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적으로 만난 ‘롤모델’

주장에 같은 등번호 달고

호날두와 ‘국대’로 첫 대결

누구든 골 넣으면 새 역사

한국 축구의 ‘심장’ 손흥민(30·토트넘·왼쪽 사진)이 3일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포르투갈의 세계적인 축구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7·오른쪽)와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정면 대결을 벌인다. 등번호 7번을 단 두 ‘월드클래스 주장’의 국가대표 첫 대결에 세계 축구팬의 관심이 쏠린다.

손흥민은 그동안 공개적으로 호날두를 자신의 롤모델이라고 밝힌 적이 몇 번 있다. 어린 시절 호날두의 전성기를 보며 꿈을 향해 달려왔다. 폭발적인 스피드를 살린 개인기, 양발에서 터져 나오는 강력한 슈팅 등 실제 플레이 스타일도 비슷한 구석이 많다. 2021년 1월 인터뷰에서는 ‘5분이 주어진다면 누구를 만나겠느냐’는 물음에 “호날두를 만나 축구에 대한 대화를 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둘은 이미 프로 무대에서 4번 만났다. 토트넘 주전으로 자리를 굳혀가던 손흥민이 2017~2018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에서 뛰던 호날두와 처음 만났다. 그러나 손흥민이 후반 44분에야 그라운드를 밟으면서 제대로 마주할 기회는 없었다. 손흥민은 2019년 프리시즌 대회인 인터내셔널 챔피언스 컵(ICC)에서 유벤투스(이탈리아) 소속인 호날두와 다시 만났다. 모두 선발로 출전해 45분간 뛰었다. 이날 호날두는 골을 넣었고, 손흥민은 골대를 한 차례 때리는 데 그쳤다.

호날두가 지난 시즌 친정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복귀한 2021~2022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두 차례 맞붙었다. 손흥민은 2경기에서 풀타임을 뛰고도 침묵했다. 하지만 호날두는 지난해 10월 리그 10라운드(0-3 패)에서 1골 1도움을, 지난 3월 두 번째 대결에서 해트트릭으로 펄펄 날았다. 손흥민은 대신 아시아 선수 출신으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르며 더 커진 존재감을 과시했다.

양팀 주장이자 공격의 핵인 둘의 어깨는 무겁다. H조 선두 포르투갈(승점 6점)은 16강 진출을 조기 확정했지만, G조 선두가 유력한 ‘우승 후보’ 브라질과 16강에서 만나는 것을 피하려면 조 1위를 지켜야 한다. 조 3위 한국은 반드시 승리해야 16강을 기대할 수 있다.

손흥민은 월드컵을 앞두고 안와 골절 부상으로 수술까지 받으면서 ‘마스크 투혼’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부상 후유증으로 고전하면서 아직 공격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다. 호날두는 월드컵에 앞서 소속팀 맨유를 비판하는 인터뷰로 논란의 중심에 섰지만, 가나와의 조별리그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직접 얻어내 대회 첫 골을 올렸다.

누구든 골을 넣으면 새 역사를 쓰게 된다. 3회 연속 월드컵 무대를 밟아 3골을 기록한 손흥민은 박지성, 안정환을 넘어 한국 축구 역사상 월드컵 최다골 역사를 새로 쓰게 된다. 이번에 월드컵 통산 8호 골로 ‘월드컵 5개 대회 득점’이라는 최초의 기록을 세운 호날두는 에우제비우의 포르투갈 월드컵 득점 타이기록(9골)을 노린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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