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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민주당 분당 가능성” 친명·비명계가 동시에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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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수사 임박하자 계파간 신경전 거세져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시끄러운 더불어민주당에서 ‘분당(分黨)’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 대표의 검찰 수사가 임박하자 웅크리고 있던 ‘친명(친이재명) 대(對) 친낙(친이낙연)’, ‘친명 대 친문(친문재인)’ 사이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당이 깨질지 모른다”는 예측이 나오는 것이다.

조선일보

2021년 3월 24일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서울 여의도 국회 인재근 의원 사무실에서 만나 손을 맞잡고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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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라디오에서 민주당 분당 가능성을 재차 거론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 6월에도 이 대표가 당대표에 출마하면 분당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라디오 진행자가 ‘분당 가능성을 경고했는데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때 제가 (이 대표가) 고양이의 탈을 쓴 호랑이와 같은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는 요지의 이야기를 했다”며 “그것과 유사하게 되어가는 것 같아서 굉장히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박 전 장관은 그러면서 “양당 정치의 독점화와 극단화가 대한민국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당대표 없는 디지털 정당’을 대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양한 목소리를 흡수할 수 있는 디지털 정당을 만들면 당대표가 필요없고 공천도 국민이 직접 하면 된다는 것이다. 박 전 장관은 “10년 전부터 해온 얘기”라며 이 대표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른바 ‘개딸’들이 다양한 의견이 나오지 못하게 차단하는 현 상황에 대한 진단 아니냐”고 했다.

실제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당 차원에서 방어하면서 ‘단일대오’를 강조하는 데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조응천 의원은 1일 라디오에서 “당 주류는 (이 대표 수사가) 민주당에 대한 탄압이라고 단일대오로 버티자고 하는데, 당 공식 라인이 전면에 나서서 반박하고 논평 내고 하는 것은 사실 굉장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 후 미국으로 건너간 이낙연 전 총리의 ‘조기 귀국설’은 친명 대 친낙 사이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친낙계 의원들은 부정하지만, 이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대표직이 위태로워지면 이낙연 전 대표가 귀국해 당 수습에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이런 전망에 친명들도 발끈하고 있다. 한 친명계 중진 의원은 본지 통화에서 “이 전 대표가 정말 조기 귀국해 당권을 노리는 일이 생기면 정말 당이 깨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친명과 친문 간 갈등도 잠재적 위험 요소로 꼽힌다. 최근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대표를 ‘사이코패스’라고 비방한 트위터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른 것을 두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 등에서는 친명 지지자와 친문 지지자 사이에 비방전이 벌어졌다. 문 전 대통령 측이 “단순 실수”라고 했지만, 이 대표 지지자들은 “실수가 처음이 아니다. 수차례 반복되는 걸 보니 고의”라며 “이 대표가 문 전 대통령을 ‘손절’해야 한다”고까지 했다.

갈등이 계속되자 친명계 김남국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평산마을에 다녀온 친문계 윤건영 의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면서 “문 전 대통령 트위터 팔로어가 워낙 많아서 연속으로 ‘좋아요’를 누르다 다시 취소하는 경우가 종종 있고 반려묘 찡찡이가 태블릿 위에 올라가서 잘못 눌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이 대표는 그 누구보다 문 전 대통령을 존경하고 사랑한다. 사소한 해프닝이자 실수가 민주당 내부 갈등과 분열 씨앗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비명계의 한 의원은 “사소해 보이는 이런 일에 양측 의원들이 직접 나서 사태를 수습하는 모습 자체가 그만큼 내재된 갈등이 크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기자회견도 열었다. 참석자들은 이 대표 관련 수사보다, 서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 등을 집중 비판했다. 당 관계자는 “이 대표 방어에 ‘올인’한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박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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