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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35억 파이어족 한정수 “광기 보고 지난해 코인 탈출… 나는 왜 ‘업’으로 돌아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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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릴레이 인터뷰

조선일보

경제적 자립을 통해 빠른 시기에 은퇴하려는 사람들을 뜻하는 '파이어족'으로 이름을 날린 한정수 연두컴퍼니 대표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투자 자산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지난해 대부분 청산했고, 사업을 한다고 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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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월즈음부터 가상화폐 시장에 광기가 차오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5월부터 보유한 가상화폐를 팔아 대부분을 현금화했고, 지금은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신한카드에 다니다가 투자로 성공해 35억원을 벌고 2021년 퇴사한 한정수(30)씨는 ‘파이어족’의 꿈을 이룬 청년으로 이름을 날렸다. 성공기가 언론에 소개되며 유명해졌고 이후 방송, 유튜브, 책을 통해 스토리를 전파했다. 그로부터 2년, ‘거품’이 빠지며 시장이 폭락한 요즈음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혹은 걱정하는) 이들이 늘었다. 그가 주로 투자했다고 밝힌 비트코인 가격이 고점 대비 4분의 1토막까지 내려와 있는 탓이다. 한씨는 “코인은 진작 많이 정리했고 지금은 ‘업(業)’에 주력하고 있다”고 했다.

‘파이어(FIRE)족’은 ‘경제적 자유, 빠른 은퇴’를 뜻하는 영문 ‘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의 앞글자를 딴 말이다. ‘유명 파이어족’인 한씨는 왜 다시 ‘업’으로 돌아갔을까. 지난달 25일 서울 성수동 사무실에서 한씨를 만났다. 그는 ‘연두컴퍼니 대표’라고 쓰인 명함을 건넸다.

한씨는 조선일보가 서울 대치동 세텍(SETEC)에서 12월 16~17일 주최하는 ‘2023 대한민국 재테크 박람회’ 연사로 참여해 ‘파이어족의 다섯 가지 공통점’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홈페이지(http://chosun-moneyexpo.co.kr)에서 사전 신청하면 무료로 박람회에 참석할 수 있다.

◇“지난해 봄부터 광기의 시장… 탈출했다”

-시장 하락으로 빈털털이가 되지 않았는지 걱정하는 분들이 있던데, 근황부터 알려주시죠.

“한때 제 투자 자산 중 90%를 차지할 정도로 가상화폐 비중이 높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5월부터 팔기 시작했고 지난해 말 본격적으로 매도했어요. 그후로 비트코인 위주로, 투자 자산의 20% 정도로 줄인 상태입니다. 가상화폐를 판 현금으로는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도 하고 직접 회사를 차려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

-가상화폐에 꽤 긍정적이지 않았나요. 왜 팔았습니까.

“지난해 4월 즈음부터, 광기가 심상치 않게 번진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보였습니다. 저는 2018년 초에 취직해 월급을 받기 시작했고, 그래서 투자도 그때 시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때가 비트코인 하락장이었어요. 가격이 10분의 1까지 내려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저는 하락장의 모습을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지난해 시장엔 이 하락장을 본 적이 없는 신규 투자자들이 매우 많았고 이들은 아예 가격이 하락한다는 생각 자체를 안하는 듯 보였습니다.”

조선일보

지난해 3월 '파이어족' 한정수씨를 소개했던 조선닷컴 기사. 신한카드에 다닌 지 3년 만에 35억원을 투자로 벌어 퇴사했다는 그의 스토리는 큰 화제가 됐다. /조선닷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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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광기의 신호를 보았나요.

“여럿 있었습니다. 예를 들면 페이코인 같은 가상화폐의 시가총액이 이를 발행한 상장사의 시총의 몇 배에 달한다던지, 업비트(한국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가 네이버ㆍ카카오 합친 것보다 더 많이 벌었다던지 하는 기사들을 보고 ‘말도 안 된다’라는 생각을 했죠. 뭔가 바로 눈앞에 가상화폐 세상이 잡힐 것처럼, ‘이게 바로 미래야!’라는 듯한 과도하게 낙관적인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이런 광기가 보이면, 팔아야 하는 거죠. 왜냐하면 ‘광기 장세’는 이미 들어올 사람은 다 들어왔고 빠질 일만 남았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아직 자산 중 20%는 가상화폐로 남겨놓은 이유는요.

“저는 비트코인ㆍ이더리움처럼 중앙화되지 않은 가상화폐와 나머지 코인은 완전히 구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보유한 가상화폐는 전자(前者)입니다. 비트코인의 기반이 된 블록체인의 정체성은 ‘중앙집중적인 제3자의 존재를 없애버리고 탈중앙화를 하자’라는 것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최근 대부분의 코인들은 발행사ㆍ운영사가 존재합니다. 탈중앙화라는 가상화폐의 애초 목적은 사라지고 그저 돈 먹고 돈 먹는 판이 되어버린 코인이 많습니다. 본질에 안 맞는 거죠. 저는 그래서 비트코인ㆍ이더리움을 제외한 다른 코인은 언젠가 전부 망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비트코인은 괜찮고요?

“비트코인은 다르죠. 진정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누구도 없앨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건 굉장한 가치죠. 4~5년 후쯤이면 가격이 회복되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해 4월 자신이 운영하는 유튜브 ‘세상학개론’에 ‘오를수록 하락장을 생각하자’라는 동영상을 올렸다. 코인 가격이 한창 오를 즈음, 코인 투자는 위험한 상황이라는 메시지를 담았는데 이후 하락장이 시작되면서 그의 경고는 현실이 됐다. 당시에 그가 한 말이다. “항상 하락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합니다. 이런 상승장에 진입하신 분들은 하락 위험에 대해선 생각을 안하고 얼마까지 벌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상승장은 영원하지 않습니다.”



