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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지루하면 어때’…네덜란드, 실용축구로 8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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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71세 루이 판할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가 가장 먼저 카타르월드컵 8강행 티켓을 끊었다. 특유의 실용축구 효과를 톡톡히 봤다. 4일 미국을 3-1로 물리친 뒤 감격을 나누는 선수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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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판할 네덜란드 감독이 ‘지루한 축구’의 힘을 증명했다.”

미국 ESPN은 카타르월드컵에서 처음으로 8강 진출을 확정한 네덜란드를 이렇게 평가했다. 네덜란드는 4일(한국시간) 카타르 알라이얀의 칼리파 인터내셔널 스타디움에서 열린 16강전에서 미국을 3-1로 물리쳤다. 2014 브라질월드컵 이후 8년 만에 월드컵 본선에 복귀한 네덜란드는 조별리그 A조 1위(2승1무)로 16강에 오른 뒤, 통산 7번째 8강 진출까지 일궜다. ESPN은 “30년 이상의 지도자 경력을 보유한 71세의 백전노장 판할 감독은 월드컵 무대에서 실력을 입증해야 할 만한 인물은 아니다. 그래도 굳이 증명해야 한다면 이번 미국전이 좋은 예”라며 판할 감독의 지도력을 칭찬했다. 1951년생 판할 감독은 이번 월드컵 참가국 32개국 감독 가운데 최고령이다. 그는 2014 브라질월드컵 때도 네덜란드를 이끌었다. 당시엔 3위를 차지하며 ‘명장’ 의 면모를 과시했다.

네덜란드는 조별리그까지만 해도 신통찮은 경기력 비난을 받았다. ‘전원 공격, 전원 수비’ 전술 ‘토털 사커’의 원조인 네덜란드는 줄곧 공·수에서 창의적이면서 역동적인 경기로 월드컵에서 숱한 명승부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선 달랐다. 판할 감독은 네덜란드 특유의 빠르고 화려한 축구 대신 간결한 패스 위주로 경기를 펼치면서 후방에선 안정적으로 지키는 ‘실용 축구’를 펼쳤다. 그러자 일부 팬과 언론은 “경기가 지루하다”며 비난했다. 특히 네덜란드가 조별리그 2차전에서 에콰도르와 1-1로 비기자 스포츠 매체 디 애슬래틱은 “이런 경기는 ‘구석기 시대 축구’라고 불러야 한다”고 비꼬았다. 이후 판할 감독은 언론과 설전까지 벌였다. 16강 진출 확정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그는 “경기 내용에 실망했다는 여러분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 (우리 경기가) 재미없다고 하면서 왜 집에 가지 않느냐”고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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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판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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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그는 성적으로 비난 여론을 잠재웠다. 네덜란드가 무패의 전적으로 8강에 오르자 판할 감독에 쏟아지던 비난도 수그러들었다. 로이터는 “미국과의 경기 후반전 대부분 네덜란드는 무리하지 않는 ‘실용 축구’를 펼쳤는데, 이는 최근 판할 감독의 상징이 된 축구”라며 “이 전술로 판할 감독은 친구(많은 지지자)를 얻지는 못하겠지만, 승리는 챙겼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토털 축구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기는 게 중요하다는 그의 경기 방식을 입증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날 네덜란드는 대부분 공격 지표에서 미국에 밀렸다. 점유율 33%-54%, 슈팅 11-18개(유효슈팅 6-7개), 패스 횟수 396-567회 등에서 모두 미국에 뒤졌다. 대신 네덜란드는 전반 10분 만에 선제골이 터지자, 이후엔 안정적인 경기 운영으로 리드를 지켜냈다.

미국전 승리 후 판할 감독은 ‘비판 여론이 신경 쓰였냐’는 취재진 질문에 “언론이 항상 긍정적으로 보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축구에서는 당연한 일”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강호들이 이번 대회에서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우린 아직 3경기를 더 해야 한다”며 우승에 대한 야망을 숨기지 않았다. 네덜란드의 8강 상대는 리오넬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다. 두 팀은 10일 오전 4시 루사일 스타디움에서 맞붙는다. 판할 감독은 “우린 세계 챔피언이 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한편 양국 팬들은 아르헨티나 출신인 막시마 소레기에타(51) 네덜란드 왕비가 네덜란드-아르헨티나의 8강전에서 어느 나라를 응원할 지 높은 관심을 보인다.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나고 자란 소레기에타 왕비는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뉴욕에서 일하다 빌럼 알렉산더르(55) 당시 왕자를 만나 2002년 결혼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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