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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월드컵 태극전사 지켜본 15살 백혈병 소녀 “저도 포기하지 않고 기적의 드라마를 쓸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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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백혈병 치료 중인 김재은양(15)과 아버지 김동진씨(43)의 지난 7월 모습. 아버지 김씨는 머리카락이 빠져 우울해하는 김양을 위로하기위해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김동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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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태극전사들처럼 포기하지 않고 기적의 드라마를 쓸 거예요.”

경북 칠곡군 순심여고 1학년 김재은양(15)은 지난 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활약 중인 손흥민 선수에게 특별한 ‘골 세레모니’를 부탁하는 글을 올렸다. 왼손 엄지와 검지로 ‘7’자 모양을 만들어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과 함께 쓴 장문의 편지다.

“뼈가 녹아내릴 것 같은 항암치료의 고통은 10대인 제가 감당하기에 너무 벅차요. 손흥민 선수님이 골을 넣고 (손가락으로) 7을 그려주신다면 행운과 용기가 생길 것 같아요.”

이 같은 사연은 칠곡의 한 로또 판매점에서 1등이 한꺼번에 ‘7장’이 나왔다는 소식과 맞물린다. 김재은양의 아버지 김동진씨(43)는 4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이 뉴스를 보고 ‘7’이라는 숫자에 행운이 찾아올 거란 생각에 사연을 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김재은양은 “칠곡에서 나고 자라다 보니 7이 행운의 숫자가 됐고, 손흥민 선수의 등 번호도 7번이라 (세레모니를 한다면) 나에게도 행운이 찾아올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백혈병을 이겨내고 건강한 모습으로 학교로 돌아가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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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은양(15)이 자신의 소셜미디어서비스(SNS)에 왼손 엄지와 검지를 펴 검지가 아래쪽으로 향하게 하는 ‘7’자 모양의 자세를 취한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이 자세는 김양이 손흥민 선수에게 부탁한 ‘골세레모니’다. 김재은양 SNS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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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그는 칠곡과 서울을 오가며 11개월째 항암치료를 받고 있다. 키가 172㎝로 커 초등학교 시절 투포환 선수로 활동하며 도 단위까지 출전할 만큼 건강했다. 그러다 대수롭지 않게 찾은 병원에서 급성 백혈병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청천벽력이었다. 지난 2월 본격적인 항암치료 후 62㎏였던 체중이 51㎏까지 줄었다고 한다.

지난 3일 오전 열린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도 치료 때문에 보지는 못했다.

김동진씨는 “(경기를 못본 재은이가) 일어나자마자 한국의 16강 진출 소식을 전하고 서로 얼싸안고 기뻐했다”며 “딸이 축구를 좋아해 월드컵 때마다 치킨을 주문해서 같이 챙겨보곤 했다. 특히 손흥민 선수를 제일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딸의 머리카락이 항암치료로 빠지기 시작하자 자신의 머리도 짧게 깎았다며 “어차피 머리카락은 또 나니까 같이 빡빡 밀자고 해서 이제는 둘 다 빡빡이”라고 웃었다. 일주일에 2~3번 서울 병원을 오가며 혼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마땅한 직장을 구하기가 어려워 일용직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재은양은 “한국이 16강에 올라갈 확률이 11%였다는데 저의 완치 확률은 11%보다 훨씬 높다고 한다”며 “나도 태극전사들처럼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달려서 병을 치료하고 친구들 곁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h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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