◇“투자보다는 ‘업력’ 쌓이는 사업에 끌렸다”

-꽤 큰 돈을 벌었는데, 왜 다시 일을 합니까. 그렇게 되면 ‘빠른 은퇴’가 아니지 않습니까.

“일단 35억원 정도를 벌어 회사를 그만두고 나니, 이 돈이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음을 깨달았습니다. 어찌 보면 큰 돈일 수는 있겠죠. 로또를 세 번 맞은 정도의 돈이니 엄청나기도 하죠. 하지만 평생 아무 일도 안 하고 안락하게 살려면 이정도로는 부족하고, 300억원은 있어야 하겠더라고요. 그렇다면 35억원을 어떻게든 불려야 한다는 뜻인데, 투자보다는 사업을 통해 해보고 싶었습니다.”

-사업은 고되지 않습니까.

“저의 성격이 그럴 수도 있는데… 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람들도 만나고 무엇보다 ‘업력’이라는 것을 쌓을 수 있다는 면에서 사업에 끌렸습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투자는 오래한다고 업력이 쌓이는 분야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수십년을 해도 한 번의 실수로 돈을 날릴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이 보았습니다. 하지만 사업은 제가 젊을 때 시작한 셈이니까, 여러 경험을 하고 인맥을 늘려가면서 내공을 더 쌓을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나’라는 사람의 스토리를 더 만들어갈 수 있기도 하고요.”

조선일보

한정수 연두컴퍼니 대표가 지난달 25일 소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평소에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는 그는 콘텐츠 제작사를 만들고 엔터테인먼트 회사에도 지분 투자를 했다. /오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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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무슨 사업을 하나요.

“콘텐츠 제작사 겸 기획사입니다. 대학은 상경계열로 갔지만 어릴 때 저는 미술을 좋아했거든요. 문화 콘텐츠를 한번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최근에 5회짜리 웹드라마를 만들었는데, 드라마 자체 및 이와 관련한 동영상을 합쳐 조회수가 2600만회 넘게 나왔습니다. 최근엔 유명한 유튜브를 위한 콘텐츠 대행도 하고요. 앞으로는 보다 독자적인 콘텐츠를 많이 만들어보려고 합니다.”

한 대표는 이와 함께 약 2억원 정도를 엔터테인먼트 회사에 지분 투자했다고 말했다. 인수ㆍ합병이나 상장 같은 ‘엑시트(exit, 자금 회수)’ 기회가 온다면 5배 수준의 수익까지도 노릴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성공한 투자자의 공통점 “실수를 복기한다”

그는 지난해 자신처럼 자력으로 수십억원 수준을 번 사람들을 모집해 ‘클럽 알파’라는 모임을 만들었다. 22명이 모였다. 일종의 ‘파이어족 클럽’인 셈이다. 1인당 자산이 평균 70억원 정도라고 했다.

-이런 모임은 왜 만들었습니까.

“일종의 안전망이자 발판이랄까요. 회사를 나올 즈음 비슷하게 투자로 돈을 벌어 그만둔 두 친구가 있었습니다.(이 셋은 지금도 투자를 함께 하는 법인을 운영 중이다.) 셋이서 정보를 교류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큰 도움을 받았는데, 이런 사람들이 셋이 아니라 서른명 혹은 300명 있으면 얼마나 강력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사람을 모았습니다.”

-주로 어떻게 돈을 번 분들인가요.

“정말 다양합니다. 투자도 있지만 사업으로 번 분도 계시고, 40만명 이상 팔로어를 거느린 유튜브도 있고… 부동산으로 성공한 분, 스타트업을 창업해 성공적으로 엑시트한 분 등등 정말 다양합니다. 다만 돈을 물려받기만 해서 부자가 된 분은 받지 않습니다.”

-어떤 공통점들이 있던가요.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라는, 성공에 대한 열망이 있습니다. 아울러 오랜 기간 준비를 하고 내공을 쌓으면서 타이밍을 잘 기다립니다. 자산이 늘어나는 과정은 대부분 계단식이거든요. 지금처럼 큰 위기가 왔을 때, 다른 경쟁자들이 무너질 타이밍에 준비해둔 내공을 발휘해 기회를 포착해 한 단계를 뛰어오르는 것이지요. 또 하나의 공통점은 자신의 실수를 열심히 복기하더라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선 자신이 어떤 실수를 했는지를 알아야 하겠죠. 그래서인지 일기를 쓰거나 투자 노트를 작성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투자 실패를 했을 때, 그런 판단을 내렸던 과거를 돌아보면서 ‘광기의 시장에 나는 왜 낙관에 빠졌었나’라는 식으로 반성을 하는 거죠.”

-혹시 부동산 투자는 안 했나요.

“전혀 안 합니다. 부동산 투자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부의 정책과 규제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변수에 따라 영향을 너무 많이 받아서요. 내가 산 자산인데 사회간접자본같은 취급을 받는 느낌? 저는 지난해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다가 오피스텔로 독립은 했습니다. 월세를 살고 있습니다. 돈이 묶이는 것이 싫어서요.”

-일 안하고 살려면 300억원은 필요하다 했는데, 혹시 300억원을 벌면?

“글쎄요… 그때가 되면 ‘3000억원은 있어야겠다’고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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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박람회 홈페이지(www.chosun-moneyexpo.co.kr)에서 사전 등록을 하면 강연 참가, 1대1 PB 상담(조선일보 구독자만 가능), 전시회장 입장 등을 무료로 할 수 있다. 현장 등록은 입장료(5000원)를 내야 한다. 문의는 재테크박람회 운영사무국(1855-3568, money@chosun.com).

[김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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