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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국영 추모하러 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대’에 휘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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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굿모닝 홍콩

조선일보

연극 ‘굿모닝 홍콩’은 장국영을 추모하러 간 홍콩에서 민주화 시위대를 만나 뜻밖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들린다. /극단 명작옥수수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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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4월 1일 밤 근무 중에 국제부에서 속보가 전해졌다. 홍콩 배우 겸 가수 장국영 자살. 만우절 거짓말이겠거니 했는데 사실이었다. 장국영은 홍콩 중심가 만다린 호텔 24층 객실에서 뛰어내렸다. “심적 고통을 겪었다”는 짤막한 유서를 경찰이 발견했다. 거짓말 같은 별세 기사를 신문 사회면에 실었다.

대학로에서 개막한 연극 ‘굿모닝 홍콩’(이시원 작·최원종 연출)은 2019년 4월 1일 만우절에 장국영을 추모하기 위해 홍콩의 영화 촬영지를 순례하던 ‘아이 러브 홍콩’ 회원들이 민주화 시위대를 만나면서 펼쳐진다. 이야기의 두 바퀴는 장국영과 민주화. 홍콩에서 과거의 장국영을 추억하는 동안 한국의 민주화를 떠올리게 하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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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비정전'의 장국영


관객은 극장에 들어갈 때부터 장국영의 노래를 듣는다. ‘영웅본색’ ‘천녀유혼’ ‘아비정전’ 등 그가 출연한 영화 속 장면들이 무대에 흐른다. 1990년대 홍콩이 낭만적이고 웃음을 머금게 한다면 지금의 홍콩은 차갑고 비정하다. 홍콩 여행길에 오른 회원들은 장국영이 출연한 영화를 오마주(재현)하다 방독면을 쓰고 우산을 든 채 “광복홍콩 시대혁명(光復香港 時代革命)”을 외치는 민주화 시위대에 휩쓸린다. 그 소용돌이 속에 기찬은 ‘87년 나이키 에어조던2′ 한 짝을 잃어버리게 된다. ‘장국영 에디션’이라는 그 운동화를 찾으려면 홍콩 거리에서 시위대와 계속 마주쳐야 한다.

극단 명작옥수수밭이 만든 이 연극은 무대의 삼면을 스크린처럼 사용하면서 공간을 확장한다. 시작하자마자 ‘영웅본색’ 속 거리의 총격전을 우스꽝스럽게 재현하며 관객을 그때 그 시절로 데려간다. 홍콩과 장국영, 바리케이드와 민주화를 하나로 꿰는 솜씨가 좋다. 김동현·최영도·공재민·김여진 등 배우들의 호흡도 믿음직스럽다. 다만 선명하지 않은 영상을 비롯해 연출이 거칠다. 더 세련되게 규모를 키워나갈 수 있는 연극이다.

만우절에 들이닥친 홍콩 스타 장국영의 죽음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마흔여섯, 배우 경력의 절정에서 허리가 꺾인 이 비극은 젊은 날의 추억을 그와 공유한 관객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연극 ‘굿모닝 홍콩’은 100분짜리 힐링 여행이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러닝셔츠 차림으로 춤추는 ‘아비정전’ 속 장국영과 재회할 수 있다. 공연은 11일까지 민송아트홀 1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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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2003년 4월 2일자 사회면에 실린 장국영 별세 기사


[박돈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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