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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스카이72 골프장 부동산 다툼 종지부…법원, 인국공 손 들어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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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최대 규모의 스카이72 골프장을 둘러싼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와 골프장 운영사 스카이72 사이의 법적 분쟁이 인국공의 승소로 막을 내렸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1일 인국공이 스카이72를 상대로 제기한 인천 운서동 공항 유휴지(사용하지 않아 수익이 없는 땅) 내 골프장·시설물 등 부동산 인도 소송 상고심에서 스카이72가 인국공에 해당 부동산을 넘겨야 한다는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인국공은 2002년 7월 공항 활주로 유휴지 민간투자 개발사업자로 스카이72를 선정한 뒤 실시협약을 체결하면서 토지사용 기간을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정했다. 인국공이 스카이72에 사업 부지를 제공하는 대신 스카이72는 이 부지에 골프장을 조성해 운영하면서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토지사용 기간이 만료되면 인국공에 시설물을 무상으로 넘기는 ‘BOT(Bulid-Operate-Transfer·시공 및 운영 뒤 소유권 이전)’ 방식이었다.

인국공은 2020년 9월 KMH신라레저(현 KX그룹)를 후속 사업자로 미리 선정했다. 이후 스카이72의 토지사용 기간이 만료된 지난해 1월 스카이72를 상대로 골프장·시설물과 그 소유권을 무상으로 넘기라는 취지의 부동산 인도 소송을 제기했다. 스카이72는 골프장 부지에 건설될 계획이던 공항 제5 활주로 착공 시기가 늦어지는 등 협약을 맺을 당시와 사정이 달라졌기 때문에 인국공이 스카이72와 토지사용 기간 연장 등에 관해 협의할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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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 부지 내에 있는 국내 최대 퍼블릭 골프장 '스카이72' 전경.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실시협약이 종료되면서 후속 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인국공과 스카이72간 소송전에서 인국공이 최종 승소했다. 사진 인천국제공항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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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주로 건설 연기, 토지사용 연장 협의 사유 되나



인국공과 스카이72가 맺은 실시협약 9조는 토지사용 기간을 2020년 12월 31일까지로 못 박으면서도 ‘공항시설의 불가피한 확장계획, 정부 또는 인국공의 불가피한 계획변경 때문에 토지사용 기간의 단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호 협의하여 조정하며’라는 문구가 담겼다. 스카이72는 이 문구를 근거로 활주로 공사 계획 변경에 따른 토지사용 기간 변경 협의를 해야 할 의무가 인국공에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이 사건 유휴지에 관한 활주로 착공 계획 등이 변경됐더라도 인국공이 스카이72의 일방적 요구에 응해 토지사용 기간 변경 등을 협의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인국공의 손을 들어줬다. “문언상 토지사용기간의 단축이 불가피한 경우에는 상호 협의해 조정할 수 있으나, 그 외에 토지사용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합의에 따른 갱신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당연히 해석된다”(항소심)는 이유에서다.

1심 재판부는 “인국공이 협의 의무를 부담하더라도, 협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카이72의 토지사용 기간이 연장되거나 갱신되는 효력이 발생한다고 볼 수도 없다”고 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현재와 같이 골프장에서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아니라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경우까지 포함해 일방의 협의 요청만으로 토지사용 기간 변경이 가능하도록 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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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공사가 스카이72를 상대로 낸 부동산인도 소송 1심에서 승소한 지난해 7월 22일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인천국제공항 쪽을 바라본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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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국공-스카이72 실시협약, 임대차계약인가



스카이72는 2002년 인국공과 맺은 실시협약이 민법상 토지 임대차계약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임대인(인국공)의 계약 갱신 거부에 따라 ▶스카이72가 골프장 조성·운영에 투입한 비용을 돌려줘야 하고(유익비상환청구권) ▶스카이72가 신축한 시설물 등을 상당한 가격으로 매수해야 한다(지상물매수청구권)며 맞소송을 냈다.

그러나 1, 2심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양측의 실시협약은 민간자본을 유치해 사회기반시설인 공항시설을 건설하며 사업시행자가 시설물의 운영 수익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하고, 나아가 일정한 투자수익을 달성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며 “임차목적물을 사용하도록 하고 임대료를 받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는 민법상 임대차계약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건설 사업을 위한 투자금 유치와 회수에 이르기까지의 제반 사항을 규정하는 일종의 ‘투자사업계약’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민법상 임대차계약이라고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양측의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스카이72가 이미 유익비상환청구권·지상물매수청구권을 포기했다고 판시하기도 했다. 양측 협약에 ▶토지사용 기간 종료에 따라 시설을 인계 또는 철거해야 할 경우 지상물매수청구권을 주장할 수 없고(10조 4항) ▶시설 인계 시 인계시설은 사업시행자가 사용 중인 상태로 인계해야 하며 여기엔 조성된 부지·도로 등 기반시설, 건축물, 연못·수목·잔디, 조명 등 부대시설 등이 포함된다(10조 5항)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철거 비용을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도록 한 점에 비춰보면 인계 역시 ‘무상인계’인 점이 넉넉히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스카이72는 2007년 10월 인국공에 골프장 내 시설물을 무상으로 증여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대법은 이 같은 원심 판단을 그대로 받아들여 스카이72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

스카이72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지만, 부동산 인도는 영업권과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영업권은 여전히 스카이72가 보유하고 있다”며 “후속 사업자의 골프장 영업이 불가능해 1100여명의 종사자는 일자리를 잃고 28개의 입점 업체도 영업 중단으로 고통받게 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반면, 후속 사업자로 선정된 KX그룹은 “종사자들의 고용 문제는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승계 방침을 밝혔고, 지금도 같은 입장”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후속 사업자 선정 과정을 둘러싼 인국공의 입찰비리의혹은 아직 검찰이 수사 중이라 골프장을 둘러싼 여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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