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 임박하자 계파간 신경전 거세져
2021년 3월 24일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인재근 의원 사무실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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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라디오에서 민주당 분당 가능성을 재차 거론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6월에도 이 대표가 당대표에 출마하면 분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라디오 진행자가 ‘분당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때 제가 (이 대표가) 고양이의 탈을 쓴 호랑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그것과 유사하게 되어가는 것 같아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면서 “양당 정치의 독점화와 극단화가 대한민국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당대표 없는 디지털 정당’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흡수할 수 있는 디지털 정당을 만들면 당대표가 필요없고 공천도 국민이 직접 하면 된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10년 전부터 해온 얘기”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른바 ‘개딸’들이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당 차원에서 방어하면서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1일 라디오에서 “당 주류는 (이 대표 수사가) 민주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단일대오로 버티자고 하는데, 당 공식 라인이 전면에 나서서 반박하고 논평 내고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후 미국으로 건너간 이낙연 전 총리의 ‘조기 귀국설’은 친명 대 친낙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친낙계 의원들은 부정하지만,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표직이 위태로워지면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해 당 수습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전망에 친명들도 발끈하고 있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정말 조기 귀국해 당권을 노리는 일이 생기면 정말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명과 친문 간 갈등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사이코패스’라고 비방한 트위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것을 두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등에서는 친명 지지자와 친문 지지자 사이에 비방전이 벌어졌다. 문 전 대통령 측이 “단순 실수”라고 했지만, 이 대표 지지자들은 “실수가 처음이 아니다. 수차례 반복되는 걸 보니 고의”라며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손절’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평산마을에 다녀온 친문계 윤건영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면서 “문 전 대통령 트위터 팔로어가 워낙 많아서 연속으로 ‘좋아요’를 누르다 다시 취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반려묘 찡찡이가 태블릿 위에 올라가서 잘못 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이 대표는 그 누구보다 문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사소한 해프닝이자 실수가 민주당 내부 갈등과 분열 씨앗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사소해 보이는 이런 일에 양측 의원들이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 자체가 그만큼 내재된 갈등이 크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 대표 관련 수사보다, 서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을 집중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방어에 ‘올인’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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