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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희망퇴직, 부서 통·폐합 돌입…감원 ‘칼바람’에 최대 수천명 증권가 떠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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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황일 땐 몸값 올라가고 스카우트도 많아"

"불황일 땐 사측서 데리고 있어야 할 이유 없어"

세계일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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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이어져 온 유동성 호황기에 막대한 수익을 누려왔던 증권사들에 감원 한파가 불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금리 인상기 금융과 부동산 시장에서 돈줄이 마르기 시작하며 증권사들의 실적도 악화하자 조직 축소와 감원, 사업 정리 등으로 허리띠를 바짝 조이고 있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까지 수백∼수천명의 '증권맨'들이 금융 중심지 여의도를 떠나야 할지도 모른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선제 위기 대응을 위해 고직급·고연령 임직원을 대상으로 자율 신청을 받아 인력 효율화를 도모하는 것"이라며 "최대 호황을 누렸던 작년에도 희망퇴직을 받았었다"고 설명했다.

대형 증권사는 아직 감원이나 사업 축소 계획이 없지만, 어려운 상황이 지속하거나 악화하면 비슷한 흐름을 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최근 한 대형사의 부사장은 내부 회의에서 인력 감축의 필요성을 언급했으나, 인사부장 등의 설득에 따라 무마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진 인력 감축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시장 상황이 계속 나아지지 않으면 내년엔 대형사에서도 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연봉의 전문계약직을 상대로 한 감원 조치는 이미 진행이 되고 있거나 실시를 염두에 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사는 평소 회사 내 전문계약직들은 성과에 따라 계약 연장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인력을 관리한다.

최근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업황 악화로 기업금융(IB) 사업부문 인력에 대한 감원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기업금융은 자산관리(WM)와 함께 증권사에서 수십억대의 고연봉 임직원이 가장 많이 나오는 사업부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기업금융 사업부 채권자본시장(DCM)에서도 부동산 PF는 다소 독특해서 시행사와 네트워크도 있어야 하고, 인력 풀도 좁다"며 "활황일 땐 몸값이 올라가고 스카우트도 많이 되지만 불황일 땐 회사 입장에서 데리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업종 특성상 최근 증권사들의 정규직 수는 일정하게 유지되는 편이었지만, 비정규직 직원 수는 시장 상황에 맞춰 고무줄처럼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대형사 8곳의 정규직 수는 2017년 12월말 1만5천630명에서 올해 9월말 1만4천905명으로 4.6% 줄었다.

반면 비정규직 수는 같은 기간 4천548명에서 6천210명으로 36.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몇년간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증권사들이 부동산 금융을 대폭 늘려 호실적을 거둔 시기 비정규직도 크게 늘어난 것이다.

결국 활황기에 유입된 인원을 상대로 증권사가 본격적인 '정리'에 나서면 내년까지 최대 수천명이 감원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전 글로벌 금융위기나 유럽발 재정위기 당시에도 수천명의 직원들이 여의도를 떠나야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업황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영 우려에 소문이 특별한 근거 없이 확대 재생산돼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원과 구조조정, 사업 축소 등 흉흉한 내용을 담은 '지라시'(정보지)가 대상 증권사의 이름만 바꿔가며 숱하게 나돌고 있지만, 뜬소문으로 판명된 사례가 적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누가 여의도에서 기침만 해도 '폐렴 걸렸다'고 소문이 나는 수준으로 불안이 과열됐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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