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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 말랭이마을 책방에서 낸 첫 에세이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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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숙, 김정연, 책방지기가 따로 또 같이 낸 세 권의 책들

말랭이 마을 동네책방 <봄날의 산책>의 또 다른 이름은 독립출판사 <봄날의 산책>이다. 3월 봄날 책방을 연 후 뜻하지 않게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받던 책방이 새로운 모습을 시도했다. 책을 파는 공간을 넘어서서 책을 만드는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어서 독립출판사 등록을 했다. 올해 말랭이 마을에 상주하면서 쓰고 싶은 글 하나를 달성할 목표가 있었기에 내가 쓴 글은 내 출판사의 이름을 달고 싶었다.

말랭이마을에 거주하는 40여 가구의 어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지난 삶과 지금의 모습까지를 인터뷰했다. 그중 10명에 대한 이야기와 책방을 거쳐간 손님들의 이야기를 '인터뷰 에세이' 형식으로 기록해 나갔다. 동시에 함께 에세이 글쓰기를 공부했던 문우들 중 올해 책 출간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넌지시 말했다.

"제가 독립출판사를 등록했잖아요. 제 책은 물론이고 선생님의 책도 제가 출간하는데 도와드릴게요. 제 책은 세 번째지만 아직도 자비 출판 수준에 있어요. 다행히 이번엔 공모전에서 받은 예산으로 출간하구요. 글 쓰는 사람들이 한결같이 소원하는 것이 출판사의 제의를 받는 거라네요. 저의 제의를 받아보실래요? 제가 다른 건 몰라도 책임감 하나는 끝내주는 거 아시죠~~"

책 출간을 제의받은 두 문우들은 글쓰기를 시작한 지 갓 일년 쯤 되었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는 사람들이었다. 정채봉 시인의 시 <첫마음>에 쓰인 글(학교에 입학하여 새 책을 앞에 놓고 하루 일과표를 짜던 영롱한 첫 마음으로 공부를 한다면)을 나 자신에게 새기면서 초보 출판사와 예비 글 작가의 첫 마음이 모이면 저절로 바다로 향하는 냇물이 되리라 확신했다.

그들의 작품을 출판사의 첫 에세이집 출간작으로 결정하고 올해 이루고 싶은 목표에 넣었다. 시집과 달리 에세이는 원고량이 많고, 작가의 주관적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독자가 공감할 수 있게 할까를 생각하며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

먼저 작가가 말하고 싶은 글의 색깔이 나와 공감대 형성이 되는지가 가장 중요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나와 동시대를 살아온 삶의 마디가 같아서, 기본적인 정서를 가진 그들의 글 주제가 맘에 들었다.

출간 제의를 한 후 문우들의 원고를 받은 건 10월이었다. 내 에세이와 함께 세 권의 작품을 동시에 출간하려면 남들과 다른 24시간을 만들어야 했다. 성장을 위한 세포분열처럼 나의 시간도 분열하고 또 분열하여 내게 4차원적 에너지 공간을 만들어주었다.

주요 생계 터인 학원 일이 마치면 날마다 에세이집 출간을 위한 일을 했다. 어느 날은 내 이야기 한 편을 정리하고, 어느 날은 문우들의 에세이를 읽고 교정하기를 반복했다. 내가 선택한 일의 기쁨을 누리는 자유 의지는 늘 맨 앞에 서 있었다. 원고 교정에서 시집 출판까지의 과정은 호기심 많은 나의 적성과 열정에 맞물려서 재밌었다.

