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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원어치 도둑 맞아도” 무인 편의점이 답인 이유 [사장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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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점포 ‘고빙고’ 창업자 인터뷰

지점 28곳, 월 평균 매출 1000만원

무인 매장, 로스는 20만원, 인건비 200만원

무인 창업 시리즈

지난 25일 오전 11시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무인 편의점 ‘고빙고’. 최왕근(47) 대표가 직원 2명과 SUV에서 과자 상자를 옮기고 있었다. 상근 직원이 없는 이 10평 남짓한 매장의 월 평균 매출은 1200만원. 최씨는 이런 무인 편의점 6개를 운영한다. 이틀에 한 번씩 매장을 방문해 물품을 채우고, 청소를 한다. 고빙고 이름으로 낸 가맹점도 서울·경기 곳곳에 22곳이나 된다. 고빙고의 브랜드 전체 연(年)매출은 30억~35억원 정도다.

최씨는 지난 2020년 4월 고빙고를 처음 열었다. 창업 당시만 해도 주변에 말리는 사람이 많았다. ‘어르신들은 무인 매장 안 간다’, ‘버는 것보다 도난으로 잃는 게 더 많지 않겠냐’는 식이었다. 그러나 최씨는 ✅비대면 서비스에 대한 수요 증가 ✅늘어나는 인건비 부담을 근거로 “무인 편의점이 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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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근 대표가 고빙고 구로점 매장 안에 서있다. 최 대표는 어르신들이 키오스크 등 기기 사용이 미숙해 무인 매장을 찾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편견이라고 말한다. 그는 "어르신들이 은행 ATM기에서 돈을 찾을 수 있다면, 무인 매장에서 주문하는 것도 문제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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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20만원 vs 직원 월급 200만원

–무인 창업이 답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뭔가요?

“무인 창업의 가장 큰 문제는 ‘로스(Loss)’예요. 도난, 파손으로 인한 손실이죠. 직원이 없는 무인 매장은 로스에 취약한 게 맞아요. 하지만 사방에서 CCTV가 실시간으로 찍고 있는데, 물건을 훔칠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저는 한 달 로스를 최대 20만원이라고 봤어요. 반면, 직원 한 명을 시급 1만원, 하루 8시간, 주 5일로 고용하면 월 200만원 넘게 줘야 해요. 단순 계산해도 남는 장사인 거죠.”

–직원이 없는 대신 사장이 할 일이 많지 않나요?

“물론 무인 매장도 주기적으로 매대를 채우고, 매장을 청소하는 등 관리를 해야 해요. 그러나 키오스크에 돈이 걸려서 결제가 안 되는 경우만 빼면 2~3일 동안 자리를 비워도 운영에 문제가 없어요. 일반 음식점이나 카페는 가게를 지킬 사람이 없으면 그날 수익이 없잖아요. 무인 매장이 매출이 덜 나올 순 있지만, 실 근무 시간과 직원 월급을 감안하면 ‘가성비’가 좋은 거죠.”

–'고빙고’는 월 순수익이 얼마인가요?

“지점 28곳의 평균 월 순수익 200만원 정도예요. 사람에 따라서는 ‘200만원 밖에 못 버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고빙고 가맹점주의 80% 이상은 부업이에요. 본업을 유지하면서 창업 비용 3000만원으로, 하루 1시간씩 일해서 월 200만원을 벌고 있는 거죠.”

–월 200만원을 못 벌 수도 있지 않나요?

“물론 그렇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월 300만원 넘게 버는 매장도 있어요. 사장이 관리하기 나름인 거죠. 저희는 ✅최소 2일 1회 매장 방문 ✅상권별 ‘고객 맞춤화’ ✅기념일 이벤트를 강조해요. 이 세 가지만 지키면 매출은 어느 정도 나옵니다.”

–고객 맞춤화와 기념일 이벤트는 뭔가요?

“고객 맞춤화는 주요 고객을 위한 매장으로 만드는 거예요. 학교 앞은 아이들에게 인기 많은 캐릭터 액세서리나 초콜릿·젤리 등 달콤한 간식거리를 늘리고, 어르신이 많은 주택가는 전병이나 오란다 등 옛날 과자를 앞쪽에 진열하는 식이죠. 기념일 이벤트는 어린이날, 크리스마스 등에 맞춰 매장을 새로 단장하고, 관련 상품을 늘리거나 할인 이벤트를 하는 겁니다. 주기적으로 손님이 찾아올 이유를 만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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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빙고 구로점 외관. 고빙고는 이달 기준 직영점 6곳, 가맹점 22곳, 총 28곳이 운영 중이다./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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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은 편의점과 세탁소만 살아남을 것”

–무인 창업은 경쟁이 심하지 않나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저는 무인 매장의 상권을 반경 100m 까지라고 봐요. 학교 1곳이나 아파트 단지 1~2곳을 타깃으로 삼고 장사를 하는 거죠. 반경 100m를 기준으로 삼고 입지를 잘 잡는다면 충분히 경쟁을 피해갈 수 있어요.”

–유동인구가 많은 상권은 바로 옆 건물에 무인 매장이 생기는 경우도 있던데.

“맞습니다. 입지가 좋으니까 경쟁이 붙는 거죠. 그래서 저는 꼭 큰 상권으로 들어갈 필욘 없다고 설명해요. 상권이 좋을수록 권리금, 임대료가 비싸서 초기 투자 비용이 커요. 손익분기점을 넘길 때까지 시간이 많이 필요한 거죠. 게다가 언제 경쟁 업체가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위험 부담도 있고요.”

–경쟁에서 이기기는 어려운가요?

“현실적으로 그렇습니다. 음식점은 같은 메뉴도 주방장 실력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잖아요. 무인 매장은 기성품을 팔고, 매장 크기에 제한이 있어서 차별화가 어려워요. 아무리 좋은 상권에 있어도 근처에 새로운 무인 매장이 생기면 매출을 나눠 갖게 돼요. 가격 경쟁이 붙다가 결국엔 한쪽이 망하는 거죠. 승자가 없는 싸움입니다.”

–앞으로 무인 창업의 전망은 어떻게 보세요?

“편의점과 세탁소만 살아남을 거 같아요. 무인 편의점은 아이스크림이 매출의 30~40%를 차지하는데, 혜택이 많아요. 아이스크림 제조사들끼리 자기네 제품을 하나라도 더 납품하기 위해 냉동고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가격 할인까지 해주거든요. 인건비를 아껴 가격 자체가 싸니까 음료수나 과자도 잘 팔리죠. 무인 세탁소는 앞으로 1인 가구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 수요가 꾸준히 있을 거예요.”

–무인 카페, 무인 사진관 등 다른 업종은요?

“카페는 유인 매장도 폐업에 내몰릴 정도로 업계 자체가 힘들어요. 무인 사진관은 트렌드에 편승한 업종이라 언제 사라질지 몰라요. 더 좋은 성능의 촬영 기기를 갖춘 새로운 브랜드가 등장하면 기존 브랜드는 밀릴 수밖에 없거든요. 무인 창업도 미래에 고정 수요가 있는지 잘 봐야 하는 이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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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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