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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그림이 있는 도서관] 새하얀 눈 토끼야, 나와 내 친구에게 네 세상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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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책연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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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토끼

카미유 가로쉬 지음·그림 | 책연어린이 | 50쪽 | 1만5000원

눈 내리는 겨울, 깊은 숲속. 작은 오두막 안에서 두 소녀가 창 밖을 내다보고 있다. 한 소녀가 밖으로 나와 눈을 뭉친다. 손끝에서 귀여운 눈 토끼가 태어난다.

한 소녀는 밖으로 나왔는데, 왜 한 소녀는 집 안에서 지켜보고만 있을까. 그림책의 시선이 집 안으로 옮겨가면 독자는 그 이유를 깨닫는다. 휠체어에 앉아 창 밖을 내다보던 소녀. 창틀에 눈 토끼를 놓으며 기뻐하지만, 아름답고 단단한 것들은 쉬이 녹아내리고 휘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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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소녀는 눈 토끼가 더 녹기 전에 안고 함께 바깥으로 나간다. 한 명은 걸어서 또 한 명은 휠체어를 타고. 차가운 땅 위에 내려놓는 순간, 아이들의 눈에만 보이는 기적이 일어난다. 눈 토끼가 생명을 얻어 뛰어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손으로 그린 그림을 오려내고 무대를 만들 듯 화면을 구성한 뒤 직접 사진으로 촬영해 만든 책. 어여쁜 두 소녀의 시시각각 바뀌는 표정과 몸짓뿐 아니라, 희푸른 자작나무와 보랏빛 겨울새들, 눈송이를 꽃처럼 얹은 나무와 풀들까지 평면의 종이 위에서 3차원의 입체감을 얻는다. 밝은 렌즈의 심도에 의해 생겨나는 원근감은 아련한 생동감으로 바뀐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히 ‘글 없는 그림책’. 텍스트가 사라진 자리에 상황과 대화, 의미에 관한 상상력이 무한히 부풀어오른다.

눈 토끼를 쫓던 소녀의 휠체어가 야트막한 나무에 걸려 멈춰선다. 두 소녀를 둘러싼 숲속의 나무와 동물들이 낯설고 두려워질 때쯤 독자는 다시 한번 놀라운 장면을 목격하게 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상상력으로 빚어낸 기적의 시간이다.

글 없는 그림책이 익숙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워크북이 함께 제공된다. 아이와 함께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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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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