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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유민! 유민!" 황희찬 역전골에도 '벤버지'는 웃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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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 벤투 감독과 포르투갈전 '직관' 영상 화제
전반 실점·득점에도 '망부석' 모드 침착하던 벤투
황희찬 역전골 나오자, 수비 강화 지시 '사자후'
한국일보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카타르 알라이얀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파울루 벤투(가운뎃줄 오른쪽 두 번째) 감독이 VIP석에서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알라이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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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부석'에서 '사자후'로.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한국과 포르투갈 경기가 열린 3일 새벽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시티 스타디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사령탑 파울루 벤투 감독은 그라운드 벤치가 아닌 VIP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조별리그 2차전 가나와의 경기에서 후반 추가 시간 한국의 코너킥 상황을 진행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끝내버린 심판에게 선수들을 대신해 거세게 항의하다 레드카드를 받은 탓이다. 벤치를 지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선수들에게 어떤 지시도 전달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벤투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냉철했고 간절했다.

90분 넘는 경기 내내 누구보다 애태웠을 벤투 감독의 모습은 바로 앞줄에서 경기를 관람한 유튜버가 촬영한 영상에 고스란히 담겼다. 구독자 112만 명을 보유한 유명 여행 유튜버 '곽튜브'는 3일 '벤투 감독님과 월드컵 16강행 직관썰-카타르(4)'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며 벤투 감독과 경기를 직관한 후기를 생생히 전했다.

전반 골을 먹어도, 만회해도 냉철한 '승부사' 벤투는 '망부석' 모드

한국일보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한국 벤투 감독이 관중석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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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을 보면 전반 5분 만에 포르투갈이 선제골을 뽑아내자 한국 관중들은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동요하지 않았다. 안타까움에 한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리기도 했지만, 비교적 침착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전반 27분 김영권의 동점골이 나오자 관중석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벤투 감독과 함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비토르 실베스트르 코치와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호했다.

이번에도 벤투 감독은 좀처럼 흥분하지 않은 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고, 이어지는 경기 흐름을 주시했다. 그 모습에 '곽튜브'가 환호하는 교민 응원단에게 "뒤에 계신 감독님이 잘 안 보인다"며 앉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전반전이 마무리된 이후 '곽튜브'는 "감독님이 뒤에서 욕인지 뭔지 모르겠는데 흥분을 진짜 많이 하(며 이런저런 말씀을 많이 하시)더라"고 전했다. 골을 먹었을 때도, 만회했을 때도 망부석처럼 앉아 있었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경기를 진두지휘하고 있었던 셈이다.

황희찬 역전골에도 "유민" "유민" 사자후... 방심 못 하도록 다그쳐

한국일보

한국시간으로 3일 새벽 카타르 알라이얀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최종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 황희찬이 결승골을 넣고 동료들과 기뻐하는 사이 벤투 감독이 통로로 내려와 지시하고 있다. 알라이얀(카타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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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반 추가시간 91분, 황희찬의 극적인 역전골이 터지자 관중석은 뒤집어졌다. 실베스트르 코치와 관계자들도 펄쩍펄쩍 뛰며 좋아했다.

온 경기장이 들뜬 함성으로 가득 찬 이 순간에도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곧장 "유민" "유민"을 큰소리로 목청껏 외치기 시작했다. 수비수 조유민(대전)을 투입하라는 신호였다. 한 점 차 승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수비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판단이었다. 벤투 감독의 목소리가 워낙 컸던 탓에 '곽튜브'도 "유민" "유민 고(GO)"를 따라 외치며 선수 교체 사인을 전달했다. '곽튜브' 영상에는 "골을 넣어도 (감독님은) 좋아하지 않고 계속 소리치셨다"는 자막이 흘러 나온다.

벤투 감독의 외침은 벤치에도 가닿았다.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는 공격수 조규성(전북)을 빼고 조유민을 투입시켰다. 이후에도 벤투 감독은 큰소리로 "우영! 우영!"을 외치며 중앙 수비수를 보고 있던 정우영을 미드필더로 올리라고 소리쳤다. 그렇게 추가 시간 6분 동안 아예 자리를 박차고 나와 계단에서 격한 제스처를 선보이며 선수들이 끝까지 방심하지 못하도록 다그쳤다.

승리 확정 이후, 선수들과 한명씩 포옹하며 그제서야 웃은 '벤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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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축구대표팀 파울루 벤투 감독이 29일(현지시간) 오후 카타르 도하 알 에글라 트레이닝센터에서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다. 도하(카타르)=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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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투 감독의 '사자후'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됐다. 벤투 감독의 경직된 표정이 풀린 건,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이 불리면서다. 한국이 승리를 확정하자, 벤투 감독은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 관중석을 빠져나갔다. 이후 세리머니와 인터뷰 등을 마치고 라커 룸으로 돌아오는 선수들을 통로에서부터 한 명 한 명씩 안아주며 기쁨을 나눴다.

벤투 감독은 그제서야 웃었다. 비록 선수들과 몸은 함께하지 못했지만, 마음만은 같았던 벤투 감독. 누리꾼들은 벤투 감독의 '뚝심의 리더십'을 치켜세우며 '벤버지(벤투 감독+아버지)'라는 애칭을 붙여 주기도 했다.

한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 이후 12년 만에 월드컵 16강에 진출한 한국 대표팀은 한국시간으로 6일 오전 4시 도하 스타디움 974에서 '세계 최강' 브라질과 8강 진출을 다툰다. 벤투 감독은 브라질전부터 벤치로 복귀한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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