만 두 달 동안 치열하게 손가락과 눈동자를 움직였다. 보내온 원고의 편집이 시작되고, 더 나은 작품집의 구성을 위해서 매일 머리를 굴렸다. 편집자와 인쇄소 그리고 예비작가와의 소통을 위해, 서로 입장 차이를 보완하기 위해, 매일 중매쟁이가 되었다. 문우들의 날것 원고가 감각있는 글 책으로 될 때까지 수십 번을 읽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본의가 제대로 전달되면서 미래의 독자에게 사랑을 받아야 하는 하나의 멋진 상품이 되는 것이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노력이 담긴 책들이 보였다. 12월 첫 날,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오는 문턱에 출판사 <봄날의 산책>에서 출간한 에세이 집 3권이 놓였다.
오마이뉴스

2022 박모니카 에세이 ▲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세상사람들>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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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모니카가 낸 <오래된 미래를 꿈꾸는 세상 사람들>은 나의 세 번째 에세이다. 말랭이 마을 사람들과 책방을 찾은 사람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소재로 쓴 글이어서 '인터뷰 에세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부제로 '군산 말랭이 마을사람들이 꽃 피운 세상이야기'라고 붙였다.

글의 주제는 말랭이 마을 어른들의 힘들었던 지난 삶의 무대가 이제는 당신들의 가장 아름다운 꽃밭임을 전하는 내용이다. 인터뷰한 모든 사람에게 그들의 모습과 어울리는 시 한 편씩을 드렸다. 동시에 말랭이마을이 진정한 문화마을로의 진입로에 들어서 있음을 널리 알리고 싶어서 책방에서의 다양한 활동을 한 나의 마음도 담았다.
오마이뉴스

이정숙 첫 에세이 ▲ <1도를 찾아볼까요?>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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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이정숙씨가 낸 <1도를 찾아볼까요?>는 글쓰기로 삶의 온도 1도를 올리는 작가의 이야기를 담았다. 암투병 5년을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있었던 수많은 일들을 통통 튀는 위트와 생활어로 맛있게 글을 썼다. 무엇보다 나이의 무거움을 저 멀리 던져버리는 담백한 지혜로움이 가득했다. 그녀는 책 출간에 대한 심정을 이렇게 말했다.

"글쓰기를 배우겠다고 에세이 수업을 듣고, 연습을 위해 매일 한 줄 쓰기를 계획했죠. 떠오르는 파편들을 흘려보내지 않기 위해 메모하는 습관도 만들었어요. 기억을 되살리고 잃어버린 단어를 찾느라 끙끙거리며 즐거운 비명으로 시간여행을 했습니다. 봄날의 산책 출판사 대표를 만나면서 울퉁불퉁 못난이 진주같은 글을 책이라는 줄에 꿰어놓으니 보물처럼 보입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이 기적처럼 이루어졌고요 제게는 1도가 올라간 역사적 사건 입니다."
오마이뉴스

김정연 첫 에세이 ▲ <아버지 우리들의 아버지> ⓒ 박향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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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정연씨가 쓴 <아버지 우리들의 아버지>는 그녀의 아버지를 포함한 이 시대 아버지들에게 향하는 그녀의 그윽한 사랑이 들어있다. 글의 대표 소재인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를 소재로 선택하면서 그녀 삶의 무게 중심 자리에 사랑의 알람 같은 아버지가 있음을 간절하게 표현했다. 그녀는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의 소회를 시로 표현했다.

"아버지, 당신의 슬픔의 깊이는 당신의 슬픔의 넓이는 당신의 슬픔의 굽이는 어디까지인가요. 파도가 거센 날은 어깨가 더 들썩이고 뒤돌아 있는 시간은 더 길어지겠지요. 많이 외로웠겠지요. 그 외로움을 덜어드릴 수 없으니 그냥 아버지! 불러봅니다."

배움이 끝은 과연 있을까. 이번 출간을 통해서 자문해 본 말이다. 배움이란 가치가 없었더라면 어디에서 나의 존재를 구할 수 있을까. 이순의 나이를 코앞에 두고도 끊임없이 배움의 기회를 주는 하늘의 뜻에 감사할 뿐이다. 나를 믿고 자신들의 마음을 온전히 내준 문우 이정숙님과 김정연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드디어 두 분을 작가님이라고 부르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박향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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