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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위믹스 상장 폐지=거래소의 갑질? 전문가들 “투자자도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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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이드, ‘상장 폐지 취소’ 가처분…법원 결정 7일 나올 듯

“투자 위험성 따질 책임, 거래소뿐 아니라 투자자에게도 있어”


한겨레

‘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가 지난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게임 업체 위메이드 가상자산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한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DAXA)에 항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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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게임업체 위메이드 가상자산 ‘위믹스’(WEMIX)의 거래 지원을 오는 8일 종료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위메이드와 투자자들이 크게 반발하면서 유통량의 정의 등 가상자산 공시 기준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위메이드가 거래소들을 상대로 낸 거래 지원 종료(상장 폐지) 취소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 여부를 법원이 오는 7일 결정할 것으로 보여, 그 결과에 눈길이 모아진다.

4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위메이드 쪽은 “거래소들의 갑작스런 거래 지원 종료 결정은 일방적인 ‘갑질’”이라고 주장한다.

거래소들은 “(이번 결정이)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다”라고 반박한다. 수 차례 소명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위메이드가 계속 유통량을 사실과 다르게 알려 혼란을 키웠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는 지난 2일 낸 입장문에서 “위메이드에 무려 16차례에 걸쳐 소명 요청을 했으나, 그 때마다 유통량을 달리 해 제출하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제공하는 등 투자자 보호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담보로 다른 가상자산을 대출받은 사실을 숨기려 했다”며 “이는 담보 제공 행위가 유동화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위메이드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위메이드는 이날 밤 늦게 공식 블로그를 통해 “(업비트 쪽 주장에) 하나하나 반박하지 않고 재판에서의 소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은 위메이드 편에 서서 거래소들을 비판하고 있다. 위믹스 투자자들이 모인 ‘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는 2일 서울 강남구 업비트 본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열고, “위믹스 상장폐지는 우리가 선택하고 투자한 프로젝트의 사업적 실패에 기인한 것이 아닌 닥사(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 등 위믹스 상장폐지를 결정한 가상자산 거래소 협의체)라는 거대하고 새로운 자본권력의 독단적이고 비합리적인 전횡으로 발생한 납득 불가능한 사건”이라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업계에선 “투자자 피해를 불러온 일차적인 책임은 거래소가 아닌 위메이드에 있으며, 특정 가상자산 프로젝트의 위험성을 살펴볼 책임이 거래소뿐 아니라 투자자들에게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한 가상자산 업계 전문가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거래소들이 많게는 세 차례에 걸쳐 위믹스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며 투자자들에게 위험 신호를 줬다. 실제로 상장 폐지 결정이 나오기 전 위믹스 가격이 꾸준히 내렸다. 그럼에도 일부 투자자가 위믹스를 처분하지 않아 손해를 본 건데, 이들 입장에선 아마 ‘내 판단이 잘못됐다’고 믿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번 일을 계기로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유통량의 의미를 비롯한 공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 김세희 유진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지금까지 유통량을 잘못 알렸다는 이유로 상장폐지를 당한 프로젝트는 대체로 공시 없이 가상자산을 새로 발행하거나 유통량의 절반 가까이를 락업(보호예수) 해제한 경우에 해당했다. 그런데 위믹스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서비스에 담보로 잡힌 위믹스까지 유통량으로 간주돼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며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에프티엑스(FTX) 파산 사태 등으로 인해 가상자산 발행사에 대한 투자자와 규제 당국의 불신이 커지면서 (거래소들이) 과감한 결단을 한 걸로 보인다. 비슷한 구조를 지닌 다른 게임사 등 가상자산 프로젝트들에 경종을 울리는 사례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가상자산 정보 플랫폼 쟁글의 장경필 분석팀장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는 통용되는 유통량 기준이 없다. 증권 시장처럼 의무 공시 제도도 도입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유통량이 고무줄처럼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게 가능하고, 정보 격차에 따른 불공정 거래 행위도 빈번하게 발생한다”며 “비슷한 일이 다시 일어나는 걸 막으려면 유통량에 대한 명확한 기준과 공시 가이드라인, 실시간 유통량 감시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는 지난 2일 위믹스가 가상자산 거래소들을 상대로 낸 거래지원 종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 대한 심리를 열었다. 재판부는 이날 양쪽에 오는 5일까지 추가 소명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거래지원 종료 하루 전인 7일 위믹스 쪽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지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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