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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칠레·볼리비아 실랄라강 분쟁 종결 “국제수로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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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ICJ 제소 6년만

경향신문

실랄라강/2016년 볼리비아 대통령실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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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와 볼리비아가 양국 국경에 걸쳐 흐르는 실랄라강을 국제 수로로 인정해 공동 이용하기로 합의하면서 20여 년에 걸친 분쟁을 끝냈다.

AFP통신에 따르면 국제사법재판소(ICJ)는 1일(현지시간) 칠레와 볼리비아가 실랄라강이 국제 수로의 지위를 갖는다는 점에 합의했다며 중재 판정을 내리지 않겠다고 밝혔다. 분쟁 당사국들이 이미 합의로 문제를 해결했기 때문에 ICJ가 별도의 판정을 내릴 필요가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로써 2016년 칠레 정부의 제소로 시작된 소송전은 일단락됐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칠레는 법적 확실성을 얻기 위해 ICJ에 갔다. 결정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로헬리오 마이타 볼리비아 외교장관도 성명을 내고 “실랄라강의 성격과 용도에 대한 논쟁이 끝났다”며 “볼리비아는 판정에 따라 강에 대한 권리를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ICJ는 “공유자원은 오직 협력을 통해서만 보호될 수 있다”며 남미의 이웃 나라끼리 협력을 계속해 나가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라니냐 현상이 지속하면서 칠레는 13년째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볼리비아 역시 3년 연속 가뭄이 들어 심각한 수자원 문제를 겪고 있다.

분쟁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랄라강은 볼리비아 고원지대 습지에서 발원해 지구에서 가장 건조한 곳 중 하나인 칠레 아타카마 사막으로 흐르는 약 8km 길이의 강이다. 칠레는 관개수로를 개발해 실랄라강의 물을 아타카마 사막의 광산에 사용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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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랄라강 위치 / 구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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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리비아 정부는 성명을 발표해 “볼리비아의 호수 내지 습지”인 실랄라강이 인공수로 때문에 물줄기가 형성됐다며, 칠레는 물 사용료를 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칠레 정부는 지형상 실랄라강은 칠레로 흐르는 것이 당연하다며 볼리비아 정부의 물 사용료 요구는 비상식적이라고 주장했다.

볼리비아가 2016년 물 사용료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칠레는 ICJ에 볼리바아를 제소했다. 볼리비아도 맞제소해 소송전이 시작됐다. 칠레는 실랄라강은 양국에 공동 소유권이 있는 국제 하천이라고 주장했으며 볼리비아는 칠레가 볼리비아의 수자원을 약탈했다고 주장했다.

실랄라강 분쟁 배경에는 양국의 역사적 관계도 얽혀 있다. 볼리비아는 19세기 후반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해 태평양 연안이 포함된 영토를 잃고 내륙국가가 됐다. 볼리비아는 이후 태평양으로 접근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기 위해 칠레와 분쟁을 벌였다. 모랄레스 전 대통령이 실랄라강 소유권을 주장하고 나선 것도 더 중요한 태평양 접근권 분쟁에서 지렛대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2018년 ICJ가 칠레의 손을 들어주면서 볼리비아의 태평양 접근권 확보는 무산됐다.

반면 지난해 칠레에도 좌파 정권이 들어서면서 양국 관계는 원자재 가격 공동 대응 등을 매개로 개선의 기미를 보였다. 보리치 대통령은 지난 4월 자국 기자회견에서 “20년 간 해묵은 분쟁을 끝내고 볼리비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다”고 밝혔다.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는 리튬 생산과 가격 책정 방식을 공동으로 논의하는 ‘리튬판 석유수출국기구(OPEC)’을 추진하고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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