지원해 왔으나 이런 결과가 나와 유감이다"라며 "향후 정부는 신규 사업자 진입을 촉진하고 기존 사업자 중 1개 사업자에게만 주파수 이용을 허용하는 등 사업자 간 경쟁을 통한 5G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8㎓에 신규 사업자 받겠다는 과기정통부

28㎓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며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로 굳어진 국내 통신 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회수된 두 개 28㎓ 주파수 대역 중 하나에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5년 논의가 멈춘 '제4 이동통신사' 추진 계획 이후 약 7년 만에 나온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진입 계획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신규 이통통신 사업자 진입 추진과 함께 28㎓ 서비스에 필요한 신호제어용 주파수(앵커 주파수)를 시장 선호도가 높은 대역으로 공급하는 등 신규 사업자 투자 부담 감소와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새 할당방식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28㎓ 신규 사업자 지원 TF도 구성하는 등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유치를 위한 지원에 나섰다. TF에는 과기정통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 등 정부와 출연연 관계자가 참석해 신규 사업자 진입을 촉진할 수 있는 새 주파수 할당 방식과 정책적 지원 방안 등을 지속해서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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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문제로 신규 이통사 진입 가능성 작아..."주파수 매력도 없어"

하지만 28㎓ 주파수 기반 신규 사업자가 실제로 등장할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통신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목소리다.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가 시장에 진입하려면 기존 사업자가 깔아 놓은 유무선망을 따라잡기 위한 막대한 망 투자(CAPEX)가 선행되어야 한다. 소비자와 기업이 신규 사업자란 이유로 품질이 떨어지는 유무선 서비스를 참고 이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통3사가 지난 10년 동안 깔아온 LTE·5G 망 투자에 버금가는 막대한 재무적 지출이 필요하다. 실제로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제4 이동통신사 계획도 이러한 벽을 넘지 못하고 끝내 무산됐다.

국내 기업 집단 가운데 신규 이동통신사 설립을 위한 지출을 감당할 수 있는 곳으로는 삼성·SK·현대차·LG그룹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는 단말기·무선장비 사업으로 이통3사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고, SK와 LG그룹은 이미 SKT와 LG유플러스를 두고 유무선 통신 사업을 전개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커넥티드카,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 위해 이동통신 기술이 필요하지만, 지난 9월 KT와 7500억원대 지분교환을 진행해 혈맹을 맺음에 따라 실제 진출의 필요성은 크게 낮아진 상황이다. 내년 커넥티드카 전용망으로 LG유플러스를 채택하는 등 이통3사와 긴밀한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매물로 나올 800㎒ 폭 28㎓ 주파수 자체가 통신 사업용으로 매력이 떨어진다는 문제도 있다. 이통3사조차 상용화에 실패한 28㎓ 주파수에 통신 사업 경험이 없는 다른 사업자가 뛰어들 가능성이 작다는 주장이다.

28㎓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할 수 있지만, 전파 도달거리가 짧고 장애물을 통과하거나 피하는 능력이 약해 무선장치를 6㎓ 이하(서브 6㎓) 주파수보다 더 촘촘하게 깔아야 하는 문제가 있다. 빔 포밍(방향 집중) 등 최신 기술을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개별 무선장치의 단가도 더 비싸다.

그런데도 28㎓ 주파수에서만 이용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는 전무한 상황이다. 그나마 많은 데이터 전송을 요구하는 가상현실·메타버스·자율주행 등은 28㎓ 주파수를 활용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차곡차곡 상용화 절차를 밟고 있다.

일례로 이음5G(5G 특화망) 기반 28㎓ 주파수 활용의 대표 사례로 꼽히는 네이버 제2사옥 '1784'조차 초기 브레인리스 로봇 제어에 28㎓ 주파수 대신 4.7㎓ 주파수 대역을 사용했다. 28㎓ 주파수는 초거대 인공지능과 브레인리스 로봇간 통신·반응 속도를 끌어올리는 데에만 활용할 계획이다.

