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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대통령 집들이는 가면서 왜…” 여당 텅 빈 자리, 무릎 꿇은 유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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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국조특위위원들, 유가족들과 첫 만남

국민의힘 특조위원 불참, 정부 무책임 성토 쏟아져


한겨레

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무릎을 꿇고 진실규명을 호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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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사저 집들이에는 참석하시고 왜 우리는 외면하십니까.”

1일 국회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별위원회 회의실에서 열린 특위위원들과 유가족들의 간담회.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이지한씨의 아버지 이종철씨는 맞은편의 빈자리들을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 참사 희생자 67명의 유가족들이 모인 ‘유가족 협의회 준비모임’의 요청에 따라 마련된 국조특위 위원들과의 첫번째 상견례 자리가, 국민의힘의 보이콧으로 ‘반쪽짜리’에 그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게 상식이냐. 이게 우리한테 패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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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가 국민의힘 소속 위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2022.12.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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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 등 야 3당 국조특위 위원들로만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유가족들은 정부·여당의 비협조로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문책이 이뤄질 수 있을지 우려를 쏟아냈다. 이씨는 “(대통령실에) 면담 신청을 한 지 거의 한달 가까이 된다. 대통령실에서 접수했다는 문자를 받았는데 가타부타 연락이 없다”며 “왜 우리한테 이런 시련을 주시냐”고 말했다. 이씨는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으며 “정진석 국민의힘 비대위원장님, 주호영 원내대표님, 진실을 밝혀달라”며 “이렇게 사정한다. 제발 부탁드린다”고 울부짖기도 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십여명의 유가족들은 이씨의 호소를 들으며 함께 흐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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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울먹이며 발언하고 있다. 2022.12.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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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등 책임자 문책에 소극적인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어깨를 토닥여주시고, 등을 어루만져주셨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에 간접적으로 압력을 준 것 아니냐”며 “이 사람은 내 사람이니까 잘들 처신해라(라는 뜻 아니냐) 이게 공정과 상식이냐”고 말했다. 야당에도 “이상민 장관을 파면하는 게 정쟁의 소지가 있느냐”며 “민주당 의원님들 당신들도 똑같다”고 했다.

정부가 유가족들 간에 연대를 가로막고 있다는 불만도 터져 나왔다.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최민석씨의 어머니는 “(유가족들끼리) 서로 만나면 안 되느냐. 왜 유가족 명단이 없다고 거짓말을 하느냐”며 “왜 (유가족 명단)을 가리려고 했는지, 그게 가려진다고 생각해서 가린 건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또 정부가 국가애도기간 중 위패와 영정 없는 분향소를 차린 데 대해서도 “유족들의 조문을 왜 그런 형식으로 했느냐”며 “그런 조문은 어디서 누구의 생각으로 나온 형식이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철저한 진상규명도 요구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는 “세월호 때 하지 못한 진상규명과 제대로 된 관련자 처벌이 없어서 재발방지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희생됐다”며 “저는 세월호 엄마 손을 잡고 세월이 약이라 얘기했지만, 그렇게 위로해선 안 됐던 거였다. 국민 여러분이 끝까지 분노해주시고, 끝까지 정부하는 일을 지켜봐 주셔야 남은 아이들을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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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유가족 간담회에서 유가족이 서로 손을 잡고 있다. 2022.12.1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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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족들은 참척의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한 유가족은 “지금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몸 상태다. 밥을 안 먹어도 배고픔이 없다”라며 “뜨거운 걸 전혀 못 먹는데 이제는 뜨거운 물만 들어간다. 이렇게 가슴이 시린 일을 다들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이태원 국조특위에 △국회 내 추모공간 조성 △국정조사 기간 중 국회 내 유가족 소통 공간 조성 △유가족 추천 전문위원·전문가의 예비조사 참여 △국정조사 진행경과 설명 △조사 개시 전 유가족 발언 기회 보장 및 유가족 증인채택·진술 기회 보장 △행정부 및 지자체의 추모공간 조성 시 일방적 장소선정 지양 등의 내용을 담은 6가지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국조특위 위원장인 우상호 의원은 “위원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유가족들의 절절한 호소와 염원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약속하겠다”고 말했다.

심우삼 기자 wu3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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