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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실내마스크 미·유럽처럼 벗겠다" 대전시 통보…당국은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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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 마스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 대전시가 자체 행정명령을 통해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겠다고 방역 당국에 통보하면서다. 시는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방역당국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차원의 논의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

실외마스크 해제 이후 마스크를 벗고 손에 들고 이동하는 시민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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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시 "실내마스크, 정부가 해제 안 하면 자체적으로 해제"



대전시는 최근 ‘오는 15일까지 정부 차원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 자체 행정명령을 발동해 풀겠다’는 공문을 코로나19 중대본에 전달했다. 이미 식당·카페 등에서 대부분 사람이 마스크를 벗고 있어 실효성이 떨어지고, 아이들의 정서·언어 발달을 저해한다는 점 등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를 추진하는 이유로 들었다.

현행 감염병예방법 제49조 1항은 보건복지부 장관과 질병관리청장 외에 시·도지사 등 자치단체장도 감염병 예방 조치를 할 수 있는 주체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관해 정부와 다른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한 것은 처음이다.

앞서 이장우 대전시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이 시장은 지난달 4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이나 유럽은 실내외 마스크를 다 벗은 상태고, 출장차 다녀온 튀르키예 역시 마스크를 오래 전에 벗었다더라”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을 개인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모든 실내 장소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를 유지하고 있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방역 당국 "방역 완화는 중대본과 사전 협의 원칙"



질병관리청은 지난 2일 보도자료를 내고 “현재 인플루엔자 등과 함께 코로나19 겨울철 유행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는 지금까지의 방역조치 시행 절차에 맞춰 중대본 결정을 통해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지자체장이 방역조치를 강화할 때는 자체 결정할 수 있지만, 완화하고자 할 경우는 중대본과 사전 협의로 거치도록 운영돼 왔다”고 설명했다. 대전시의 요구에 사실상 퇴짜를 놓은 것이다.

중대본은 오는 15일 코로나19 방역조치 대응방향과 관련해 1차 전문가 공개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방역 정책은 지자체보다는 중앙정부가 일관된 흐름을 가지고 전 국민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기본”이라면서도 “코로나19 관련 여러 정책이 법적 의무화에서 권고로 넘어가는 것은 바람직하다”면서 “유행이 안정화되고 있고 대전시에서도 얘기가 나온 만큼 토론회에서 실내마스크 해제를 전향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위중증·사망 증가세, 독감 동시 유행 등 관건



방역당국 내에는 연내에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해제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중대본 고위 관계자는 “올겨울 3개월만 참고 넘기면 풀 것이라고 이미 예고했다”면서 “확진자가 연일 5만 명 발생하고, 매일 50명 이상 사망하는 상황에서 마지막 남은 방역 조치인 실내마스크를 성급하게 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중대본은 대중교통, 병원, 요양시설 등 일부 감염위험시설만 남기고 실내 마스크를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지만, 이 마저도 연내에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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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해제 시점에 대해 당국은 ‘내년 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은 지난 10월 31일 정례 브리핑에서 “완전히 새로운 변이가 나오지 않는다면 내년 봄에 실내 마스크를 벗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위원장은 4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반드시 3월까지 기다릴 것은 없다. 시기를 정해두기보다는 지표를 정해두고 그것을 참고삼아 결정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고위험군(60세 이상) 백신 접종률이 50%를 넘기고, 감염취약시설 접종률이 60%를 넘기고, 중환자 숫자가 안정돼 더는 안 늘 것이라는 확신이 들면 (봄 이전이라도) 실내 마스크를 해제해도 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환자 수가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검사·신고를 하지 않아 통계가 적게 잡히는 부분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위중증·사망 환자는 줄지 않고 오히려 늘고 있어 지금은 풀 시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외에 인플루엔자(독감) 등 호흡기 질환의 유행도 진행 중인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독감 유행 상황도 같이 봐야 하고, 이 두 질환이 동시 유행인 상황에서 대전시 내에 의료대응 체계가 얼마나 준비됐는지 등도 충분한 고려가 필요하다”면서 “상대적으로 의료대응이 잘 되는 수도권도 마스크 해제를 고민하고 있는데 대전시가 유행 전망 시뮬레이션 자료 등 근거를 제대로 갖췄는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지자체에서 방역조치 결정을 내릴 때는 반드시 여러 상황을 따지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면서 “해제를 하게 된다면 위중증·사망이 낮은 연령층부터 확대해 나가는 부분적 해제를 단계적으로 해 나가는 것이 고위험군 피해를 줄일 것”이라고 조언했다.

어환희 기자 eo.hwa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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