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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김명수 알박기’ 비판에도… 법원장 추천제 자화자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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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관인사제도委의 ‘대법원장 자의적 인사권’ 지적에 답변

조선일보

법원 안팎에서 ‘사법 포퓰리즘’이란 비판을 받는 ‘법원장 후보추천제’에 대해 법원행정처는 2일 “지난 3년간 큰 부작용 없이 비교적 원만히 이뤄졌고 법관들의 만족감도 상당하다”고 밝혔다.

지난달 전국 판사들의 직급별 대표 모임인 법관대표회의 산하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회가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인기 투표식이고 사법 포퓰리즘을 확대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있다”며 입장 표명을 요구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지방법원 소속 판사들이 법원장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이 가운데 한 명을 법원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9년 도입해 내년에는 전국 지방법원 20곳(인천지법 제외)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 제도에 대해 법원 내부에선 “대법원장이 제 사람을 챙기는 의도가 의심된다” “실력보다는 후배들에게 잘 보여 법원장이 되려는 법관들을 만들어내는 제도”라는 비판이 확산했다. 법관인사제도 분과위가 행정처에 답변을 요구한 것도 그와 같은 법원 내부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그럼에도 김 대법원장이 행정처를 통해 ‘자화자찬’식 답변을 내놓자 상당수 판사는 “그냥 ‘좋은 제도’라고 우기려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법관대표회의는 이 문제를 오는 5일로 예정된 정기 회의에 정식 안건으로 올릴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시 한번 법원장 후보추천제를 놓고 법원 내부가 들썩일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김 대법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 폐지와 함께 시행한 것이다. 원래 법원은 재판 실력을 평가해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법원장으로 발탁해 왔는데 김 대법원장이 이를 없애버린 것이다.

한 법조인은 “후배 판사들에게 인기만 얻으면 추천을 받아 법원장도 될 수 있는데 어떤 법관이 재판을 열심히 하고 또 후배들에게 재판을 독려하겠느냐”고 했다. 법원장 후보가 되려는 법관이 다른 판사들에게 ‘(나를) 꾹 눌러달라’는 내용의 소견문을 전달하거나 돌아가면서 밥을 사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재판 지연’ 문제로 이어졌다. 1심 판결이 2년 안에 나오지 않는 ‘장기 미제’ 사건이 최근 5년간 민사소송은 약 3배로, 형사소송은 약 2배로 늘었다.

대법원은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법관들의 의사를 폭넓게 수렴해 민주성을 강화하는 제도’라는 입장이지만 실제 운영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 많다. 김 대법원장은 진보판사 모임 국제인권법연구회의 회장을 지냈다. 한 법조인은 “문재인 정부에서 법원의 주류가 된 인권법연구회는 법원장 추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응집력을 가진 모임”이라며 “김 대법원장과 가까운 사람들이 그 제도를 통해 법원장이 돼 왔다”고 했다.

최근 이 문제가 다시 논란이 된 것은 내년 2월 상당수 일선 법원에서 법원장 인사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전국 최대 지방법원인 서울중앙지법에서는 송경근 민사1수석 부장판사, 반정우 부장판사 등이 법원장 후보로 최근 추천되는 등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를 놓고 “김 대법원장이 내년 9월 퇴임을 앞두고 자신의 측근을 ‘알 박기’ 하려 한다”는 말이 무성하다. 송 부장판사는 국제인권법연구회 출신이며, 반 부장판사는 김 대법원장의 비서실장 출신이다.

이런 상황에서 법관인사제도 분과위원장인 이영훈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가 지난달 23일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임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는 대법원장의 무리한 치적 알박기라는 비판이 있는 상황”이라며 “법원 구성원 총의를 반영한다는 취지가 몰각되고 전보다 대법원장이 더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법원행정처는 이날 법원 내부 게시판에 ‘사법 행정 담당자에 대한 질의 사항에 대한 회신’이라는 글로 답하며 “법원장 후보 추천제 시행으로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사법 행정 문화가 조성되고 법원장과 구성원 상호 소통이 원활해졌다”고 답했다. 이를 두고 법관인사제도 분과위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자의적 인사권 행사, 서울중앙지법원장 후보 추천에 대한 우려 등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했다.

[양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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