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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서훈 영장심사 10시간 만에 종료…‘역대 최장’ 박근혜 기록 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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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검찰이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의 최고 결정권자로 지목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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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서해 피살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의 최고 결정권자로 지목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대한 2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10시간5분 만에 종료됐다. 1995년 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된 이후 최장 시간 기록이다. 2017년 ‘국정농단’으로 구속된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의 8시간42분 기록을 깼다.

서울중앙지법 김정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5분까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집행방해,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를 받는 서 전 실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열었다. 역대 최장 영장실질심사였던 만큼 법정에선 검찰 측과 서 전 실장 측의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 발부 여부는 3일 새벽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서 전 실장은 2020년 9월22일 서해 소연평도 인근에서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가 북한군의 총격으로 숨지자 서주석 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과 공모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결론을 정하고, 다음날 새벽 1시쯤 자신이 주재한 관계장관회의에서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과 박지원 당시 국가정보원장에게 ‘자진 월북’ 결론과 맞지 않는 첩보보고서를 삭제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서 전 실장은 이날 법원에 출석하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느냐’ 등의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지만, 법원을 나오면서는 “성실하게 심사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서 전 실장의 변호인은 “보통 검찰에서는 (혐의를) 부인하면 다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본다”고 했다.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는 서 전 실장이 법원에서 나오자 “말해, 왜 죽였어”라고 외치며 다가갔지만 법원 경위들에게 막혔다. 이래진씨는 취재진에게 “특검을 통해서라도 은폐한 것들을 파헤치고, 국민에게 속 시원하게 밝히고, 이런 일이 두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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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씨의 친형 이래진씨가 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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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136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토대로 서 전 실장이 이 사건의 “최종 결정권자이자 최종 책임자”라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2020년 6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자진 월북’ 결론이 필요했다고 주장했다. 서 전 실장이 지난 10월 국회 기자회견에서 공개적으로 혐의를 부인한 점을 증거인멸 우려의 근거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 전 실장 측은 국가 안보가 걸린 급박한 상황에서의 정책적 판단에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맞섰다. 이대준씨가 북한 수역에서 구명조끼를 입은 채 월북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돼 월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상황을 관리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씨 관련 첩보를 여러 부처가 공유해 알고 있었던 인원만 300명이 넘는다며 조직적 은폐 가능성도 부인했다.

검찰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중심이 돼 국방부, 통일부, 해경 등에 지시하는 식으로 ‘월북몰이’가 이뤄졌다고 판단하고 있다. 법원이 서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한다면 이런 검찰의 시각이 어느 정도 인정받는다고 볼 수 있다. 박지원 전 원장, 서욱 전 장관, 서주석 전 1차장,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 등 나머지 피의자들에 대한 수사와 기소가 탄력을 받는다. 검찰이 서 전 실장을 상대로 문 전 대통령의 혐의 여부를 추가 확인하는 등 ‘윗선 수사’를 계속할 여지도 남아 있다.

법원이 영장 청구를 기각해 서 전 실장의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으면 검찰 수사의 전제 자체가 흔들린다. 윤석열 정부 검찰이 ‘문재인 정부가 월북몰이를 했다’는 결론을 정해 두고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 수사는 동력을 잃고 피의자들을 불구속 기소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전지현 기자 jhy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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