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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에너지 위기 확신’ 세계 각국 절전모드… 유럽, 에펠탑 소등 1시간 당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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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2023년 3월까지 기업·가정에 요청

EU, 공급량확보 기금 952조원 마련

우크라전 여파 에너지 대란 계속

日, 동절기 절전 시행 7년 만에 처음

伊 2023년 예산 60% 에너지에 할당

“내주 유럽북부 전역 최악 한파”

일본 정부가 이번 겨울 전력수급 비상 상황에 대비해 1일부터 겨울철로는 7년 만에 처음으로 전국 각 가정, 기업에 전기절약을 요청하는 등 각국 에너지 위기에 대비한 비상조치에 나서고 있다.

일본 NHK 방송은 “강한 추위로 전력수요가 예상을 웃돌 수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전력공급원인) 액화천연가스(LNG)의 안정적인 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엄중한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정부가 내년 3월까지를 기간으로 하는 절전요청을 1일 시작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세계일보

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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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는 이번 겨울 안정적 전기공급을 위한 최소치인 예비율 3%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나, 최근 몇 년간 많은 지역의 전기수요가 당초 예상을 상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이와 관련해 “대규모 발전소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발전 연료공급 체제가 완전하다고도 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실제 전기공급이 어려워질 경우 가동하지 않고 있는 오래된 화력발전소를 다시 돌리거나 원자력발전소를 최대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정에는 난방에 쓰는 전기를 줄이기 위해 옷을 껴입거나 두꺼운 커튼을 창문에 달도록 추천하고, 기업에는 불필요한 조명을 줄이는 것을 권장하는 등 절전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절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가정, 기업에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지원책도 시행 중이다.

민간의 자발적인 절전 노력 사례도 전해지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의 한 마을에서는 전기를 아낄 수 있는 요리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개설됐다. 인덕션 조리기보다 전자레인지가 절전 효과가 크고, 수프를 만들 때 쌀가루를 사용하면 조리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는 등의 정보를 알려준다.

에너지 가격 상승과 엔화가치 하락 등의 영향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움직임이 구체화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오키나와(沖繩)전력은 정부의 인가가 필요한 가정용 전기요금을 40.9%, 시코쿠(四國)전력은 28.1% 올리겠다는 안을 지난달 28일 경제산업성에 제출했다.

신청대로 내년 4월부터 요금이 오르면 월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오키나와현 가정은 종전보다 3473엔(약 3만3000원) 오른 1만2320엔(11만7000원)을, 시코쿠 지방의 가정은 2205엔(2만1000원) 오른 1만120엔(9만6000원)을 내야 한다. 수도권에 전기를 공급하는 도쿄전력도 다음 달 이후 인상 신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제산업성은 각 전력회사의 비용삭감 노력 등을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전기요금 부담이 커짐에 따라 지원책도 시행할 예정이다. 내년 1월부터 9월까지 전기요금을 1kWh(시간당 킬로와트)당 7엔(67원)씩 보조하고, 도시가스는 1㎥당 30엔(285원)을 지원한다.

올해 에너지 대란의 직격탄을 맞은 유럽도 겨울철 기온 급락과 함께 각국의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프랑스는 순차적인 정전을 하는 비상 계획을 마련했다. 난방 전기 수요가 최고조에 달하는 1월 충분한 전력 생산이 힘들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에 직면하면서다.

전력 70% 이상을 원자력에 의존하는 프랑스는 올해 초 원자로 부식이 잇따라 발견되며 절반 이상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발전량이 급감한 상태다.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로부터의 천연가스 공급이 급격히 줄며 에너지 문제가 악화했다.

세계일보

에펠탑 주변은 캄캄 프랑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이 9월22일(현지시간) 암흑 속에 점등돼 있다. 프랑스는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 영향으로 오전 1시까지 밝혀 오던 에펠탑의 야간조명 소등 시간을 9월23일부터 1시간 앞당긴 상태다. 파리=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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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정부는 추운 날씨가 예상되는 3일 전 산업 및 가정에서 전력 소비를 줄이도록 촉구하는 경보를 발령할 방침이다. 최악의 상황이 되면 더 큰 정전을 막기 위해 영토 일부에서 전기를 차단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일부 강제 정전을 실시할 경우를 대비해 입원이 필요한 이들을 집에서 돌볼 준비를 하라고 권고했다.

벨기에 브뤼셀 소재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이 에너지 공급량을 확보하고, 가격 급등으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대규모 기금은 지난달 급증해 7000억유로(952조원)를 돌파했다. 지난해 9월부터 모은 기금이 6000억유로(816조원)였는데 영국과 노르웨이가 최근 1050억유로(142조8000억원)를 추가했다.

이탈리아는 내년 예산 약 300억유로(40조8000억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210억유로(28조5600억원) 이상을 에너지 비용 상승에 따른 민간, 기업 구제책에 할당했다. 전기요금 납부 지원, 기업 세금 감면 확대 등이 포함됐다.

독일과 프랑스, 덴마크 등 대다수의 유럽 국가는 또 가정과 사업체, 공공건물에서 실내온도를 19도 이상으로 올리지 말 것을 독려하고 있다. 프랑스는 9월23일부터 오전 1시까지 밝혀 오던 에펠탑의 야간 조명의 소등 시간을 1시간 앞당긴 상태다. 일몰 이후 오전 1시까지 매 시간 정각에 진행하던 조명 쇼도 오후 11시에 끝난다.

위성 기업 막사(Maxar)에 따르면 다음 주 유럽 대륙 북부 전역에서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추울 것으로 전망된다. 브뤼겔은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더 오랫동안 더 높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재정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질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지원 관련 더 많은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도쿄=강구열 특파원, 정지혜·이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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