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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온난화에 영구동토서 잠자던 ‘좀비 바이러스’ 부활…“인간에 위협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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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 시베리아서 바이러스 13종 발견…4만8500년전 묻힌 것으로 추정

“‘동물 사체 내 잠복’ 고대 병원체, 전염력 유지한 채 대거 세상 밖으로”

“인간 포함 동물에 전염 가능성…온난화로 위협 받는 일 잦아질 우려”

세계일보

영구동토층.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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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난화로 인해 러시아의 시베리아 영구 동토가 녹으면서 수만 년간 얼음 속에 갇혀있던 이른바 ‘좀비 바이러스’들이 전염력을 그대로 유지한 채 대거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문제는 이들 바이러스 중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전염될 수 있는 병원체가 존재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인간이 이들 바이러스의 위협을 받는 일이 잦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4일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프랑스, 러시아, 독일 연구진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최근 발표한 ‘고대 영구 동토층에서 부활한 진핵생물 바이러스에 대한 최신 정보’(An update on eukaryotic viruses revived from ancient permafrost)‘라는 논문에서 이 같이 밝혔다.

연구진은 시베리아 야쿠츠크 지역의 영구 동토에서 약 4만8500년 전 호수 밑에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바이러스를 포함해 인류가 처음 보는 바이러스 13종을 발견했다.

이들 바이러스는 얼어붙었던 토양이나 강은 물론 2만7000년 전 죽은 시베리아 늑대의 창자 등에서 발견됐으며, 아직 충분한 전염력을 갖추고 있는 상태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재활성화 속성을 이유로 이들 바이러스를 ‘좀비 바이러스’로 불렀다.

WP는 과거 연구진이 이미 영구 동토에서 고대 바이러스를 분리해낸 바 있지만, 이번 연구는 이 같은 좀비 바이러스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이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 논문의 공동 저자인 프랑스 엑스 마르세유대의 장미셸 클라베리 바이러스학 명예교수는 “우리가 찾아볼 때마다 이런 바이러스를 발견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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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구 동토에서 발견된 4만년 전 새끼 당나귀.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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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우선 이번에 연구된 바이러스는 아메바에만 전염성을 보이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간을 비롯한 동물에 전염될 수 있는 바이러스가 지상으로 노출될 가능성을 아예 배제할 수는 없다고 우려했다.

특히 얼어붙은 동물 내에 잠복하다 노출되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연구진은 주목한다.

실제 지난 2016년 러시아의 북시베리아에서는 폭염으로 영구 동토가 녹으면서 그 안에 있던 사슴 사체가 노출됐으며, 이와 접촉한 어린이 1명이 탄저병에 걸려 숨지고 성인 7명이 감염된 바 있다. 이 지역에서 탄저병이 발생한 것은 1941년 이후 처음이었다.

WP는 시베리아가 지구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 중 하나이기 때문에 앞으로 땅속에 얼어붙어 있던 유기체가 노출되는 일이 더 잦아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의학 논문 사전 등록 사이트 ‘바이오 아카이브’(bioRxiv.org)에 지난달 게재됐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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