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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무늬만 무소속’ 끼워넣기… 상임위 10곳 꼼수입법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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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상임위원회 전체 18곳 들여다보니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합의를 요구하는 국회 선진화법을 무시하고 ‘다수당 입법 독재’로 운영할 수 있는 국회 상임위가 전체 18곳 중 최소 10곳에 이르는 것으로 2일 집계됐다. 이들 상임위에서는 민주당이 자기 당 출신의 ‘무늬만 무소속’ 의원들을 이용해 국회법상 숙의(熟議) 제도인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할 수 있다. 국민의힘은 “꼼수와 편법을 가리지 않는 민주당의 전횡은 독재국가와 닮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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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청래 위원장의 방송법 개정안 관련 찬반 토론 종료에 항의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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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가 국회 18개 상임위 구성을 분석한 결과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소속이고, 친(親)민주당 성향 무소속 또는 정의당·기본소득당 의원이 포함된 상임위는 10개에 달했다. 이 두 가지 조건에선 여야 이견을 조정하는 안건조정위가 무력화될 수 있다.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민주당이 단독 처리한 ‘방송법 개정안’이 대표적 사례다. 전날 국민의힘은 “공영방송이 노조에 장악될 우려가 있다”면서 안건조정위원회 회부를 요청했다. 국회선진화법으로 도입된 안건조정위는 여야 3명씩, 모두 6명으로 구성해 최대 90일간 이견을 조정하는 제도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성폭력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박완주 의원을 안건조정위원으로 넣었다. 형식상으론 민주당 3명, 국민의힘 2명, 무소속 1명이 안건조정위를 구성했지만 실제로는 ‘민주당 4명 대 국민의힘 2명’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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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최대 90일간 절충안을 논의할 수 있는 안건조정위는 2시간 50분 만에 종료됐다. 안건조정위 문턱을 넘어선 민주당은 뒤이은 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일방적으로 이 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협치하라고 만든 안건조정위를 무력화하고 있다”며 “두고두고 역사의 심판을 받을 일”이라고 비판했다.

과방위처럼 민주당이 ‘무늬만 무소속’을 동원할 수 있는 상임위는 정무위원회·교육위원회·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예산결산특별위원회까지 5곳이다. 이들 상임위는 ‘민주당 상임위원장+민주당 출신 무소속 위원’으로 구성됐다. 국민의힘이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구하더라도, 민주당 상임위원장이 민주당 출신 무소속을 내세워 얼마든지 무력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더해 야권이 유리한 상임위도 5곳이다. 여기는 ‘민주당 상임위원장+정의당·기본소득당 위원’ 조합이다. 문화체육관광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환경노동위원회·국토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가 여기에 해당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불법 파업을 보호하는 ‘노란봉투법’ 처리 과정에서 안건조정위가 구성될 경우, 민주당 전해철 환노위원장이 정의당 강은미 의원을 조정위원으로 밀어 넣을 개연성이 크다”고 했다.

민주당의 안건조정위 무력화는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때도 그랬다. 당시 안건조정위에 ‘알박기’로 투입될 예정이던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검수완박에 반대하자, 민주당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을 감행해 무소속이 됐다. 결국 민 의원은 무소속 안건조정위원으로 검수완박 법안 처리에 앞장섰다.

지난해 언론중재법 개정안 통과 때는 당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국민의힘 의원들과 나란히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이 됐다. ‘문재인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 의원이 민주당에 동조하면서 법안은 안건조정위에서 통과됐다. 이후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합당(合黨)했다.

후원금 횡령 의혹으로 민주당에서 제명된 무소속 윤미향 의원의 경우, 상임위를 넘나들며 ‘법안처리 해결사’ 노릇에 나선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의원은 지난해 8월 환노위에서 탄소중립기본법, 일년 뒤인 지난 9월에는 농해수위 소속으로 양곡관리법 개정안 일방 처리에 조력했다. 무소속 안건조정위원 자격으로 민주당 편에 선 것이다. ‘무소속 악용’이라는 비판에 대해 윤 의원은 “무소속으로 활동한 지 오래됐다”며 “원칙과 절차에 따라 안건조정위에 들어간 것”이라고 했었다.

[김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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