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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과의 전쟁' 엘살바도르, 군인 1만명 도시봉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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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단 활동 중심지 소야팡고 포위, 갱단 조직원 색출 나서

지난달에는 죽은 갱단원 무덤 묘비 파괴까지

아시아경제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진. 갱단 색출을 위한 작전 준비 중인 엘살바도르 군인들의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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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갱단과의 전쟁'을 선포한 중미 국가 엘살바도르가 군인 1만명을 동원해 도시 전체를 봉쇄하고 갱단 색출에 나섰다.

4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군경은 엘살바도르의 수도 산살바도르에서 서쪽으로 13㎞ 떨어진 소야팡고를 포위하고 시민들을 검문 중이다. 소야팡고는 엘살바도르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로 29만명이 거주하고 있는데, 이곳은 오랫동안 갱단 활동의 중심지로 알려져 왔다. BBC는 소야팡고로 통하는 모든 길목이 차단됐으며, 경찰들은 도시를 떠나려는 시민들을 막아서고 한 명, 한 명 신분증을 검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작전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이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이다. 그는 3일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소야팡고시는 완전히 포위됐다. 8500명의 군인과 1500명의 요원들이 도시를 포위했고, 경찰과 군대는 여전히 그곳에 남아있는 갱단 조직원들을 하나하나 색출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부켈레 대통령은 이후 같은 날 올린 다른 게시물에서 "일반 시민들은 두려워할 것 없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정상적으로 이어갈 수 있다. 이것은 정직한 시민들이 아닌, 범죄자들을 상대로 한 작전이다"라고 썼다.

부켈레 대통령은 지난 3월, 갱단이 급격히 늘어나 하루 62건의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영장 없이도 갱단원을 체포할 수 있도록 했고, 갱단 가입만으로도 중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손봤다. 지난 10월에는 2000명 이상의 경찰과 군인은 물론 드론까지 동원해 코마사과 지역을 봉쇄해 이틀간 용의자 50명을 체포하기도 했다.

엘살바도르의 올 1~10월 살인사건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에 대해 부켈레 대통령은 "작전의 효과가 있다"며 흡족해했다. '갱단과의 전쟁' 작전으로 9개월 동안 체포된 갱단 조직원은 무려 5만8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죽은 갱단도 소탕을 피해 갈 수는 없었다. 지난달 엘살바도르 정부는 수감자를 동원해 전국 곳곳에 있는 공동묘지 등에서 갱단원 무덤의 묘비를 부수는 등 망자 신원을 확인할 수 없도록 만드는 작업에 돌입했다. 대형 망치와 지렛대 등 파괴 장비를 손에 든 수감자들은 지난 11월1일 산살바도르 인근 라리베르타드주 산타테클라의 공동묘지에서 '마라 살바트루차' 갱단원들의 무덤 묘비를 파괴했다.

'MS-13'으로도 알려진 이 조직은 극도로 잔인한 폭력 행위로 악명 높은 갱단 중 하나다. 1980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한 이민자를 중심으로 결성한 이 조직은 미국 등 북중미에서 주로 활동하며 살인·시신 훼손·납치·인신매매 등 범죄를 저질렀다. 인근 지역 콜론에서도 수감자들이 비슷한 임무를 맡았다. 당시 오시리스 루나 메사 법무부 차관은 "폭력조직원은 인정받을 가치가 없기 때문에 무덤을 없애 버리고 있다"며 "갱단이 발붙일 곳 없게 만들겠다"고 밝혔다.

인권단체들은 이러한 초강경 갱단 소탕에 대해 정부가 단속 과정에서 시민들의 외모나 나이, 주거지만을 근거로 체포를 하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비상사태 선포 이후 엘살바도르에서는 경찰의 체포·구금 권한이 확대됐을 뿐 아니라 변호사 접근권 또한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비정부기구 집계에 따르면 갱단 단속 과정에서 최소 수천 건의 인권침해가 확인됐으며, 수감 중 사망한 사람도 최소 8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엘살바도르 정부는 "이는 나라를 더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라며 당분간 지금과 같은 비상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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