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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100만원 하던 갤럭시22가 공짜?… 재고소진에 아이폰14 견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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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이동통신사 대리점의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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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김유정(여·31)씨는 최근 스마트폰을 구입한 직장 동료의 얘기를 듣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씨는 지난 3월 출고가 99만9000원의 갤럭시S22 단말기를 약 13만원의 지원금을 받아 86만9000원에 구입했다. 하지만 곧바로 게임옵티마이징서비스(GOS) 성능 저하 이슈가 터졌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지원금이 상향되면서 중고 가격이 덩달아 떨어졌다. 출시한 지 1년도 안 된 갤럭시S22가 최근엔 공짜폰을 넘어 웃돈을 더 주는 마이너스(-)폰이 됐다.

이동통신 3사의 불법 보조금 경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애플의 아이폰14 출시와 애플페이 국내 도입을 앞두고 삼성전자와 통신 3사가 갤럭시S22 시리즈에 대대적으로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2월 갤럭시S23 출시를 앞둔 재고소진의 성격이 강하지만, 아이폰14 출시에 따른 점유율 사수의 목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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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22 시리즈의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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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원 된 갤럭시S22, 17만원 추가 지급도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통신 3사는 지난 주말 서울 일부 지역 판매점에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인 갤럭시S22를 0원으로 풀면서, 3만원에서 최대 17만원의 차비를 추가로 지급하는 단발성 정책을 내놨다. 차비는 스마트폰을 구입한 뒤 리베이트 형식으로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지급하는 금액을 말한다. 물론 각 지역, 매장마다 정책이 다르고 요금제·부가서비스 가입 등의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구입한 단말기 가격에 비해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지원금을 가장 많이 투입한 곳은 LG유플러스였다. LG유플러스는 갤럭시S22을 구입하는 기기변경 가입자에게 17만원의 차비를 지급했다. 번호이동의 경우 13만원을 준다. SK텔레콤도 기기변경에 3만원, 번호이동에 4만원의 차비를 내세웠다. 해당 매장에서는 KT의 지원금은 없었다. 하지만 다른 KT 판매점의 경우 갤럭시S22를 구입하면 갤럭시워치5를 무료로 지급하는 곳도 있었다. 사실상 차비 대신 스마트워치를 지급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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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지난 3월 '삼성 멤버스' 앱에 올린 GOS 논란 관련 공지. /앱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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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에 따르면 공시지원금과 판매점 추가지원금 외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불법이다. 통신 3사는 “일부 판매점에서 자체적으로 지급한 보조금이다”라며 본사는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갤럭시S22는 삼성전자 입장에서 비운의 폰으로 불린다. 갤럭시S22는 올해 2월 25일 출시를 하자마자 GOS 이슈가 터졌다. GOS는 고성능 게임으로 인한 발열 문제를 막기 위해 게임 해상도와 구동 성능을 낮추는 기능이다. 문제는 비싼 비용을 들여 플래그십(최고급) 스마트폰을 구입했지만, 과도한 성능 제한으로 스마트폰을 100% 활용할 수 없다는 소비자 불만이 쏟아졌다. 통신사들은 빠르게 지원금을 상향하며, 제품 판매를 늘려왔다.

통신사들은 갤럭시S22 시리즈뿐만 아니라 각 사가 선정한 핵심 경쟁 제품에 보조금 지급을 집중해 가입자 유치 경쟁을 펼쳤다. KT는 2020년에 출시된 제품인 갤럭시S21에 차비 18만원을 지급했다. 특히 KT는 단발성 정책보다 많은 가입자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원금 상향에 마케팅비를 주로 사용했다. LG유플러스는 전용 모델인 갤럭시버디2에 힘을 싣고 있었다. 갤럭시버디2를 구입하는 번호이동 가입자에게는 30만원의 차비가 지급됐다.

서울 시내 한 판매점 관계자는 “갤럭시S22의 경우 일부만 접근이 가능한 단발성 지원금을 비롯해 공식적인 지원금까지 대폭 상향되면서 구입하기 아주 좋은 상황이 됐다”라며 “매장에 따라 일정 기간 고가요금제, 부가서비스 요금제를 가입해야 하는 조건이 있지만, 공식 대리점에서 구입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단발성 정책이 나오는 주말에 구입하는 것을 추천한다”고 했다.

◇ 통신사는 가입자 유치·제조사는 아이폰14 견제

스마트폰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받는 보조금은 삼성전자 등 제조사의 판매장려금과 통신사의 지원금으로 구성된다. 그간 통신 3사는 ‘무의미한 마케팅 경쟁’을 자제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대란’ 등 상시적인 단발성 정책이 있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치고 빠지는 ‘게릴라전’ 형태로 불법 보조금이 뿌려지고 있다. 이러한 방식은 통신사 입장에서 마케팅 비용을 절약하면서도 가입자를 유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 등도 피할 수 있다. 여전히 점유율 확보, 가입자 유치를 위해 특정 시기에 일부 판매점을 중심으로 불법 지원금이 제공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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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애플스토어 명동점에서 한 시민이 아이폰14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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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22 지원금이 늘어난 것은 애플의 영향도 크다. 지난 9월 출시된 애플 아이폰14는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보통 애플은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서 1~3분기에 점유율 20%대를 기록하지만, 신형 아이폰이 출시되는 4분기에는 40%대에 육박한다. 연간으로 치면 30%대의 점유율을 가져가는 것이다. 연말 특수와 아이폰14에 대한 방어의 목적으로 삼성전자의 판매장려금도 4분기 늘어난 상황으로 전해진다. 특히 아이폰14 프로의 대기 수요를 흡수하는데도 할인 전략이 효과가 있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가입자 유치를 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단말기에 지원금을 상향하는데 갤럭시S22는 올해 출시됐고 플래그십 모델이기 때문에 인기가 있다”라며 “가입자 확보라는 통신 3사의 니즈와 애플 견제라는 삼성전자의 이해관계 맞아떨어지면서 공짜폰, 마이너스폰이 탄생하게 됐다”고 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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