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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슛돌이’ 이강인 맹활약에...다시 소환된 故 유상철의 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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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인 스승 故 유상철의 소원

“건강한 일주일이 주어진다면...강인이 경기를 한번 보고 싶다”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강인(21‧스페인 마요르카)의 스승인 고(故) 유상철 췌장암 투병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두 사람은 2007년 KBS 예능프로그램 ‘날아라 슛돌이’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났다. 당시 이강인의 나이는 만 6세였다. 이 꼬마는 15년 뒤, 전세계인들이 보는 월드컵 무대에서 마치 물 만난 고기마냥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러나 유상철은 아쉽게도 이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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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방송된 ‘날아라 슛돌이’에서 이강인이 유상철 등에 업혀 있다./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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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은 2019년 10월 췌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췌장암 4기의 평균 수명은 4~8개월. 5년 생존율은 약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유상철은 병마와 싸우며 버텼다. 2020년 12월에는 환우와 축구팬들에게 희망과 꿈을 주겠다며, 췌장암 투병기를 담은 유튜브 콘텐츠 ‘유비컨티뉴’를 공개하기도 했다. 유비컨티뉴는 유 감독의 별명인 ‘유비’와 ‘계속되다’라는 뜻의 영어 ‘컨티뉴(continue)’를 합친 말이다.

당시 유비컨티뉴 3~4회에는 유상철과 이강인의 만남이 그려졌다. 영상 초반 제작진은 유상철에게 ‘건강한 1주일이 주어진다면’이라는 질문을 했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유 전 감독은 “’강인이가 하고 있는 경기를 직접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 있다”며 “그 1주일이 주어진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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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철/유튜브 '유비컨티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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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경기장 분위기라든지, 강인이가 훈련 등 어떻게 지내는지도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보고 싶다”고 말해 축구팬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이어진 장면에서 두 사람은 오랜만에 만나 식사를 했다. 유상철은 부상을 당했던 이강인에게 “근육은 2주 지나면 부상이 없지만 완전히 치료를 안 하면 재발해서 더 오래간다”며 세심한 조언을 건네며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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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유상철, 이강인/인천유나이티드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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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상철은 “선생님이 몸이 안 아팠으면 정말 스페인에 가려고 했다”면서 “경기도 보고 훈련도 보고 너 사는 것도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강인은 “오시면 되죠. 건강해지셔서 오면 좋죠. 스페인이 될지, 다른 곳이 될지 아닐지 모르지만”이라고 답했다. 유상철은 “대표팀 경기일 수도 있고, 다른 리그 경기일 수도 있고, 선생님이 치료 잘해서 경기를 보러 갈게”라고 답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유상철은 이강인의 경기를 보지 못하고 지난해 6월 세상을 떠났다. 이강인은 이날 인스타그램에 “제가 베푸셨던 드높은 은혜에 보답해드리기도 전에 먼저 세상을 떠나셔서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라며 “제가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더 좋은 선수가 되는 것이 제가 감독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계신 곳에서 꼭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약 1년 뒤, 이강인은 보란 듯이 월드컵 무대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H조 조별리그 1차전(우루과이), 2차전(가나)에서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그는 짧은 시간 출전에도 그라운드를 휘저으며 경기의 흐름을 단숨에 바꿨다. 거침없는 드리블과 정확한 패스로 득점을 만드는데 도움을 주며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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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현지시간)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에서 대한민국 이강인이 공을 향해 달리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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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전(포르투갈)에서는 0-1로 뒤진 상황에서 코너킥을 쏘아 올렸고, 이 공은 호날두 등에 맞고 골문 앞에 떨어졌다. 문전에 있던 김영권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왼발 발리슛으로 골문을 열었다.

하늘 아래에선 유상철 대신 ‘날아라 슛돌이’에서 코치로 팀을 이끈 가수 이정이 이강인을 칭찬했다. 이정은 3일 인스타그램에 “강인아. 코치님이랑 감독님은 그때 너 애기 때 월드컵 나오면 일 낼 거라고 단 둘이 이야기했었다”며 “상철이형 보고 계시죠. 모두 고생하셨다. 사랑합니다. 대한민국”이라고 유상철을 그리워했다. 이강인은 조용히 이 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축구팬들도 유상철의 유비컨티뉴 영상을 다시 돌려 보고 있다. 이들은 “이강인 뛰는 거 보니까 유상철 감독님 생각나더라”, “유상철 감독님 진짜 좋아했겠다”, “상철이 형 거기서 잘 보고 계시죠? 강인이 월드컵 활약상”, “강인이 잘 컸죠?”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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