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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월드컵 줌인] "세상은 바뀌어도 감동은 여전"...'93년 도하의 기적' 취재 기자 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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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축구,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 '기적'
1993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예선 취재기자도 감동의 추억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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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선수들이 3일 극적으로 포르투갈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16강에 진출한 뒤 자축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한국은 1993 미국 월드컵 아시아 예선 당시 이룩했던 '도하의 기적'처럼 극적으로 16강에 올랐다./알 라이얀(카타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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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 박순규 기자] "첫 눈이 하얗게 내리던 지난 밤 한국축구가 기적을 이루며 새 역사를 썼습니다. 꿈만 같았던 월드컵 16강 진출. 그것도 1994년 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의 기적을 이뤘던 카타르에서 말입니다. 1994년 카타르 도하의 기적을 현장에서 취재하며 경험했던 환희와 감격을 나는 다시 한번 맛봤습니다."

한국축구가 극적인 16강 진출에 성공하며 환희의 새벽을 열었다. 경기장에서 감동의 눈물을 흘린 선수들과 응원단, 그리고 한파에도 불구하고 거리응원을 펼친 국민들 모두 감동과 흥분으로 잠을 설쳤다. 한국 축구와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한 스포츠 기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29년 전 카타르 도하 현지에서 1993년 미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현장 취재한 이보상(71) 한국체육언론인회 수석 부회장(전 스포츠서울 기자)은 3일 다시는 없을 것 같았던 기적의 감동을 맛봤다며 이처럼 SNS에 소회를 밝혔다.

1979년 스포츠기자 세계에 뛰어들어 30년 이상 한국 축구와 함께 영욕을 함께하며 축구 기자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이보상 수석 부회장은 "공은 역시 둥글고 한국축구, 아니 한국인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민족입니다. IMF 외환위기와 같은 극한 상황에서 더욱 단결하고 힘을 내는 코리안....남은 토너먼트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큽니다. 대~한~민~국!"이라며 16강 녹다운 토너먼트에서 다시 한번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해줄 것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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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카타르 도하에서 한국 축구의 기적 같은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을 취재하던 당시의 이보상 전 스포츠서울 기자./이보상 제공


한국은 이날 펼쳐진 2022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H조 최종전에서 16강 진출의 대반전 드라마를 썼다.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을 꺾고 우루과이가 가나를 이기며, 그것도 2골차 이내의 최소 득점으로 승리해야 16강에 진출하는 실낱 같은 희망과 바람을 실제로 카타르 도하에서 이룩했다. 마치 '약속의 땅' 도하에서 1993년 미국월드컵 본선 진출을 이룩했던 것처럼 기적 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한국은 전반 초반 선제골을 내줬으나 김영권 황희찬의 연속골로 기적 같은 2-1 역전승을 거두고 1승 1무 1패 승점 4점을 기록, 2승 1패 승점 6점의 포르투갈에 이어 2위를 마크하며 16강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한국의 16강 진출에 결정적 조연 역할을 한 우루과이는 가나를 2-0으로 제압하며 한국과 함께 1승 1무 1패 승점 4점으로 골득실까지 0으로 같았으나 다득점에서 2골이 뒤져 3위로 탈락했다.

이보상 수석부회장은 "정말 29년 전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한국은 1993년 당시 중동 두 팀을 상대로 선전하며 상승 바람을 타다가 일본전에서 미우라에게 골을 먹어 꼬이기 시작했다. 북한과 최종전을 이기고도 이라크가 일본과 비기거나 이겨야 본선 티켓을 거머쥐는 상황이었는데 극적으로 그 시나리오가 성사됐다. 그때도 한국과 북한 경기가 먼저 끝나고, 다른 경기장의 경기가 끝나기를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이번과 똑같았다"며 당시의 순간을 회고했다.

1993년 10월 28일 카타르 도하에서 한국은 미국 월드컵 본선 진출팀을 가리는 최종 예선 마지막 순간까지 가슴을 졸이다 극적으로 환호했다. 한국은 북한에 3-0으로 이겼지만 같은 시간 다른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던 일본이 이라크에 2-1로 앞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기가 그대로 끝나면 한국은 3위로 본선 티켓을 잃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기적이 발생했다. 당시 최종예선에 나선 6개 대표팀 가운데 선두를 달리던 일본은 최종전 경기 종료 10초를 남겨두고 이라크 움란 자파르에게 통한의 2-2 동점골을 내주며 땅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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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카타르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대한민국과 포르투갈의 경기가 열린 3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파에도 불구하고 거리응원을 펼친 붉은악마 응원단과 시민들이 대한민국의 16강행이 확정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광화문=이동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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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방송에서 자주 나오는 당시 한국 선수단의 역사적 환호 장면에도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보상 수석 부회장은 "당시에는 지금처럼 휴대폰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 기자 한 명이 한국선수단의 대표로 일본과 이라크 경기가 벌어지는 경기장에 파견됐다. 경기 결과를 알려주기 위해 경기장에 간 한국 관계자는 기자였다. 당시 파견 기자에게는 연락용 워키토키(무전기) 한 대가 주어졌고, 다른 한 대는 한국-북한전 경기장 기자석의 축구협회 직원이 갖고 있었다. 그래서 경기를 먼저 마친 한국 관계자들은 모두가 이 직원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라운드의 선수단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직원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너무도 기쁜 나머지 기자들에게 먼저 알리기로 한 경기 결과를 "회장님!"이라고 크게 외치며 본부석의 축구협회 회장에게 먼저 뛰어가는 것이었다. 그래서 모두가 황당해하면서 직감적으로 한국의 본선 진출을 알았다. 그라운드에서 기자석의 직원 얼굴만 바라보고 있던 당시 박항서 코치가 이 직원의 표정을 보고 한국의 본선 진출을 알아챈 뒤 선수단에게 알려 모두가 환호하는 순간이 벌어졌다."

당시 본부석의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에게 "회장님!"을 외치며 달려간 직원은 그후 한국 축구 행정의 큰 역할을 하게 된다. 현재 한국 방송 신문 통신 스포츠기자 출신들의 모임인 한국체육언론인회(회장 서정훈·전 MBC 기자)의 수석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이보상 전 스포츠기자는 1979년부터 1998년 프랑스월드컵까지 일선 기자로 현장을 지켰으며 2002년 한일월드컵 때는 스포츠서울 편집국장을 맡아 한국의 4강 신화 기적을 지면에 담기도 했다.

skp2002@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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