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0 (토)

연말연시 뉴욕증시 투자 전략은… 자산 배분 뉴노멀 시대 “주식보다 채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신중하게 투자하세요(Cautious investing to everyone)’.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가 올해 9월 내놓은 다큐멘터리 시리즈물 <게임스톱 사가>에 나오는 말이다. 평범한 조언 같지만 유독 변동성이 컸던 올해 뉴욕 증시 움직임을 생각해보면, 미국 주식 투자자들이 연말연시 잊지 말아야 할 문구다.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정책 불확실성이 여전한 데다 긴축 작업이 종료된 후에도 정책 효과가 시차를 두고 나타나기 때문에 투자 전략을 보수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뉴욕 증시가 이른바 산타 랠리 시즌에 접어들었다. 산타 랠리는 11월 말 추수감사절부터 12월 크리스마스 시즌, 그리고 4분기 실적발표가 이어지는 다음 해 1월까지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달리는 것을 말한다. 시기적으로는 지금 상승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시장이 뚜렷한 이유 없이 급등락하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채권 비중을 높이라는 투자 조언을 내고 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채권 저점 매수 타이밍 고민할 때”


뉴욕 증시에서 경험칙으로 통하는 자산 배분 원칙은 ‘주식 대 채권을 60 대 40 비중으로 담는 것’이다. 그런데 이 60 대 40 원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주가가 급등락하고 채권 가격이 빠르게 내리막길을 타면서부터다.

미국 대형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분석에 따르면 올해 1~10월 동안 60 대 40 전략에 따른 투자 포트폴리오 손실률은 14.5%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둘째가는 최악의 성적이다.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이후 손실률이 20%를 넘은 것에 비하면 덜하지만 올해 연준의 긴축 정책 여파로 뉴욕 증시 주요 주가지수가 급락하고 채권 시장에 돈줄이 마르는 ‘유동성 위기’가 부각된 상황을 감안하면 만만치 않은 손실이다.

이 때문에 월가 한편에서는 자산 배분 ‘뉴노멀’ 시대가 왔다는 목소리가 줄을 잇기도 했다. 일례로 미국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올해 들어 투자 포트폴리오를 ‘주식 55%, 채권 35%, 원자재 5%, 헤지펀드 5%’로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자체 분석에 따르면 기존 구성 전략(60 대 40)에 따른 포트폴리오의 올해 손실률은 10.62%로 추정되지만 다각화된 포트폴리오 손실률은 이보다 낮은 8.67%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다.

다만 연말로 접어들면서 월가에서는 다시 채권 비중을 높일 때라는 의견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11월 말 JP모건자산운용의 존 빌튼 대표는 <2023년 장기자본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다시 ‘60 대 40’의 시간이 올 것”이라면서 “올해 주식·채권 시장이 겪은 고통스러운 하락세가 아직 끝나지 않았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오히려 지금이 투자 기회가 되고 있는 바, 채권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회사 분석에 따르면 전통적인 자산 배분 원칙(60 대 40)에 따르는 경우 해당 포트폴리오 연평균 수익률이 작년까지만 해도 4.30%였는데 앞으로 10~15년은 반등이 이뤄지면서 7.20%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뱅가드도 연말 들어 채권 투자 필요성을 언급하고 나섰다. 로저 알리아가 디아즈 뱅가드 전략가는 “주식과 채권을 60 대 40으로 구성하는 전술은 안정적이고 꾸준한 수익을 내려는 보수적 투자자들 사이에서 각광받아왔다”면서 “다만 투자 성향을 떠나 과거 증시가 조정장을 거쳐 회복하는 패턴을 보면 이번에도 주식과 채권을 60 대 40으로 구성하는 전술이 도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뉴욕 증시 주요 주가지수 낙폭이 상당했고 당분간 변동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수익 내는 투자를 하려면 보수적으로 자산을 구성해야 한다는 얘기다.

