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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월드] 방역과 민심 모두 놓쳐··· 커지는 ‘시진핑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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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

지난 5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투자계 전설로 꼽히는 조지 소로스는 중국 정부의 고강도 방역 정책 ‘제로 코로나’를 이 같이 혹평했다. 확진자 수 감소에 집착해 봉쇄와 격리로 일관한 제로 코로나가 중국은 물론 세계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소로스의 평가 이후 반년여 만에 제로 코로나는 실제로 집권 10년을 맞은 시 주석에 커다란 정치적 위기를 안기고 있다. 중국 전역에서 반(反) 방역 시위가 번질 정도로 민심은 시진핑 정부로부터 돌아섰기 때문이다. 성난 민심에 놀란 시진핑 정부는 뒤늦게 방역 규제를 풀고 있지만 상황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방역 완화에 대한 대비가 부실한 상태에서 ‘위드 코로나’로 전환은 자칫 확진자나 중증 환자·사망자 수가 걷잡을 수없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올 겨울 중국이 제로 코로나의 거센 역풍에 휩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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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옹성' 제로 코로나 결국 균열
지난 1일, 중국의 방역 사령탑인 쑨춘란 부총리는 방역 전문가 8명과의 좌담회에서 “오미크론 바이러스의 병원성이 약해지고 있어 예방·통제 조치를 더욱 최적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방역 총 책임자의 입에서 ‘오미크론의 병원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말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가 알고 있는 사실, 즉 오미크론 변이가 전염성은 높되 중증화 진행 정도는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점을 중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순간이다. 홍콩 명보는 “쑨 부총리는 중국 정부가 방역 고삐를 조이면서도 경제 활력을 되살릴 수 있다며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다이나믹 제로 코로나’라는 표현도 쏙 뺐다”고 전했다. 3월 코로나 19 확산을 막겠다며 경제 수도인 상하이 도시를 봉쇄해버릴 정도로 ‘질식 방역’을 펼쳐온 중국으로서는 매우 큰 각도의 태세 전환이었다. 지난달 말부터 중국 전역으로 급속히 번진 ‘백지 시위’, 즉 제로 코로나 반대 시위가 철옹성 같던 제로 코로나에 균열을 내버린 것이다.

이후 중국 정부는 빠른 속도로 방역 규제를 풀어나갔다. 수도 베이징과 광저우·충칭은 통제 구역을 최소화하고 확진자를 시설이 아닌 집에서 자가 격리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또 베이징과 광저우의 경우 코로나19 검사를 PCR(유전자증폭) 검사에서 신속항원 검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시 주석 스스로도 방역 완화로 돌아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1일 베이징에서 방중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상임의장과 회담하며 방역 봉쇄 규정에 대한 완화가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AFP 통신 등 외신들이 전했다. 성난 민심에 그가 결국 ‘백기’를 든 모양새다.



장쩌민 장례 계기로 ‘국가 전복’ 일어날라

이런 흐름은 제로 코로나가 결국 보건 문제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 측면에서 지속해 온 정책이었음을 시진핑 정부가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가 불과 지난달까지만 해도 방역을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는 있으나 제로 코로나를 폐지할 뜻은 없다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9년 톈안먼 사태를 연상케 하는 반대 시위가 펼쳐지자 중국 정부로서도 제로 코로나를 고집할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시 주석의 제로 코로나는 보건 위기를 정치 위기로 변화시켰다”고 꼬집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오는 6일로 예정돼 있는 장쩌민 전 주석의 장례식이 중국 전역의 ‘반 시진핑’ 동력이 응집되는 장이 되는 것을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블룸버그 통신은 “장쩌민의 사망은 제로 코로나 정책과 경기 침체를 초래한 시진핑에 대한 불만을 자극할 수 있다”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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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 폐지 시 200만명 사망”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고자 방역을 확 풀어버리면 오히려 재앙과 같은 코로나 재확산을 겪을 수 있다.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제로 코로나의 결과로 중국 인구 대부분은 코로나 19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부족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올해는 한국을 비롯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공존, 이른바 ‘위드 코로나’로 전환한 후 처음으로 맞는 겨울이다. SCMP는 “코로나 19 같은 호흡기 질환 발병률을 높이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지만 아직 확진자나 사망자 급증 사례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며 “과학자들은 백신 접종과 기존 감염 등으로 (코로나 19에 대한) 면역력이 높아진 것이 그 이유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사정은 이와 정반대다. 중국 정부는 지난 1년 동안 확진자를 집에나 검역 시설에 격리하는 방식을 택했고, 결과적으로 중국민들의 집단 면역 생성을 방해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발병 4년째를 맞은 현재 단계에서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한 핵심 요소로 면역을 꼽는다. 미국 캘리포니아대 전염병학과 주오펑 장 교수는 “코로나 확산과 중증화 여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이 아닌 인구의 면역 지형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낮은 접종률도 중국의 면역 수준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SCMP는 “현재 중국 인구 90% 이상이 2차 접종을 마쳤지만 부스터샷(3차) 접종률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확진 시 중증으로 갈 수 있는 노인 접종률이 낮다. 11월11일 현재 80세 이상 인구의 40%만이 부스터샷을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국 국무원이 전날 고령자에 대한 백신 접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는 팬데믹 기간 미국에서 100만명이 넘게 사망한 반면, 자국 사망자 수는 5000여명에 그친다는 점을 줄곧 강조하며 이를 제로 코로나가 서방의 방역 대책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로 내세운다. 그러나 제로 코로나가 사라진다면 상황은 급속도로 악화할 수 있다. 저우자퉁 중국 광사 좡족 자치구 질병통제센터장은 ‘상하이 예방의학저널’에 게재된 논문에서 코로나19 방역 조치가 홍콩처럼 즉각 완화되는 경우, 중국 본토 확진자 수가 2억3천300만명으로 늘고, 사망자도 200만 명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네이처 의학’에 실린 미중 연구진의 합동 분석에서도 백신 접종률 높이기나 의료체계 확충 등 ‘안전 장치’ 없이는 사망자 수가 150만 명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봤다. 연구진은 중환자실 입원 수요가 수용 가능치의 15배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도 예상했다. 영국의 정보분석업체 에어피니티는 지난달 28일 발표한 분석치에서 제로코로나 폐기 시 중국의 사망자 수가 130만∼210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조양준 기자 mryesandn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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