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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카카오 먹통 재발 방지법’ 국회 상임위 통과… 중소기업 피해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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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 방지법' 등 법안 가결을 선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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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먹통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법안들이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네이버, 카카오에 이어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까지 ‘이중 규제’라며 반발하는 상황에서 이들 법안이 다음 단계인 법제사법위원회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대형 플랫폼,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사업자를 포함시켜 정부 관리를 강화하자는 내용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지난 2020년 법사위에서 좌초된 바 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는 지난 1일 전체회의를 열고 여야 의원 3명(박성중·최승재 국민의힘 의원,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일부 개정안을 의결했다. 추후 통합 조정해 본회의에 상정한다는 방침이다.

이들 개정안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는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①주요 인터넷 기업(부가통신사업자로서 이용자 수 또는 트래픽 양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과 ②주요 IDC 사업자(집적정보통신시설 사업자 등으로서 시설 규모, 매출액 등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자)를 포함시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또 재난관리기본계획에 ①긴급 복구를 위한 체계 구성(방송통신설비의 연계 운용 및 방송통신서비스 긴급복구를 위한 정보체계의 구성)과 ②배터리나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등의 분산 및 다중화(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전력공급장치 등의 분산 및 다중화 등 물리적·기술적 보호 조치)도 넣었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카카오 같은 회사는 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로부터 재난관리계획의 이행 여부에 대한 지도 및 점검을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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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5일 오후 화재가 발생한 경기도 성남시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앞에서 소방관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가운데 휴대폰 화면에 다음 홈페이지 오류 안내가 떠 있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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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는 이날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과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함께 의결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IDC 사업자에 대한 정기 점검 권한을 부여하고, IDC 사업자가 서비스 장애 발생 시 중단 현황, 조치 등을 과기정통부에 보고하도록 규정하는 법안이다. 카카오처럼 IDC를 임차해서 사용하는 사업자도 IDC 보호조치 의무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내용은 앞서 ‘과도하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제외됐으나, 봐주기 논란이 일면서 의무 이행에 다소 강제성을 부여하는 수준으로 조정됐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부가통신사업자가 정기적인 서비스 안정수단 확보 이행 현황 관련 자료, 트래픽 양 현황 등을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내도록 하고, 국내 대리인의 업무 범위에 서비스 안정성 확보 이행을 더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날 통과된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재난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의 범위가 IDC 사업자와 부가통신사업자까지 확대되고, IDC 사업자에게 재난 시 보고 의무를 부과하게 됐다”며 “대규모 디지털 서비스 장애로부터 국민을 보다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장애가 발생하지 않았더라도 연례적으로 주요 부가통신사업자의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자료를 제출받아 서비스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법안 통과로) 신속한 분쟁 조정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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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23년 완공 예정인 안산 카카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조감도. /카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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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방위 전체회의에서 의결된 법안들은 법사위, 본회의를 거쳐 공포·시행된다. 그러나 방송통신발전기본법 개정안의 경우, 네이버, 카카오 등 규제 대상 5개사가 속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인기협)와 암참이 반대 의견을 낸 상황이어서 난항이 예상된다.

인기협은 과방위에 보낸 의견서에서 “IDC 사업자 또는 부가통신사업자를 주요 방송통신사업자에 포함하거나 동일한 규제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정당한지 의문스럽다”며 “유사한 내용이 이미 정보통신망법에 규정돼 있다. 서버, 저장장치, 네트워크 등의 개념적 모호성으로 인해 입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암참은 개정안에 담긴 규제가 미국 등과 비교해 부담스러운 수준이어서 한국 데이터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국의 IDC는 NFPA(National Fire Protection Association)이라는 비영리단체에서 마련한 표준을 준수해야 하지만, 이번 개정안과 같이 정부에 대한 자료 제출 의무는 없다는 지적이다. 암참은 국내에서 클라우드 사업을 전개 중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을 회원사로 두고 있다. 이들 3사는 전 세계 300곳이 넘는 지역에 IDC를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규제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네이버, 카카오를 제외한 부가통신사업자 대부분이 중소기업 또는 스타트업인 만큼 국회가 법안 통과에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실도 이 점에 대해 “부가통신사업자의 범위 설정이 중요한 쟁점으로 판단된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DC 이중화·이원화를 마친 부가통신사업자는 이번 개정안이 통과된다고 해서 큰 비용 부담이 생기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거나 신규로 시장에 진입하는 경우는 얘기가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전보다 비용이 얼마나 추가로 발생할지는 최종 법안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신생 기업들은 IDC를 구축하는 데 예상했던 것보다 최소 2배는 더 들이게 될 수 있다”고 했다.

박수현 기자(htinmaking@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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