60 대 40 전략을 다시 꺼내보자는 투자 조언의 배경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주식과 채권이 모두 반등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해 주식과 채권을 막론하고 증시 낙폭이 워낙 컸는데 주가 반등이 더 기대되지만 채권 가격 역시 반등할 것이기 때문에 둘 모두를 공략하자는 것이다. 알리아가 디아즈 전략가는 “1976년 이후 46년 동안을 3개년 단위로 분석한 것을 보면 주식과 채권이 동시에 손실을 낸 적은 없었다”면서 올해의 경우 두 자산이 동시에 손실을 냈기 때문에 과거 경향상 앞으로 두 자산이 동시에 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배경은 포트폴리오를 안정적으로 운영해 꾸준한 수익을 내자는 것이다. 알리아가 디아즈 전략가는 “지난 2021년 12월 말로 돌아가 보면 당시 미국 주식이 전반적으로 40% 과대평가되어 있었다”면서 “여전히 주식이 고평가된 상태지만 이전보다는 훨씬 정상적인 수준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당분간 주가가 더 떨어지더라도 반등이 기대된다는 얘기다. 다만 그는 “과거 60 대 40 포트폴리오 성과를 추적해보면 월·연 단위로 볼 때 포트폴리오가 손실을 내는 경우는 주식 가격 변동성이 컸기 때문”이라면서 채권 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JP모건자산운용도 비슷한 논리에서 채권 투자를 강조한다. 주식 수익성이 기대되지만 안정성 측면에서 60 대 40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식과 관련해 빌튼 대표는 “기준금리가 정상화되는 시점을 포함해 향후 10~15년간 장기투자 관점에서 주가 상승세는 눈여겨볼 만하다”고 언급했다. 회사가 추정한10~15년간 장기투자 수익률을 보면 미국 주식은 해당 기간 동안 연평균 7.9% 수익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보고서 전망치(4.1%)보다 높아진 것이며 원화를 기준으로 추정한 한국 주식 수익률과 같은 수준이다. JP모건자산운용은 당분간 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으로 보지만 장기적으로 수익성이 떨어질 확률은 낮고, 특히 대기업들은 비교적 잘 대응할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대형 증권사인 피델리티도 주식 리스크를 강조하면서 채권 투자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피델리티의 샐먼 아흐메드 거시·전략 자산 배분 글로벌 책임자는 “연준이 일시적으로 기준금리 인상 작업을 중단하더라도 주식 시장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경기 침체가 주가 상승 기대를 누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 최대 온라인 상거래 업체 아마존을 창업한 제프 베이조스는 경기 침체를 경고하며 소비자들과 기업을 향해 돈을 쓰지 말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를 통해 “경기 침체 가능성이 코앞에 다가온 시점에서 앞으로 몇 개월 동안 소비자들은 새 차·TV·가전제품 등 대규모 지출을 미뤄야 한다”면서 “소비자와 기업을 향해 내가 할 수 있는 충고는 리스크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마존은 설립 이래 최대 규모인 1만 명을 해고하는 방안을 준비한 바 있다. 회사는 월마트에 이어 미국에서 가장 큰 고용주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언제 진입해 무엇을 사면 좋을까


다만 JP모건자산운용은 내년 초에 채권 투자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본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침체 발생 가능성이 커진 시점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주가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는데, 이럴 때일수록 특히 신용도가 높은 미국 국채나 우량 투자 등급 회사채, 만기가 긴 장기채 비중을 확대할 만하다는 것이다.

빌튼 대표는 “내년부터 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경기 침체 혹은 경제 둔화와 씨름해야 한다”면서도 “그간 채권 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저점 매수 시점을 고려할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증시는 통상 조정이 끝나는 시점에서 반등 폭이 두드러진다”면서 연말에 당장 성급하게 채권을 매수할 필요는 없지만 내년 초를 염두에 두고 채권 가격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피델리티의 아흐메드 전략가도 실물 경기 침체 리스크를 의식해 주식에 앞서 우량 채권에 투자하는 것을 추천한다. 그는 “미국 국채와 투자 등급 회사채는 사실상 위험 없이 수익을 주는 자산이며 현재로서는 가격도 가장 저렴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채권 저점 매수에 나선다면 앞으로 2~3개월 정도 연준 정책 흐름과 증시 반응을 관망할 필요가 있다. 당장은 미국 채권 시장 역시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연준이 12월 13~14일 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경제전망(SEP) 내용을 기다려봐야 한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현재 채권 시장을 들썩이게 하는 가장 큰 변수는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급등세)과 물가를 잡기 위한 연준의 긴축 통화정책이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연준 내에서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세가 둔화됐지만 아직 물가가 꺾였다고 보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지난 11월 중순 투자은행 UBS 주최로 열린 호주 시드니 행사에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급등세) 목표치에 가까워질 때까지 금리는 한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매파(긴축 선호) 입장을 강조한 바 있다.

그는 “(금리 인상)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려면 인플레 둔화 추세가 지속된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 지난 7~8월처럼 물가 상승세가 느려지는 듯하다가 다시 가팔라진 적이 몇 차례 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연준이 오는 12월 혹은 이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0.50%p) 인상할 것이며 인상 작업을 중단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연준 내 매파로 유명한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역시 지난달 말 “연방 기금 금리가 아직 충분히 제한적인 영역에 있지 않다”면서 “테일러 준칙 등을 활용해 추정하면 적절한 금리 범위는 5~7% 선으로 더 높게 잡힌다”고 언급했다. 테일러 준칙은 존 테일러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가 1993년 제안한 통화 정책 기준이다. 지난 16일 기준 CME가 집계한 것을 보면 연방 기금 금리 선물 시장 투자자들은 연준이 내년 3월에 금리를 25bp(=0.25%p) 인상해 4.75~5.00%까지 올린 후 인상 작업을 중단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플레 우려가 추세적으로 줄어들고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 작업을 중단하는 시점에 채권 시장이 본격적으로 강세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한다. 채권 가격 반등을 기대하며 저점 매수를 할 타이밍 관련 눈여겨볼 만한 힌트는 미국 주택 시장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올해 5월 FOMC 기자회견 때부터 물가 안정과 집값 조정론을 강조해왔는데 5월은 연준이 기준 금리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한 시점이다.

통상적으로 주택 시장 경기는 물가보다 9~12개월 앞서 움직이는 선행 지표 역할을 한다. 현재 미국 모기지론(미국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 넘은 상황인데 현지에서는 올해 4월을 전후해 주택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것으로 진단한다. 이에 따르면 미국 물가 상승률이 둔화되는 시기는 내년 4월을 전후한 시점이다.

[김인오 매일경제 뉴욕특파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