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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물가와 GDP

11월 소비자물가 5% 올라 … 한풀 꺾였지만 공공요금·파업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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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7개월 연속 5% 이상을 기록하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이어 갔다. 석유류와 농·축·수산물 가격이 안정되면서 전체 물가 오름폭이 줄었다. 하지만 물가의 하향 안정세를 낙관하기에는 상승 요인이 만만치 많다. 물가 상승을 주도하는 전기·가스요금이 내년에 또 인상될 수 있는 데다 화물연대 등 파업으로 인한 물류 차질이 물가 상승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1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9.10(2020년=100)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5.0% 올랐다. 지난 4월(4.8%)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상승률이다.

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인 6.3%까지 치솟았다가 8월 5.7%, 9월 5.6%로 두 달 연속 낮아졌다. 전기·가스요금 인상에 10월엔 5.7%로 상승폭이 커졌다가 11월에 다시 오름세가 둔화된 셈이다.

10월을 제외하면 7월을 정점으로 물가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하는 양상이다. 그러나 지난 5월(5.4%) 이후 7개월째 5%가 넘는 상승률을 이어가고 있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5.6%로 지난 6월(39.6%)을 정점으로 7월 35.1%, 10월 10.7%로 점점 낮아지고 있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작년 11월에 비해 0.3% 올랐는데, 10월의 5.2%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크게 둔화했다. 농산물 가격은 전월 대비 2.0% 하락했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 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5.5% 올라 전월(6.5%)보다 둔화했다.

농·축·수산물과 원자재 가격 안정세가 전체적인 물가 상승폭을 줄인 만큼 이를 제외하고 산출한 근원 물가는 여전히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하게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근원 물가는 농산물, 원자재 등 가격 변동이 심한 품목을 제외하고 산출하는 기조적인 물가지수로 보다 장기적인 물가 추세를 살피는 데 쓰인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 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4.8%로, 2009년 2월(5.2%)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 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4.3% 올라 2008년 12월(4.5%) 이후 가장 높았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공공요금 부문에서 물가가 가장 많이 상승했다. 전기·가스·수도는 두 달 연속 전년 동월 대비 23.1% 올랐다. 전기·가스·수도 상승률은 지난 10월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지난달에도 상승률을 이어간 것이다. 4월과 10월에 걸쳐 kwh당 총 9.8원의 기준연료비가 인상된 점이 상승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역대 최대로 불어난 한국전력의 적자를 개선하기 위해 내년에도 전기요금이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요금 추가 인상이 현실화하면 전기·가스·수도 물가 수준은 더 높아질 수 있다.

산유국들의 추가 감산 결정에 따라 국제유가가 다시 오름세로 전환할 수 있다는 게 변수다. 지난 10월 초 산유국 협의체인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OPEC+)'는 11월부터 하루 200만배럴을 감산하기로 합의했다.

기획재정부는 "연말·연초 제품 가격 조정,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 차질이 물가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들어 3분기까지 임금 상승률이 5.2%로 2018년 동기(5.5%)에 비해 높았던 점을 지적하며 임금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경연은 "임금 상승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인플레이션은 0.40%포인트 올라가, 인플레이션이 1%포인트 높아지면 임금 상승률은 0.48%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임금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물가가 다시 임금을 밀어 올리는 '나선형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나친 임금 인상과 높은 물가 수준은 임금과 물가 간 악순환을 촉발할 수 있다"며 "임금 안정과 경제의 총공급 능력 확충을 통한 물가 안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5% 안팎의 물가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다음달 이후에는 상·하방 요인이 모두 있어 물가 상승률이 지금 수준에서 등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환석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추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경기 둔화폭 확대 가능성이 물가 하방 리스크로, 에너지 요금 인상폭 확대 가능성 등은 상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이라며 5%대 고물가가 유지될 것으로 봤다.

[홍혜진 기자 /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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