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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J&J 병용 임상도 줄줄이 대기···유한양행 '렉라자' 美 진출 청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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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시작으로 EGFR 변이 비율 높은 아시아 시장 선공략

빠르면 2023년 하반기 국내 1차치료제로 승인급여 예상

얀센 '리브레반트' 병용임상 4건 진행 중···세계 시장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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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낫(Why Not)?"

유한양행(000100)의 3세대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로스 수(Ross A. Soo) 싱가포르 국립암연구소 박사는 이렇게 대답했다. 3일(현지시각)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연례회의(ESMO Asia Congress 2022)에서 발표된 렉라자의 LASER301 3상 임상 결과가 일차유효성 평가변수를 충족한 데다 글로벌 임상으로 진행된 만큼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NSCLC) 1차치료제로 허가를 받는 데 문제가 없어 보인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어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비중이 높은 아시아에서는 비용 부담 등으로 기존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현저히 낮다"며 "렉라자가 글로벌 표준요법이 될 만한 약이라고 보고, 보건당국의 허가를 받는다면 당연히 처방할 의향이 있다"고도 전했다.

◇ 글로벌 임상 통해 유효성·안전성 입증…전문가들, FDA 허가 낙관
현재까지 상업화에 성공한 3세대 EGFR 티로신키나아제억제제(TKI)는 렉라자를 비롯해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아멜리(성분명 오모러티닙)·이베사(성분명 퍼모너티닙) 등 4종이다. 이 중 다양한 인종이 참여하는 글로벌 임상을 통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약물은 타그리소와 렉라자 뿐이었다. 중국 바이오기업이 개발한 3세대 EGFR-TKI 아멜리와 이베사는 3상 임상에서 유사한 수준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mPFS)을 나타냈지만 자국민(중국인) 대상으로만 임상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FDA 허가를 받지 못한 채 중국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이전에 치료 받은 적이 없는 활성형 EGFR 양성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NSCLC) 환자를 상대로 렉라자의 치료 효과를 평가한 LASER301 3상 임상에는 전 세계 13개국 119개 기관에서 393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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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ER301 연구의 글로벌 책임연구자(PI)인 조병철 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종양내과 교수)도 FDA 허가를 자신하고 있다. 조 교수는 "최근 FDA의 허가 동향을 살펴보면 동서양 인종을 고르게 포함한 다국가 임상 데이터를 요구하는 추세"라며 "LASER 301은 미국 거주자를 포함하지 않는 대신 다양한 인종이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유한양행 파트너인 얀센이 이중항암항체 '아미반타맙(성분명 리브레반트)'과 렉라자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MARIPOSA, CHRYSALIS 임상연구에 미국인들이 대거 포함된 점도 FDA 허가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게 조 교수의 판단이다.

현재 2차치료제로 쓰이고 있는 한국에서 내년 중 1차치료제로 허가를 받고, EGFR 변이 비율이 높은 아시아 시장으로 시작해 차츰 해외 시장 공략 범위를 넓혀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 얀센, 렉라자 병용임상 4건 동시 가동···선행연구서 ‘반응률 100%’ 확인

ESMO Asia 2022 현장에서 만난 폐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얀센이 진행 중인 병용요법 관련 글로벌 임상 결과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LASER301을 통해 '렉라자' 약물 단독만으로 강력한 종양억제 효과를 확인한 만큼, 병용요법의 시너지가 클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벤자민 솔로몬(Benjamin Solomon) 교수(호주 멜버른대학)는 3일 LASER301 결과에 대해 "최근 임상 결과들을 종합해볼 때 3세대 EGFR-TKI로서는 무진행 생존기간(mPFS) 20개월 개선보다 나은 결과를 입증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3세대 약물 사용 후 발현된 내성을 공략하는 4세대 EGFR-TKI과 같이 새로운 기전의 약물을 발굴하거나 기존 약물을 활용한 병용요법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렉라자와 리브레반트의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CHRYSALIS와 MARIPOSA 연구 결과를 기다려 볼만하다"고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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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현재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을 평가하는 글로벌 임상은 CHRYSALIS와 CHRYSALIS-2, MARIPOSA, MARIPOSA-2 등 총 4가지다. 유한양행이 아닌 얀센 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 얀센은 지난 2018년 11월 신약후보물질 단계인 레이저티닙의 전 세계(한국 제외) 독점 개발 및 판매 권한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최대 12억 5500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면서 유한양행과 인연을 맺었다. 반환의무가 없는 계약금이 5000만 달러,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가 최대 12억 500만 달러다. 이후 유한양행과 협력관계를 이어오며 렉라자 기반 다양한 병용요법의 임상 연구를 가동하고 있다. 렉라자 단독요법 개발은 유한양행이, 렉라자 병용요법 개발은 얀센이 주도하는 구조다.

학계에서는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과 렉라자 단독요법, 타그리소 단독요법의 폐암 1차치료 효과를 비교 평가하는 MARIPOSA 연구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다. 이번 LASER301 데이터에서 렉라자가 단독요법만으로 타그리소를 뛰어넘는 mPFS를 보여주면서 리브레반트와 병용 시 더욱 강력한 시너지가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앞서 CHRYSALIS 임상 초기 결과에서 긍정적 시그널을 보여준 것도 기대감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솔로몬 교수는 유럽종양학회(ESMO 2020)에서 발표된 CHRYSALIS 1b상 임상 결과를 거론하며 "선행치료 경험이 없는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 그룹에서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은 반응률(ORR) 100%를 기록했다"며 "MARIPOSA 연구 결과가 나오면 병용요법의 효능을 재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부터 병용임상 결과 나온다···폐암 1·2차 시장 정조준

학계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는 MARIPOSA 임상 결과는 오는 2024년 상반기경 확인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빠르면 해당 결과를 토대로 2025년 렉라자 병용요법을 통한 폐암 1차치료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렉라자 병용요법 관련 또다른 임상연구 CHRYSALIS-2와 MARIPOSA-2는 조금더 진행속도가 빠르다. 1차 연구 종료시점이 2023년 상반기로 예정되어 있어 긍정적 결과를 확인할 경우 2024년 FDA 허가 시도가 가능하리란 관측이 나온다. CHRYSALIS-2는 기존 EGFR-TKI 복용 후 암이 진행된 환자 대상으로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하는 연구다. MARIPOSA-2는 타그리소 복용 후 내성이 생긴 환자 대상으로 렉라자와 리브레반트 병용요법의 효과를 평가한다. 두 연구 모두 선행치료에 실패한 환자의 2차 또는 3차치료제로서 효능을 살펴보기 위한 연구다. 비록 1차치료제보다는 시장 규모가 작지만 현재 세포독성항암제 외에는 뚜렷한 옵션이 없는 분야여서 시장성이 충분하다고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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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서 만난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가 막대한 비용이 드는 임상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하고 헤드투헤드(head-to-head) 연구까지 추진하는 데는 그만큼 (약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이번에 LASER301 데이터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렉라자 단독요법의 FDA 허가에도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얀센이 미국 판매 전략을 짠다면 시장에서 더욱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J&J은 올해 10월 전략결정 컨퍼런스를 개최할 당시 2025년 목표매출액 600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 제약 부분에서 집중하고 있는 5개 후보군 중 하나로 '렉라자/아미반타맙' 조합을 꼽았다. 비소세포폐암 치료에 사용되는 렉라자와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이 최대 매출 50억 달러를 내며 회사의 매출 성장을 견인할 것이란 기대감도 나타냈다.

싱가포르=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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