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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잡 벗고 출전했다고… 이란 선수, 집 강제 철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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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정부 시위대의 '국민 영웅'된 뒤 보복당한 듯
"귀국 후 정부로부터 집요한 괴롭힘 당해"
한국일보

이란 선수 엘나즈 레카비가 지난 10월 16일 서울 중랑구 용마폭포공원 스포츠클라이밍 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 결승전에 히잡을 쓰지 않고 경기에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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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열린 국제 스포츠클라이밍 대회에 히잡을 벗고 출전하면서 일약 '국민 영웅'이 된 이란의 엘나즈 레카비(33)의 집이 강제 철거됐다. 그가 반정부 시위에 동조했다는 이유로 이란 정부로부터 보복을 당한 것이라는 의혹이 재차 제기됐다.

2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은 이란 북서부 잔잔주(州)의 레카비 가족 주택이 무너져 있는 모습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폐허가 된 집터에는 레카비의 오빠 다부드 가 울부짖는 모습도 담겼다. 다부드 역시 국내외 대회서 수상 경력이 많은 스포츠클라이밍 선수다.

완전히 무너져내린 건물 외벽과 지붕 잔해 사이로 각종 대회에서 받은 메달도 널브러져 있었다. 신원 미상의 동영상 촬영자는 "이 나라에 산 결과가 이거다. 메달을 몇 개씩 국가에 안긴 국가의 챔피언한테 일어난 일"이라며 "열심히 노력해서 국가의 이름을 드높였는데, 후추 스프레이를 뿌리고 집을 부수고 떠나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택이 언제, 왜 철거됐는지, 누가 철거를 주도했는지 등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CNN은 전했다.

반정부 성향의 이란 매체인 이란와이어 영문판은 이란 경찰이 주택을 철거했으며, 다부드는 미상의 '위반 사항' 때문에 약 5,000달러(651만원)에 해당하는 과징금까지 부과받았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또한 레카비가 지난 10월 문제의 한국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이후, 이란 당국으로부터 집요한 괴롭힘을 당했다고도 전했다.

다만 이란 반관영 타스님통신은 "레카비 집이 철거당한 건 맞지만, 이 집이 공식적인 건축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철거 또한 히잡을 쓰지 않고 대회에 출전한 지난 10월 이전에 발생한 일이라고도 했다.

레카비가 철거된 주택에 살고 있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그는 귀국 후 부친 집에 가택 연금 상태라는 보도가 나온 바 있다.

레카비는 10월 중순 서울 한강공원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 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은 채로 출전했다. 당시 이란에서 격화하던 '히잡 시위'를 지지하는 의미였다는 관측이 많았다. 그러나 엘나즈는 귀국 직후 히잡 미착용이 의도되지 않은 일이었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 또한 이란 정부의 강압에 의한 것으로 풀이됐다.

권영은 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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