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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커와 3년 재계약...T1은 '황제의 장기집권'에 베팅했다 [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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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현의 로그인 e스포츠] 는 게임을 넘어 스포츠, 그리고 문화콘텐츠로 성장하고 있는 e스포츠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인상 깊었던 경기들은 물론, 궁금했던 뒷이야기 나아가 산업으로서 e스포츠의 미래에 대해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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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 미드라이너 페이커(이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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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CK(리그오브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 구단 T1은 지난달 28일 페이커(이상혁)와 3년 재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1+1년, 2년 계약도 드문 LCK에서 3년 계약은 이례적이다. 특히 이번 계약은 무옵션인 것으로 알려졌다. 1+1년처럼 계약 연장 여부를 행사해야 연장되는 것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3년을 보장한다는 얘기다. 1996년생인 페이커는 올해 27살로 프로게이머로서는 젊지 않은 나이라 더 화제가 됐다. 계약 기간대로 변수 없이 3년 뒤인 2025년까지 활동을 이어간다면 그는 첫 30대 리그오브레전드 프로게이머가 될 가능성이 높다.

2013년에 T1의 전신인 SK텔레콤 T1에서 데뷔한 페이커는 10년 넘게 한 팀에서 활동한 ‘원 클럽 맨’이 됐다. 1년 단위로 계약이 이뤄지고 팀의 간판스타들도 자주 자리를 옮기는 롤판에선 최초다. 젠지 e스포츠의 룰러(박재혁), 광동 프릭스의 기인(김기인) 등 각 팀의 심장이라고 불리던 대표 선수들이 각각 중국리그인 LPL과 KT롤스터 등 다른 팀으로 대거 이적하는 대격변 속에 이뤄진 재계약이라 더욱 관심을 모았다.

T1은 이번 3년 계약으로 의리와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다년 계약으로 팀의 대표 선수에 대한 존중을 표하면서 동시에 실력과 화제성을 갖춘 최고의 스타를 뺏길 우려를 덜었기 때문이다. T1이 파격적인 선택에 나선 건 페이커의 꾸준함을 믿고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안웅기 T1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최근 인터뷰에서 페이커의 자기관리 능력을 재계약의 이유로 꼽기도 했다.

페이커는 10년 동안 T1에서 활동하며 전인미답의 기록을 세웠다. 우승 기록만 나열해도 리그오브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회, MSI(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 2회, LCK 10회에 달한다. LCK와 롤드컵 모두 최다 우승 기록이다. 개인 기록에서도 LCK 최다 출전(778전), 최다승(521승), 최다킬(2672킬) 등 중요 기록에서 모두 1위다. 올해에도 LCK 스프링 시즌 우승, 서머 시즌 준우승, MSI와 롤드컵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화제성 역시 '넘사벽'이다. 페이커의 공식 유튜브 구독자 수는 12월 1일 기준 167만 명이다. 소속팀인 T1의 공식 유튜브 구독자 수인 95만 명을 훌쩍 뛰어넘는다. 담원 기아 19만 명, DRX 14만 명, 젠지 e스포츠 9만9000명 등 타 구단의 구독자 수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구독자가 76만 명인 LCK보다 많을 정도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도 비슷한 상황이다. 페이커의 팔로워 수는 85만 명으로 T1 82만 명, LCK 20만 명, 젠지 12만 명, 담원 기아 10만 명, DRX 8만 명보다 월등히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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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1의 2023년 로스터 (왼쪽부터 제우스, 오너, 페이커, 구마유시, 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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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e스포츠 구단은 굿즈 판매 등 수익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지만 주요 수익원은 여전히 광고와 스폰서십이다. 광고주들이 원하는 건 브랜드 노출과 파급력이다. 잦은 노출을 위해선 팀의 성적이 중요하고 넓은 파급력을 위해선 팬덤을 확장해야 한다. 국내 리그와 국제 리그에서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고 가장 많은 팬덤을 지닌 페이커는 상업적 측면에서도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T1은 페이커와 장기 계약을 기반으로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으로 롤드컵 우승컵을 들어 올렸던 SK텔레콤 T1의 전성기 시절처럼 왕조 재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22년 아쉽게 롤드컵 준우승에 그쳤던 제우스(최우제), 오너(문현준), 페이커, 구마유시(이민형), 케리아(류민석)라는 소위 '제오페구케' 로스터를 유지한 만큼 올해부터 LCK는 물론 국제 대회 우승컵 사냥에 본격적으로 시동을 걸 전망이다.

이주현 기자 2Ju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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