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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재명 방탄 탓” vs “이상민 방탄 탓”… 예산안 정기국회 처리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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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 처리시한 2일 결국 넘겨

여야, 책임 떠넘기며 서로 “네 탓”

사안마다 대치, 예산안 심사 난항

김진표 “8, 9일 본회의 개최”

동아일보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 시한인 2일을 결국 넘겼다. 여야는 이날 오전까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결국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열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사진)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에 내년도 나라살림 심사를 마치지 못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사과했다. 또 정기국회 내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8, 9일 이틀 본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벼랑 끝 대치를 이어가던 여야는 9일로 종료되는 정기국회 내 예산안을 처리하자는 데 원칙적으로 뜻을 모았다. 다만 ‘윤석열표 예산’을 둘러싼 입장 차가 극명한 상황이다. 아울러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이태원 핼러윈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를 두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어 정기국회 내 예산안 처리에도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 결국 처리 시한 넘긴 예산안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회동했지만 예산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는 열지 못했다.

결국 김 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법상 예산안 처리 시한을 어긴 것에 대해 사실상의 사과문을 내고 8, 9일 본회의를 열어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2014년 ‘국회 선진화법’ 시행 이후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경우라도, 모두 정기국회 회기 내에 예산안을 처리했다. 이번에도 정기국회 내에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 선진화법이 도입된 이후 여야는 법정 처리 시한을 준수한 2014년과 2020년을 포함해 예산안을 모두 정기국회 종료 때까지는 처리했다. 하지만 올해는 여야가 사안마다 대치하면서 예산안 심사가 난항을 겪고 있어 정기국회를 넘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산안을 논의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이날 오후 2시를 기점으로 종료되면서 앞으로의 예산안 협상은 여야 원내대표단과 예결위 양당 간사를 통해 이뤄질 예정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부턴 양당 정책위의장이 쟁점 해소를 위해 협의를 이어가기로 했다”며 “5일까지 이견이 해소되면 그 즈음에 처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으면 원내대표들이 쟁점을 해소해 정기국회 내에 처리하자고 했다”고 했다.

다만 이날도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 처리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공방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김미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는 내팽개친 채 ‘이재명 방탄’을 위한 해임건의안 정쟁 카드를 접을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에서 “640조 원에 달하는 내년도 예산안도, ‘퍼펙트스톰’ 위기에 시급한 민생법안도 모두 집권여당의 ‘이상민 방탄’ 앞에서 멈춰 섰다”고 비판했다.
○ 다음 주 李 해임건의안 처리 두고 촉각

김 의장은 이날 이 장관의 해임건의안 처리를 위해 5일에 본회의를 열어 달라는 야당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8일과 9일로 본회의 날짜를 확정하며 사실상 정기국회 내 처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발의 후 처음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으로 보고되며,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한다. 해임건의안을 8일 본회의에 보고한 뒤 9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이재명 대표를 위한 ‘방탄용’으로 규정하고, 국회 통과 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에 불참하겠다는 방침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의장이 8일과 9일로 본회의 날짜를 잡았다는 것은 결국 해임건의안을 (처리)하겠다는 뜻”이라며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이 표결되면 국민의힘은 국정조사에 응할 이유가 없어진다”고 했다.

민주당은 9일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처리한다는 게 기본 방침이지만, 곧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방안도 고려하는 모습이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다음 주 중반 의원총회를 열어 최종 입장을 정할 것”이라며 “해임건의안을 제출해 수용되지 않거나 (이 장관이) 사퇴하지 않으면 탄핵소추안을 내 정기국회 안에 (이 장관) 문책을 매듭짓겠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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