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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이상훈의 터무니찾기] 지금 민주당, 정권 잡을 수단 자체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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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훈의 터무니찾기 ◆

매일경제

유능하거나 깨끗하거나. 정권을 잡는 정당은 둘 중의 하나는 갖추고 있다. 첫째, 일을 유능하게 잘할 것 같은 정당이면 지지를 받는다. 둘째, 부패와 거리가 멀 것 같은, 도덕적이고 정직할 것 같은 정당도 지지를 받는다. 유능함과 깨끗함 두 가지 다 갖추면 더 말할 것도 없고, 둘 가운데 하나만 뚜렷하게 있어도 선거에서 이긴다. 한국 정치의 전례들이 이를 증명한다.

제1야당이자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두 가지 가운데 지금 무엇을 갖추고 있나. 일단 유능함이란 기준에서 민주당은 한참 미달한다. 민주당 집권기인 문재인 정부가 유능한 정부라고 말할 수 있을까. 딱 세 가지만 따져봐도 알 수 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있었던 정권이었다. 그 많은 정책을 냈지만 집값을 잡기는커녕 되레 폭등을 부추겼다는 비판까지 받았다.

또 분열이 깊어진 시기의 정권이었다. 진영 논리가 판치고, 팬덤·강성 지지층에 휘둘렸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게다가 북한과의 대화에 그토록 방점을 뒀다지만 결과는 국민들을 당혹게 한다. 미사일 종합세트의 완성이다. 따라서 첫째 기준에서 민주당은 탈락이다.

그간 민주당 계열의 정당과 구성원은 부패와는 거리가 있고, 뒤에서 뭔가 꿍꿍이를 벌이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이재명의 민주당'에서는 이것마저 잃어버리고 말았다. 사법 리스크라는 그림자가 민주당 머리 위에서 맴돌고 있다. 대장동 의혹에서 시작해서 다른 개발사업 관련 의혹이 나오고, 대북 사업에 관심을 뒀다는 기업 관련 의혹까지 등장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의혹 수사가 다갈래로 진행 중이다. 게다가 민주당 의원들의 부패 의혹까지 더해졌다.

이런 의혹들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재판을 통해서 무죄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가 위험한 건 '인식'을 고착화시킨다는 거다. 대선 경선 때 당 안에서 불거진 이 리스크가 1년이 넘도록 이어지면서 당에 타격을 줬다. 검찰 수사에 아무리 반박을 해도 '뭔가 있다'는 인식이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의혹이 해소된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 의혹이 만든 부패 이미지가 비처럼 민주당 위로 떨어진다. 당 대표를 둘러싼 의혹이 당에 덧칠을 하고 있다. '부패 프레임'에 빠지고 만 거다.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사태'가 불거졌을 때 당 안에서 나오는 비판 목소리를 '내부총질'로 치부하고 '실드'로 일관했다. 그 결과가 정권 연장 실패. 그런데 민주당은 '실드'를 넘어 '방탄'으로 가고 있다. 단일대오를 외치며 '이의 있습니다'란 외침에 '수박'이란 딱지를 붙인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출범 이후 이런저런 잡음을 일으키며 지지율이 뚝 떨어졌다. 이태원 핼러윈 참사의 책임 문제로 수세에 몰려 있다. 그런데도 민주당에 오는 반사 효과는 거의 없다. 민주당의 지지율은 대통령이나 여당과 매한가지다. 무능에다 부패라는 인식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게다가 절연도 못 하고 있다.

민주당은 앞으로 무엇을 내세워 총선에 나서고 정권 창출에 나서려는 건가. 경쟁자가 헛발질하기만을 기다리는 건가. 그게 아니면 정권 잡기를 아예 포기한 건가. 부패 이미지라도 벗어나야 선거에 기대를 걸 것 아닌가. 총선은 앞으로 16개월 남았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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