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5 (목)

방송법 제동걸리자… 민주당, 또 野출신 ‘무소속 꼼수’

댓글 9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기한 90일’ 안건조정위 170분만에 통과시켜

더불어민주당은 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를 열어 KBS, MBC 등 공영방송 사장을 언론노조와 야권 성향 언론 단체가 막아서면 쉽게 바꾸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했다. 국민의힘은 국회법상 마련된 이의제기 절차(안건조정위원회)를 신청하면서 맞섰지만, 민주당은 자당 출신 무소속 의원을 동원하는 편법을 동원해 이를 2시간 50분 만에 무력화했다. 민주당은 2일 과방위 전체회의를 열어 방송법을 단독 처리할 방침이다.

조선일보

1일 국회 과방위에서 정청래 위원장이 공영방송사장을 쉽게 바꾸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상정해 통과시키려하자 국민의힘 박성중 간사, 권성동, 김영식 의원 등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하며 정 위원장에게 항의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일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날 과방위 소위에서 단독 처리한 방송법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안건조정위는 제1교섭단체(다수당)와 그 밖의 소속 의원이 3대3 동수로 구성되고, 위원 4명의 찬성으로 법안을 의결한다. 다수당의 입법 독재를 막기 위한 장치다. 그런데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과방위원장은 안건조정위에 민주당 조승래·정필모·윤영찬 의원, 국민의힘 박성중·윤두현 의원 그리고 민주당 출신 무소속 박완주 의원이 들어가도록 했다. 여야 3대3 동수가 아니라 사실상 ‘민주당 4표 대 국민의힘 2표’로 만든 것이다.

뒤이어 민주당은 국민의힘 요구로 안건조정위가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열리자, 수적 우위로 밀어붙여 오후 5시 20분쯤 방송법을 의결했다. 법적으로 보장된 90일 활동 기간을 2시간 50분으로 끝낸 것이다. 국회법은 여야 이견(異見)을 충분히 숙의하라는 취지로 안건조정위 활동 기간을 최장 90일로 규정하고 있다. 안건조정위에 참여한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은 “민주당 소속 조승래 안건조정위원장이 회의 말미에 갑자기 ‘여야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니 이쯤에서 의결하자’고 선언해 항의 차원에서 퇴장했지만 소용없었다”고 했다. ‘조정안이 의결된 날부터 30일 이내에 안건을 표결하라’는 규정 또한 무의미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킨 바로 다음 날인 2일 방송법을 상임위에서 단독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의 안건조정위 꼼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에 대한 안건조정위를 구성할 때도 편법을 썼다. 안건조정위에 들어갈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법안에 반대 의사를 밝히자, 민주당은 민형배 의원을 ‘위장 탈당’시켜 무소속으로 만든 뒤 법안을 처리했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방송법 골자는 현재 9~11명인 공영방송 이사회를 21명 규모로 개편하는 것이다. 21명의 추천을 국회와 방송 단체, 시청자 기구, 언론학회 등에 맡기게 되는데, 국민의힘에서는 “민노총 언론노조가 장악하거나 이들과 가까운 방송 단체가 대다수라 결국 친(親)민주당, 친민노총 사장을 선임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해 왔다.

특히 민주당은 당론 발의된 방송법(정필모 의원 대표발의) 중 일부를 수정해 과방위 소위, 안건조정위에서 통과시켰다. 여권에서는 “악법이 개악(改惡)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법안은 공영방송 이사회 규모를 25명으로 늘리는 것이었는데, 이번에 통과된 법에는 21명으로 바뀌었다. 국회 추천권은 8명에서 5명으로 줄인 반면, 문재인 정부 당시 임명한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선정하는 ‘방송 및 미디어 관련 학회(방송학회·언론학회·언론정보학회 등)’ 추천권은 원안 3명에서 6명으로 늘었다. 친야 성향으로 평가받는 방송기자연합회, 한국피디연합회, 방송기술인연합회는 원안 3명에서 6명이 됐다. 국민의힘은 “공영방송 이사회 21명 중 16명을 민노총 언론노조와 친민주 세력에게 추천권을 부여해 노영(勞營) 방송을 영구히 고착시키겠다는 저의가 숨어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KBS 이사 11명은 여야가 7대4로 추천하고,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9명은 여야가 6대3으로 추천한다.

국민의힘 과방위 간사인 박성중 의원은 “방송법을 날치기하면 대통령 거부권 행사 건의뿐만 아니라 민노총 언론노조 영구장악법 폐기 투쟁도 불사할 것”이라고 했다. KBS 기자 출신 민주당 정필모 의원은 “현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방지법”이라고 했다.

[주형식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전체 댓글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