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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Global What 美 덮치는 ‘파타고니아 조끼 불황’] 美 감원 칼바람···'화이트칼라'만 덮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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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고 0순위 된 사무직

월가·실리콘밸리 등 불황 대비

웰스파고 직원 수백명 내쫓고

메타플랫폼스는 1.1만명 감축

유통·소매업서도 해고 잇따라

"고용 여전히 강세···긴축 지속"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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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에 대비한 미국 기업들의 정리해고 칼날이 화이트칼라(사무직) 근로자들을 집중 겨냥하고 있다. 식당 종업원이나 건설 근로자 등 현장직의 인력난은 여전하지만 사무직 일자리는 유통 업계부터 월가 금융사에 이르기까지 감축이 진행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미국 내에서는 실리콘밸리와 월가 사무직 인력들이 즐겨 입는 의류 브랜드의 이름을 따 ‘파타고니아 조끼 불황’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1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전국적으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수백 명을 해고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모기지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조치다. 웰스파고 외에도 씨티그룹과 바클레이스가 지난달 각각 50명, 200명을 해고했고 골드만삭스 또한 이미 수백 명을 감원했다. 구조조정이 시급한 크레디트스위스는 2025년까지 직원 9000명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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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호한 일자리의 대명사인 실리콘밸리에서도 사무직을 겨냥한 감원의 칼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플랫폼스는 지난달 전체 인력의 13%인 1만 1000명을 감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고 스냅챗은 내년까지 매출 성장 둔화에 대응해 총직원의 20%인 1000명을 줄이기로 했다.

현장직 비중이 높은 유통·소매 업체에서도 정리해고는 사무직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아마존은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최대 1만 명의 인력 감축을 진행 중인데 감원 대상 대부분이 사무직 관련 부서에 집중돼 있다. 수십만 명이 근무하는 물류창고 근로자에게는 거의 손을 대지 않고 있다. 월마트와 패스트패션 업체 H&M, 자동차 제조사 포드에서도 짐을 싸는 것은 생산이나 판매직이 아닌 사무직이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마케팅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을 ‘파타고니아 조끼 경기 침체’라고 칭했다. 의류 업체 파타고니아 브랜드의 플리스 집업 조끼는 고소득 화이트칼라들의 유니폼으로 불려왔기 때문이다.

취업 사이트 집리크루터의 수석이코노미스트 줄리아 폴락은 “통상 침체기에는 광업과 제조업·건설업 근로자가 먼저 일자리를 잃고 불황이 한층 심화되면 사무직 전문가들이 해고된다”며 “지금은 매우 분명한 화이트칼라 중심의 (고용) 불황”이라고 설명했다. 집리쿠르터 분석에 따르면 6월 이후 여행이나 식품·소개 구인 광고는 4~5% 감소한 반면 기술 분야와 과학·법률 직종은 각각 36%, 31%씩 감소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급성장했던 업종부터 해고가 시작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스냅챗 등 소셜미디어나 AMC네트웍스 등 스트리밍 업체는 코로나19 격리 기간에 성장세가 가팔랐다. 월가의 모기지 시장 역시 같은 시기에 빠르게 커졌다가 올해 들어 급속도로 식고 있다.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 향후 제조 및 건설 분야에서 인력 감축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업들이 팬데믹 초기 블루칼라(현장직) 근로자를 대량 해고했다가 이후 인력 부족에 허덕였던 학습 효과도 원인으로 꼽힌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이코노미스트는 “기업들은 비숙련 노동자들의 충원이 미래에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이들을 아끼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다만 고용지표상으로는 아직 ‘파타고니아 조끼 불황’이 뚜렷하지는 않다. 10월 구인이직보고서에서 퇴사자 수는 400만 명으로 전월(410만 명)보다 오히려 줄었다. 구인 중인 일자리는 전월의 약 1069만 개에서 1033만 개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1000만 개를 넘는다. 래리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은 “이 추세라면 노동시장이 2019년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데 9개월이 더 걸린다”며 “몇 개월간 이례적인 강도의 긴축을 계속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짚었다.

뉴욕=김흥록 특파원 r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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