한 통신 업계 전문가는 "전 세계 어디서도 28㎓ 주파수를 활용한 B2C 사업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미국 버라이즌 등 28㎓ 주파수를 활용해 5G 상용화에 나선 사업자도 결국 5G 주파수 추가 할당을 받고 서브 6㎓ 기반 5G에 집중하고 있다"며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를 유치하려면 적어도 B2C 사업에 활용할 수 있는 3.7㎓ 주파수 대역 중 일부를 내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도 거론한 스타링크...28㎓ 없어도 되는데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 구애받지 않는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로 거론되고 있다.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인 스타링크는 저궤도에 위치한 수만대의 위성을 활용해 전 세계 어디에나 LTE급 속도로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기존 이동통신사처럼 지상에 망을 깔지 않아도 되는 만큼 특정 시장 진출을 위한 추가 인프라 투자가 필요 없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등 긴급 상황에서 그 유용성을 검증받음으로써 허황된 서비스가 아님을 입증했다.

스페이스X는 내년 1분기 국내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홈페이지에 공지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23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대표와 온라인 회동에서 '스타링크'를 언급하며 이동통신 관련 협력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스페이스X는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스타링크의 신호를 지상 건물과 기기에 분배하기 위해 28㎓ 주파수 사용을 요청하는 등 28㎓ 주파수 기반 이동통신 사업자에 대한 기대감을 한층 키우기도 했다.

하지만 스페이스X가 실제 국내 사업을 위해 넘어야 할 벽은 많다. 일단 안보를 위해 해외 사업자는 국내에서 이동통신 사업을 전개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해외 사업자가 기간통신 사업자 등록을 받으려면 국내에 법인을 설립하고 지분이 49%를 넘어서는 안 된다. 공익성 심사를 따로 받음으로써 지분 제한 예외를 인정받아야만 외국 기업이 국내 이동통신 사업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다. 다만 FTA(자유무역협정)에 따른 간접 투자는 100% 가능하다.

더 큰 문제는 사실 스페이스X가 국내 서비스를 할 때 28㎓ 주파수는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스타링크는 지상 안테나에 신호를 전달하는 데 위성통신에 널리 활용되는 KU 밴드(12㎓)를 이용하고 있다. KT SAT의 정지궤도 위성과의 일부 주파수 중복 문제를 해결하면 28㎓ 주파수를 할당받지 않아도 국내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스페이스X의 28㎓ 주파수는 미국 오지에 위치한 건물이나 공장 등에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하기 위해 따로 신청한 주파수로, 미국 내 사용에 한정된다.

박윤규 차관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위성 활용 사업자의 (28㎓ 주파수) 경쟁력은 상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정책 당국으로선 (스페이스X와 지난 7월 이후) 전혀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상황이고, 있더라도 통신 위성을 통한 것은 굉장히 제한적인 서비스가 될 것"이라며 스페이스X의 국내 진출에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신규 사업자 추진보다 효과적인 28㎓ 활용 방안 찾아야

이러한 복잡한 이유로 과기정통부가 추진하는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진입 추진은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남은 것은 '계륵'으로 전락한 28㎓ 주파수를 정부와 이통3사가 다시 머리를 맞대고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뿐이다.

김용희 동국대 영상대학원 교수는 "28㎓ 주파수 정책은 정부가 기업의 기술 발전을 기다려주는 인내가 필요하다"며 "5G를 포함해 많은 망 투자를 하고 있는 이동통신 사업자도 실제 효율적인 운영이 어려워서 이번 28㎓ 주파수 할당 취소 사태가 벌어지는데, 신규 사업자가 28㎓ 주파수를 할당 받아 효율성 있는 상품·서비스·전략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이통3사도 손 놓고 28㎓ 주파수를 방치할 게 아니라 주파수를 이음5G 특화망 등으로 전환해서 서비스 가능한 B2B 상품을 만들고 이후 B2C에 적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주경제=강일용 기자 zero@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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