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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이슈 세계 정상들 이모저모

"젊은 여성은 '총리'여도 성차별당한다"... 핀란드·뉴질랜드 총리의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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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생 뉴질랜드 아던·핀란드 마린 총리
정상회담서 기자에게 성차별 질문받고 반박
한국일보

산나 마린(왼쪽) 핀란드 총리와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30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양자회담을 한 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악수하고 있다. 오클랜드=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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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은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에 올라도 공개적으로 성차별을 당한다. 여성인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의 공동기자회견에서 이 같은 사실이 또 한번 입증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질랜드 오클랜드. 저신다 총리와 마린 총리가 양자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가졌다. 한 기자가 황당한 질문을 던졌다.

▶기자: "사람들은 당신들이 나이, 성별 같은 공통점이 많아서 만난 건지 궁금해한다. 두 나라 사이에 더 많은..."

1980년생 여성인 아던 총리와 1985년생 여성 마린 총리가 '젊은 여성'이라서 정상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은 게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정상회담 성과를 설명하는 자리였음에도 오직 두 총리의 나이와 성별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질문을 한 것은 뉴질랜드 라디오 뉴스토크ZB의 남성 기자였다.

아던 총리는 발끈하며 질문을 끊었다.

▶아던 총리: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존 키 전 뉴질랜드 총리의 정상회담 때도 '둘이 나이가 같아서 만냤느냐'고 물어봤는가?"

오바마 전 대통령과 키 전 총리는 1961년생 남성이다. 아던 총리는 거듭 쐐기를 박았다. "정치인 중에 남성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해서 여성 정치인들이 만난 것을 두고 '그저 젠더가 같아서 만났다'고 말해선 안 된다."

마린 총리는 한 문장으로 상황을 정리했다.

▶마린 총리: "우리는, 당연히, 총리이기 때문에 만났다."

마린 총리는 "우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공통의 관심사를 다수 확인했으며, 양국의 협력 기회를 확대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라고 했다. 마린 총리는 2019년 12월 취임 이후 뉴질랜드를 처음 방문했다.

마린 총리는 취임 당시 34세였고, 아던 총리는 37세 때인 2017년에 취임했다. 두 정상 모두 '최연소 여성 총리'라는 기록을 썼다. 이후 두 정상은 성별과 나이 때문에 중년 남성 정치인이라면 당하지 않았을 공격을 수없이 받았다. 두 정상의 외모도 공격 소재가 됐다.

성별, 나이, 외모로 조롱당하는 마린·아던 총리


아던 총리는 '가족 계획'과 '출산 휴가 계획'에 관한 질문에 시달렸다. 2020년 아던 총리의 지지율이 올라가자 정적들은 "모델이나 하라"고 조롱했다. 마린 총리는 올해 8월 파티에서 지인들과 춤을 추는 영상이 유출돼 곤욕을 치렀다. 업무시간이 아닌 주말에 여가를 즐기는 중이었음에도 "프로답지 않다"는 비판을 받은 끝에 사과까지 했다.

30일 기자회견에선 마린 총리의 파티와 관련한 질문이 다시 나왔다. 한 기자가 "'파티 총리'라는 별명이 걱정되지 않냐"며 논란을 끄집어냈다. 마린 총리는 "코로나19 팬데믹,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에너지 위기가 닥쳤고, 경제 위기도 코앞에 있다. 내 '자유 시간'보다 더 걱정할 일이 많다"고 일갈했다.

서방 언론들은 뉴질랜드 기자의 질문이 성차별이라고 비판했다. 뉴질랜드 라디오 투데이에프엠은 "왜 수치스러운 줄도 모르고 언론이 성차별을 하는 것이냐"고 개탄했다. 스터프 신문은 "두 총리는 성차별적 이중잣대에 자주 시달린다. 마린 총리는 오클랜드에서까지 그런 공격을 받을 줄은 몰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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